1%의 거짓도 없이 솔직하게 말해서 [월드 오브 탱크] 게임을 만드는 워게이밍 회사 견학은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의 경험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을 넘어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막연히 상상했던 게임 회사 견학 "프로그램"은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가 아닌, 벨라루스 민스크에나 있다지만, 키프로스 니코시아 지사에서 받은 환대는 상상 이상이었고 그 후 언제 떠올려봐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만으로 기꺼이 만족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또 한 번 그런 대접을 받게 된다면, 그건 워게이밍측에 확연한 민폐이며 때문에 우리로서도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누누이 말하지만 일말의 양심은 가진 녀자다). 다행히(?) 벨라루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벨라루스 민스크 지사에선 방문 일정을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싸 피차 다행이야 하면서 워게이밍 한국 사무소 PR 담당자이신 한혜승 팀장님께 마지막 감사 인사를 남겼다. 키프로스 니코시아 오피스에서 행복한 시간 보냈다고, 벨라루스 민스크 오피스는 굳이 방문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렇게 워게이밍 민스크 지사 방문은 사요나라~ 일단락 지어지는 줄 알았는데... 민스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배낭 풀지도 않고 옆 식당에서 밥부터 처묵처묵 하는 가운데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뜨는건 한혜승 팀장님의 전화 번호. 어라 한국이 지금 몇 시더라? 얼른 받아 보았다. 식당이 반지하라서 그런지 지지직 거리는 수화기를 통해... 뜻밖의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 팀장님이 지금 민스크에 출장 와 계신다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일 아침 시간 괜찮으시면 함께 오피스에 가자고. 아 이게 대체 뭔 우연이야 ㅋㅋㅋ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간 민스크측 담당자가 바뀌면서 우리 방문 일정이 누락된 것 같다고 했다. 한 팀장님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니코시아에서 그러했듯 민스크 지사와도 우리가 다이렉트로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생각하셨기에 신경 안 쓰고 계셨는데, 때마침 예정에 없었던 급 민스크 출장이 잡혀 이번 주에 민스크에 머물고 계신 상태에서 내가 보낸 이메일을 받고 깜놀해서 연락하신 것이었다. 우리는 수목금 자고 토요일 민스크를 떠날 예정이었는데 팀장님은 우리보다 하루 일찍, 금요일 한국으로 귀국 예정이셨던지라 바로 익일인 목요일 견학으로 급 성사 ㅋㅋㅋ 분명 어제 우크라이나에선 견학 안 가겠다 결심 했는데 오늘 벨라루스에서 바로 홀라당 뒤집히네. 아 이게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일이람? 긁어 부스럼 우리야 기왕이면 통역(?)이 계셔주시면 땡큐 베리 감사한 일이었던지라 바로 오케 했다마는, 정말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우리 민스크 여행과 한 팀장님 민스크 출장 일정이 겹칠 줄이야. 일부러 그렇게 짜라고 해도 못하겠네(아시다시피 우리는 머리털 난 뒤로 벨라루스 방문이 처음이고 한 팀장님께서도 4년만이었나 하여간 꽤 오랫만의 재출장이라고 하셨다)


하여간 그래서 다음날 아침, 한 팀장님이 머물고 계신 삐까뻔쩍 르네상스 호텔로 찾아갔다. 한 팀장님의 이번 출장은 인벤 (김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 웹진 사이트로 국내 해당 업계에선 가장 큰 게임 관련 유명 사이트라고 한다 http://www.inven.co.kr/webzine/)의 두 기자님과 함께셨는데, 인벤 기자님들께는 나이 50 넘어서 좋아하는 게임 회사 본사를 구경하겠다고 벨라루스 민스크까지 찾아온(?) 중년의 한국인 부부가 매우 신기하게 생각 되셨는지 급 인터뷰 요청을 해오셔서 에브리바디 동행하게 되었다. 이역만리 미지의 나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갑자기 한국인 동포 셋을 만나니 그것만으로도 넘 반가웠는데 키프로스 니코시아 오피스 방문 때에 비하니 의사소통 부담마저 확 주는구나. 우리는 둘인데 통역이 셋이야 ㅎㅎㅎ  좌청룡 우백호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


호텔에서 커다란 택시를 타고 모두 함께 워게이밍 민스크 본사로 이동했다. 


만약 민스크 오피스에 우리끼리만 방문을 하게 된다면 나는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오피스는 민스크 시내에서 상당히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열심히 번역기 돌려가며 구글링을 해 본 결과, 숙소에서 빨간 지하철 라인을 잡아 타고 남쪽 종점 Mahilioŭskaja 역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더 외곽에 있는) 대형 쇼핑몰 ProStore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무료 셔틀 버스(참고 http://prostore.by/for-clients/bus.php)를 타고 ProStore에 하차하면 워게이밍 본사까지 걸어갈 수 있겠더라 (한 팀장님이 이런 나의 계획을 듣고 어떻게 그런 이동 루트를 생각했는지 신기해 하셨는데... 아껴야 잘 살죠 내지는 잉여력이 넘쳐서 그래서 구글에 투자했어야 하는거라니까요 ㅎ).

하지만 은혜롭게도 오늘 역시 워게이밍은 르네상스 호텔까지 픽업 앤 드롭오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 주셨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니코시아에서도 최고층 건물의 위엄을 자랑하던 워게이밍, 민스크에서의 입지는 더 대단해 보였다. 벨라루스의 넥슨(?)이랄까 ㅎ


참고로 2016년 전세계 온라인 게임 매출 순위 Top 10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한미중 3파전에 벨라루스가 뙇)


1. 리그 오브 레전드 - 중국

2. 크로스파이어 - 한국

3. 던전 앤 파이터 - 한국

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미국

5. 월드 오브 탱크 - 벨라루스 

6. 몽환서유 2 - 중국

7. 도타 2 - 미국

8. 리니지 - 한국

9. 메이플스토리 - 한국

10. 블레이드 앤 소울 - 한국


크고 아름다운 본사 건물 1층에는, 전시를 위해 워게이밍 직원이 직접 몰고(!) 들어왔다는 MS-1 탱크가 뙇!!! (김원장 말에 따르면 소련이 양산한 최초의 전차) 놓여 있었다. 후덜덜한 본사 포스 좀 보소!  



단순 전시를 위한 탱크가 아닙니다. 일개 게이머에게도 완전히 열린 탱크입니다



벨라루스 입국할 때 공항에서 받은 팜플렛에서 그랬다 

Take a photo with a tank in the homeland of the legendary game World of Tanks

그렇다. 완벽하게 미션 컴플리트


워게이밍의 새 게임, 월드 오브 워십의 CF 모델, 스티븐 시걸 아저씨도 여길 다녀갔다고



이후 담당 직원들의 열성적이고 친절한 안내로 본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여기저기 탐방


개인적으로는 - 아마도 나는 게임을 안 하는 관계로 - 가장 인상 깊었던 덕후 팬 아트 뮤지엄(정식 명칭은 모르겠다)


전 세계 월드 오브 탱크 게임 팬들이 본사에 보내준 선물 & 컨테스트 수상작 등을 모아놓은 공간인데, 그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진짜 이런 것들을 게이머가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었어??? 나로 말하자면 왕 곰손 과연 덕후의 경지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구나





게임 제작 관련 기밀 부분을 제외하곤 맘껏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셨지만, 어쩐지 경망스럽게 나대는 것 같아서 최소한의 사진만. 

사실 영어 설명 따라가기에도 벅찼으.


인상 깊은 오피스 투어가 끝나고 방문한 회사 라운지에서. 



니코시아 오피스와 마찬가지로 여느 좋은 회사들이 그렇듯 복지는 빵빵하고 내부 인테리어는 상당히 독특했다(화장실도 ㅎ). 창의력아 샘솟아라!


12층이었던가 밖은 대략 이런 황량한 뷰 / 안은 딴 세상


도촬(?)한 워게이밍 한국 사무소 한 팀장님과 인벤의 남 기자님. 김 기자님은 어디에... 그리고 보니 우리 단체 사진이 없어요 ㅜㅠ





 허접한 나의 설명은 됐고 전문가이신 인벤 남 기자님의 동영상을 대신 첨부한다. I WAS THERE ㅎㅎㅎㅎㅎ



키프로스 니코시아 오피스에서도 한가득 선물을 받았는데... 벨라루스 민스크 오피스에서도 한가득 선물을 주셨습니다 엉엉 연이은 감동 ㅜㅠ

심지어 뭐 하나 겹치지도 않아! 이제 바지만 한 벌 더 주시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게임 덕후로 변신할 수 있겠어요

민스크 오피스에는 선물조차 따로 준비를 못 해갔는데 ㅜㅠ 대체 우리 따위가 뭐라고. 그저 받기만.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엄청 행복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한국, 키프로스, 벨라루스 3개국 워게이밍 관계자님들께 정말 큰 감사 올립니다. 넙죽.

앞으로는 잉꼬 부부인척 김원장한테 깜놀 선물 따위 준비하지 않겠어요. 정말이지 민폐도 이런 글로벌 민폐가 없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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