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에 사분면을 하나 그려보자. 


2사분면에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국방부가, 3사분면에는 공원이, 4사분면에는 청와대가 있다. 남은 1사분면에 바로 우리 숙소가 있다. 그렇다.  

공원을 가로지르면 민스크 지하철 유일의 환승역이 나오는, 비밀 경찰 감시 하에 매우 안전하고(?) 매우 비싼(?) 지역 되시겠다.  

(물론 나는 국방부나 청와대 옆인줄 모르고 왔다 ㅎ 그냥 들고 나기 & 관광하기 편한 구역에서 가장 조용해 보이는 숙소를 선택했을 뿐)


사진 속의 탱크는 밀덕 "월드 오브 탱크" 게이머 김원장의 말에 따르면 T-34라는 모델이다. (김원장의 의견은 약간 다르지만 ㅎ) 소련을 대표하는 탱크 중 하나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의 싸움에서 큰 역할을 한, 일명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전차라고도 한다(심지어 6 25 당시 개량 모델이 북한군의 전차이기도 했다니 남한 입장에선 악연). 내가 이해한 바로는 당시 가성비가 가장 출중했던, 그래서 전장에 엄청 깔린 전차였달까? 탱크계의 인해전술 ㅎ 하여간 이 탱크는,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오래 전부터 우리가 남이가 모드로 지내고 있는 관계로, 독일로부터 조국 벨라루스(=러시아)를 지켜낸 매우 귀하고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겠다(실제로 해당 모델 전차상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어지간한 도시 전역에 일종의 승전 기념물로 전시되어 있다). 본의 아니게 탱크 설명을 하게 되었는데 하여간 상기 첨부한 사진에서 탱크 오른쪽으로 보이는 하얀 건물이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이다(탱크 뒤로는 야트막한 내리막길이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맞은편에 벨라루스가 자랑하는 Belarusian State Circus 서커스장이 있다) 참고로 민스크에선 이 탱크상 자체가 관광 스팟이기도 하다고 - 우리만 여기서 사진 찍고 노는 것 아닙니다 ㅎ


Apartment on Marksa Street 42 (주소가 곧 숙소명)


홈페이지 : 없음

예약 : 부킹닷컴

Two-Bedroom Apartment 3박에 203 USD (특이하게 미국달러) 물론 벨라루스 루블로도 지불 가능하다(곱하기 2하면 되니까 406루블)

@ 장점 : (당연한 말이지만 둘만 쓰기엔) 크다. 조용하다. 안전하다. 입지가 좋다. 시설도 좋다. 주인과 WhatsApp으로 매우 연락 잘 된다

@ 단점 : 매트리스는 별로(하지만 침실이 두 개라 각자 한 방씩 차지하고 편히 지냈다). 샤워부스 물빠짐이 느림. 엘레베이터가 올라올 때 소음/진동 발생(하지만 출퇴근 시간, 그것도그 때 몇 번 말고는 조용 - 김원장 말로는 이 아파트에 몇 가구 안 사는 것 같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엘리베이터 소리가 그만큼 거의 안 난다고 ㅎ)   

@ 위치 : 미리 알아온 그 위치. 투숙 전날 주인에게 연락이 오기를st. K. Marksa 42, flat 41, 9th floor, 2nd entrance from the Circus. For an hour, inform. See you라기에 9층의 41호라는건 미리 알 수 있었다. 다만 서커스에서 두번째 입구라는건 뭔 말인지 영 알 수가 없었는데 건물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바로 무릎을 칠 수 있었다. 만약 서커스장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라면 해당 아파트로 진입하는 두번째 공용 현관을 이용하라는 소리였으(우리의 경우 공원 쪽에서 내려가는 길이었으므로 두번째 현관은 아니었지만 41호라는 건 알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다만, 처음에는 서커스장과 숙소가 이렇게 가까운 줄 모르고 서커스에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나. 근처에 어디 서클이 있나 그랬다는)

그러니까 우리네 기준이라면 한 층에 두 집씩 있는데 9층이고 + 공용 현관이 다르므로 = 우리 숙소의 경우 2092호(혹은 2동 902호?)쯤으로 부를 것 같은데... 여기는 그냥 일련번호 붙여 쭉 부르는 모양이더라. 첫번째 현관 벽에 1-20호인가 1-21호인가 붙어있고 두번째 현관 벽에 21-41호인가 22-41호인가 하여간 그런 식으로 붙어 있다. 참고로 공용 현관마다 해당 입주민들이 마련해 놓은 것으로 짐작되는 보안 락도 있다. 우리 현관의 경우에는 패스워드 입력.      

@ 기타 : 부킹닷컴 안내로는 "A security deposit of USD 100 is required upon arrival for incidentals. This deposit is fully refundable upon check-out and subject to a damage inspection of the accommodation"라고 하길래 따로 100불을 준비해 두었는데 막상 지불하려니 필요 없다더라 ㅎ


맨 아래 육중한 회색 철문이 우리 숙소가 이용하는 공용 현관이다. 우리 숙소는 오른편 꼭대기 김원장이 발코니 창문 열어놓은 집.


공용 현관 번호키에 암호를 입력하면 철문을 열 수 있다. 철문 열고 들어서면 한국과 비슷하게 각 세대가 이용하는 우체통이 있고(그렇다면 우체국 아저씨도 비밀번호를 아시나) 엘리베이터가 있다. 1층은 전반적으로 이 동네가 흔히 그렇듯 허접해 보이고 촌스러워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또한 다소 전형적이라 하겠다. 일단 좁다 ㅎ 숙소 체크인 마치고 공용 현관 여는 법 배우려고 메이드 모녀와 함께 다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는데, 넷이 타니까 움직이기가 어려워 ㅋㅋㅋ 중간층에 한 여성분이 서 계시다가 우리 꼴 보더니 그냥 니들끼리 내려 가라고 ㅎ  



울 숙소는 (꼭대기 층이기도 했고) 매우 조용했는데 - 면한 도로 자체가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일방통행 돌길인데다 + 아파트는 이중창이었고 + 침실들은 둘 다 모두 도로 반대편으로 배치된지라 - 유일하게 소음/진동을 느낄 때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올 때였다. 과장 좀 보태면 그 때는 집 전체가 지잉~하고 울리는 듯 ㅋ 상기 첨부한 동영상을 보면 거의 꼭대기층에 다다를 때 소음/진동이 심하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른편으로는 거실


거실 밖으로는 발코니


밤에는 여기서 불꽃놀이도 봤다


왼편으로는 침실 두 개


 김원장이 사용한 작은 침실


 나는 소중하니까 큰 침실 ㅋㅋㅋ



정면의 왼편으로는 세탁실과 욕실이 차례로 있고, 정 정면에는 화장실이 따로 있다


정면의 오른편(거실 뒤쪽이라고 해야하나)으로는 부엌


매우 커다란 최신 엘지 냉장고가 뙇. 역시나 외관과는 다르게 실내는 제대로라는 ㅎ


예약할 때부터 숙소측에서 미리 도착 시각을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 주인과 우리가 만나야 하니까 - 우크라이나 공항에서 뱅기가 미뤄지고, 벨라루스 공항에서 입국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내 똥줄이 탔다. 난 우리가 숙소에 1시 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래서 집 주인 '이리나'도 본인이 1시 전에 와서 얼리 체크인 가능하게 해주겠다고 약속 했었는데! 

그래서 민스크에 도착하자마자, 그리고 공항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계속 보고를 했더랬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하고. 그랬더니 이리나 왈 전혀 신경 쓰지 말고 오라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우리가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숙소에는 모녀로 보이는 여인 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왓츠앱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에 비해 아주머니는 영어를 거의 못 하셨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러려니 했다 ㅎ 숙소에 대한 (러시아어로 추정되는) 설명을 듣고(이걸 들었다고 할 수 있나? ㅋㅋㅋ) 숙박비를 지불하고 뭔 알 수 없는 키릴 문자들로 가득 채워진 종이를 두 장 받을 (혹시나 해서 벨라루스 출국 심사때 거주등록 대용으로 이 종이들이 필요할까봐 챙겨뒀지만 기우에 불과했음 ㅎ) 때 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가 이리나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이리나가 아니고 이리나가 언급했던 적이 있는 메이드였다 ㅎ 딸은 엄마의 청소 일을 도와주러 함께 온 것이었고(뭐시여. 이리나는 자기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면서 전혀 신경 쓰지 말고 오라고 했던 거였어? 아니, 자기가 기다리는게 아니니까 저렇게 얘기한건가? 하여간 좀 뜻밖이었다. 벨라루스도 메이드를 쓰는 나라라는 사실이... 나중에 우리 집 옆에 청와대가 있다는걸 알게 된 우리는, 이 아파트가 보기엔 이래도 어마어마한 상류층이 사는 아파트겠어... 이런 말도 나눴지만, 모르지 뭐. 진실은 저 너머에 ㅎ) 


아주머니의 숙소 설명에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무조건 그저 다, 다, 다(=Yes)로만 일관하다가... 다른건 몰라도 가장 가까운 수퍼마켓 위치는 알아야겠기에  이제 막 떠나려는 아주머니를 붙잡아 수퍼마켓이 어디인지를 영어로 물어보니까, 아줌마가 잠깐 당황하시더니 갑자기 당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셨다. 그러더니 구글 번역기를 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깜짝 놀랐네. 나보다 10살 이상 많아 보이시는데 훨씬 스마트 하셨어. 그래서 아주머니와의 남은 대화는 놀랍게도 구글 번역기와 구글 맵의 신기술력을 이용해(물론 완벽하게 번역되지는 않더라만 ㅎ 무리는 없었다) 수퍼마켓 위치도 어렵지 않게 득템할 수 있었다(밝히자면 공원 맞은 편 건물 안에 꽤 커다란 Centraĺny ŭniviersam 수퍼마켓이 꼭꼭 숨어 있었다. 그 건물엔 ATM도 있고 환전소도 있다). 아아 진작 구글에 투자했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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