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항공권을 구입할 때 오직 가격만 봤다면 - 무조건 싸면 장땡이니라

이제는 스케줄도 제법 고려한다 - 장거리를 탈 때 약 먹고 완벽히 뻗어버리는 김원장은 밤 뱅기도 그다지 꺼려하지 않지만, 같은 약에 위장관계 트러블을 겪는 나로서는 최대한 낮 뱅기를 고집할 수 밖에 없다. 덧붙여 단거리라고 해도 평소의 수면 사이클을 방해하는 늦은 밤부터 새벽 시간대의 비행편은 이제 탈락 후보 1순위다. 물론 무조건 탈락은 아니고 가격 경쟁력이 상당하다면 그 또한 고려 대상이지만 ㅎㅎㅎ

여하튼 셀프로 책정한 적정 예산 내라면, 요즘은 바이오 리듬에 가장 부합하는 비행편을 선택한다.   


터키에서 몰도바로 향하는 오후 3시발 에어 몰도바 항공편도 마찬가지였다. 조식 챙겨주는 이스탄불 숙소에서 배불리 늘어지게 먹고, 12시 체크아웃 시각까지 칼 같이 누리다가 12시쯤 하바타쉬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면 오후 1시쯤 될테니... 이건 뭐 딱이었다. 바로 이전 비행에서 싼 맛에 오전 7시 10분 뱅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알람 맞춰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에어 몰도바 스케줄은 왕 착해!


사족으로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 Chişinău의 러시아식 이름은 키시네프 혹은 키시뇨프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키시너우의 공항 코드는 KIV이다. 문제는 내가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여행을 연달아 계획하다보니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KIEV (키예프)랑 계속 헛갈리는거다. 항공권 검색할 때 보통 코드를 이용하는 나로서는 자꾸 실수를 반복했었더랬다. 이것도남들은 안 헛갈리는데 나만 이러는거겠지 ㅎㅎ


1. 참고로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 이름은 보리스필 국제 공항이라 그런지 KBP 라는 코드를 쓰고 있다. 

2. 참고로 우르라이나 키예프 Kiev 또한 러시아식 이름이며 (편의상 이번 여행기는 키예프로 작성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브 Kyiv 라고 한단다. 앞으로는 키이브에 익숙해져야지(http://blog.naver.com/headworker/220941985423).


그런데... 베이루트에 머무를 때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온라인 체크인 안내 메일인줄 알고 클릭했더니,


Dear passengers,

 

Please be informed that the schedule of (9U/746) Istanbul - Chișinău  flight for the 30 of June 2017 was changed and now will be operated according to the schedule below, departure being later:

 

FLIGHT

ROUTE

DATE

DEPARTURE

ARRIVAL

(9U/746)

Istanbul -Chișinău

30JUN17

21:00

22:10

 

We recommend you to be at the airport 3 hours before departure time the latest.  

Please, confirm that you took notice of this information by answering to this email. 

Air Moldova brings its apologies for any inconvenience caused and wishes you a nice flight! 


헉, 장난하나? 오후 3시에서 밤 9시 출발로 바뀌었다니!!! 이런 된장. 이러면 열심히 찾아보고 예약해 온 의미가 없잖아! 설상가상으로 몰도바 키시너우 공항은 밤 10시 전에 대중 교통편이 끊겨 버리는데 ㅜㅠ 아 쓰봉 22시 10분 도착이라니 욕이 막 나온다. 

상황이 그러하니 이 이메일에 답장을 해서 순순히 컨펌을 하기 전에 일단 해당일, 다른 대안이 있나부터 급하게 찾아 보았지만... 

흠... 어쩔 수 없다. 탑승일이 며칠 남지도 않은 시점에 다른 항공편들과 비교해 보자니 당연히 이 기존 항공편이 월등히 쌌... 그냥 컨펌하는 수 밖에. 아아 나는 가격의 노예. 웃프도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래, 알았다고 답장을 했는데...

한 두시간이나 지났으려나? 갑자기 몰도바 국번으로 전화가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하필 레바논은 따로 준비해 온 심카드로 데이터 사용이 불가능한 유일한 국가였던지라 그걸 빼고 기존의 내 심카드를 삽입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 항공권 구입시 비상 연락처로 입력했을 내 원래 전화번호로 전화도 기가 막히게 잘 오네 그려. 국제 전화비도 어쩐지 내가 낼 것 같아 안 받고 싶은데, 행여 안 받았다가 이스탄불 공항에서 당신, 티켓, 그 날 전화 안 받아, 취소, 뭐 이 따위 말 듣게 될 것이 두려워 ㅜㅠ 둑흔둑흔 가슴을 부여잡고 받음.


그런데 ㅋㅋㅋ 내가 헬로우, 하니까 순간 그 쪽에서 흠칫, 하는게 느껴졌다. 언냐가 아마도 몰도바어/루마니아어/러시아어 3개 국어만 유창하고 한국어 내지 영어는 잘 못 하는 듯 ㅋㅋㅋ 한 마디로 수화기 너머의 내가 영어로 응대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고나 할까. 아 웃겨라. 서로 에어 몰도바/이스탄불/키시너우/딜레이/체인지 뭐 이런 단어 몇 개만, 리슨 앤 리피트 수업 시간도 아닌데 괜시리 서로의 말을 따라하다가 대화가 끝남. 물론 맨 마지막에 언냐가 "쏘리"를 붙이긴 하더라(하마터면 그마저 따라할 뻔 ㅋㅋㅋ). 말로만 쏘리면 뭐해 힝. 시내까지 들어가는 택시비라도 보상해달라!(만약 여행지가 미쿡이었으면 보상 절차 열공 들어갔을 듯 ㅋㅋㅋ) 내 몰도바가 코소보와 호형호제하는 유럽 최빈국이라 참는다


여튼 그리하여 오늘의 뱅기는 밤 9시 출발로 바뀌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으아 이건 내가 원하던 그림이 아냐


(온라인 체크인도 내가 일빠로 했나봄 ㅋㅋㅋ 공항에 3시간 전에는 죽어도 가기 싫은 녀자)


에어 몰도바 홈페이지 https://www.airmoldova.md/


@ 가격 : 2인 120.8 유로 (148,000원) 즉 1인당 74,000원. 그러하다. 이것이 당시 최저가였다

@ 사전 좌석 배정 : 딱히 선호하는 좌석은 나오지 않은 채 일반 좌석 지정에 10유로씩이라 예약 당시에는 그냥 포기(but 아랫줄 참조)

@ 체크인 : 24시간 전 온라인 체크인시 좌석 지정 가능. 비상구열로 보이는 한 열만 지정 불가고 나머지는 열려 비즈니스석 바로 뒤 맨 앞열로 지정 완료

@ 소요시간 : 1시간 10분(스케줄이 바뀌면서 공식 비행 시간도 20분 줄어 들었다. 그나마 위안)

@ 기내식 : 간단한 샌드위치. 이게 얼마만에 받아보는 기내식인가!

@ 기타 : 뱅기 스케줄이 갑자기 (안 좋은 쪽으로) 변경됨 그리고... 


예정된 보딩 시각은 8시 15분이었다. 라운지에서 해당 게이트까지 5분이면 가겠지 하고 나섰지만, 이스탄불 공항이 혼잡+꼬불꼬불했던지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래서 게이트에 살짝 늦게 도착했는데... 어라? 또 게이트에 사람이 없네 ㅋㅋㅋㅋㅋ 이스탄불 올 때랑 데자뷔. 이번엔 당황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옆 게이트에 아까 체크인할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했던 사람들이 보이더라. 내 허락도 없이 나 몰래(?) 게이트가 바뀌었나 보군, 하고 그들이 보이는 적당한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어라? 갑자기 다들 어디가심??? 주섬주섬 승객들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게이트가 또 다시 바뀐 모양




이번엔 대체 어디로 바뀌었단 말인가 싶어 전광판을 들여다 보는데... 전광판의 숫자는 (두번째 숫자도 아니고) 아예 처음 숫자 그대로였다. 체크인시 우리 뒤에 서 있었던 터키인 아저씨가 전광판 앞에 서 있던 우리를 알아보고는 이번엔 310번으로 바뀌었데! 하시더라.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우리도 짐을 챙겨 다시 310번으로 가려는데... 생각보다는 거리가 좀 되더라. 걷는 와중에 다시 전광판을 보니, 어라, 우리가 타야할 게이트는 310번이 아니고 210번이었던 것이다. 이 갈림길에서 210번은 계속 직진이고 310번은 우회전인데... 우리는 전광판을 믿고 210번으로 고고씽했다. 역시 210번이 맞았네. 몰도바 꼬마 숙녀 가족도 도착 완료. 어라, 그런데 좀 전에 우리를 챙겨준 터키인 아저씨가 여기 안 보여! 이번엔 우리가 터키인 아저씨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210번으로 찾아오는 아저씨와 반갑게 도킹. 아저씨는 우리에게 자신이 잘 못 가르쳐 준 걸 깨닫고 310번 앞에서 우리를 챙겨 데리고 올 양으로 기다리다가 오시는 길이라고 ㅎㅎㅎ 터키를 떠나는 순간까지 쌓이는 터키인과의 우리가 남이가 스타일 애정.


하여간 이렇게 헤쳐모여~ 몰도바로 가는 승객들은 210번 게이트 앞에 다 모였는데... 정작 보딩은 전혀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밌는건, 우리나라 같으면 진작 게이트 앞에 항공사측 직원이 도착해 승객들에게 상황 설명이라도 하거나 뭐 그래야 할 것 같은데(물론 빗발치는 항의를 온몸으로 감수해야 하겠지만), 이건 뭐, 아무도 안 나와. 아무도 관심이 없어. 우리는 이스탄불 공항의 버려진 승객들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보딩 예정 시각은 8시 15분

우리가 두 번 변경된 최종 게이트 앞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0분쯤?

현재 시각 오후 9시 정각

9시 5분에 베이루트로 가는 항공편 게이트는 진작 닫혔구만, 우리는 여전히 고 투 게이트다. 고 투는 개뿔. 진작부터 다들 와 있었어.

그나마 위의 두 편처럼 흐미... 3시간씩 딜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행여 딜레이라도 되면 김원장 대폭발 확정), 

아니 딜레이가 되면 된다고 알려나 줄 것이지, 딜레이 오래 된다고 하면 다시 라운지나 가게, 이렇게 게이트 앞에 무작정 얼마나 앉혀둘 생각인지.

이 와중에 한국인 김모씨는 왜 226번 게이트로 안 가고 버티고 계신지


마치 타이타닉에라도 탄 사람들처럼 같은 운명에 놓인 키시너우행 에어 몰도바 승객들끼리는 묘한 동류 의식에 휩싸여 ㅎㅎㅎ

에라 모르겠다 우리도 아무 생각 없이 몰도바 꼬마 숙녀 "미라"랑 신나게 뛰어 논다 (우리랑 잘 노니까 엄마가 아이 이름이 미라라고 알려줌)

미라한테 자판기에서 과자 하나 뽑아 선물해 줬는데, 미라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해도 안 하고 나 때리고 도망 다니고

미라 엄마가 가방에서 다른 과자 꺼내 우리 주라고 시켜도 남 주기 아까운지 들고 도망가서 지가 다 먹은 미라 ㅋㅋㅋ 귀여운 지지배 같으니

(이 자리를 빌어 밝히건데 이 아줌마 보기와 달리 과자에 환장하고 그런 사람 아니란다)


어떻게든 되겠지~ 언제고 가겠지~ 하면서 미라랑 놀다 갑자기 승객들이 웅성웅성하길래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머시여, 이제야 도착한게냐. 지금까지 안 와 있었어? ㅋㅋㅋ 여튼 왔네 왔어

9시 40분도 넘겨 보딩 시작

우르르 착석하고 시계 보니 9시 55분

몰도바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터프하네... 그 와중에 이륙 순서까지 밀려서 10시 25분에야 ㅜㅠ  드디어 떴다 떴다 비행기. 대체 얼마나 늦어진...

(근데 왜 아무도 항의 안 하지? 네네 저는 쌈닭의 나라에서 왔답니다)

기장님 말쌈으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몰도바 키시너우까지는 1시간 비행 예정이라고 한다. 


헛 그 1시간 비행에 먹고 떨어져라 후다닥 기내식 하사. 기내식이라니!!! 

이번 여행 대한항공 첫 구간 이래로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 비행에선 접하지 못 해 까맣게 잊고 있던 단어!

아아 그 이름은 기내식!!!

(옙, 오늘은 여덟번째 비행이 되겠습니다. 김원장 입에선 진작 이런 소리가 나왔었죠 "내가 승무원이냐?" 까먹은 모양인데 댁이 정한 일정이요)



먹을 거 주는 바람에 용서가 되려고 함 ㅋㅋㅋㅋㅋ 자애로운 써티


비록 딱 한 번 타봤지만... 본 투 플라이로는 아닌 걸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