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매우 인상적이었던 샤갈의 전시회를 보고 레 보 드 프로방스에서 생 레미 드 프로방스로 가는 길(아아 정말 지명부터 프로방스야!)


한낮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레 보 드 프로방스 성 구경은 과감히 제꼈지만, 생 레미 드 프로방스 들어가기 전에 고흐가 자진해서 입원했던 정신병원에는 가보고 싶었는데... 김원장이 피곤하다며 일단 숙소로 들어가 쉬다가 오후에 다시 나오던지 하자고(보통 이러면 안 나오던데).   


손지연님의 고흐의 흔적을 따라서 http://romabike.eurobike.kr/bbs_2013.php?table=tongsin&act=view&gcd=3139&T_CON=FR




Hôtel l'Amandière


홈페이지 http://www.hotel-amandiere.com/index-eng.html

@ 예약 : 홈페이지 통해 조식 불포함 에어컨 달린 Standard Room을 91유로에 예약. 이외 0.9유로/인 택스 별도. 총 92.8유로 지불

@ 장점 : 딱히 이 집만의 특장점은 없지만... 생 레미 드 프로방스 장날에 맞춰 장터까지 걸어갈만한 거리의 조용한(그리고 예산에 맞는) 숙소라는 조건에는 딱 들어 맞았기에 만족

@ 단점 : 시내까지 상쾌하게 걸을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걷자니 은근 멀다. 남들은 침대가 불편하다고 하는데...(우리는 완전 뻗어 있어서 잘 ^^;;;)

@ 기타 

- 날이 더울까봐 에어컨 달린 방으로 예약했는데, 날은 분명 더운 편이었으나 몸살로 인해 써먹지를 못함 ㅋ

- 체크인시 친절한 아저씨가 내일 조식 먹을래? 묻는데 순간 넘어갈 뻔 ㅎ - 조식은 1인당 10유로라서 일부러 예약에 포함 안해왔는데

- 이번 여정에 있어 가장 작은 방이라 신경이 좀 쓰였는데... 우리가 작아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불편하다고 느껴지진 않더라. 다만 구조상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분리 배치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비행기 분위기가 나긴 한다 ㅎ





아주 작은 발코니


2층 빨래 걸린 방이 우리 방 - 엘레베이터 그런거 없다





오늘의 셀프 축하주. 고흐와 샤갈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진짜 "프로방스"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드디어 왔어! 


이번 여정은 분명 그간 서유럽에서 김원장이 못 가본 6개국-모포안산리룩-을 찍는 것으로 계획되었고 그렇게 진행되고 있지만, 나로서는 그 사이사이 내 맘대로 채워넣은 ㅋㅋㅋ 안달루시아/프로방스/토스카나가 오히려 본 목적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게다가 이 3곳만 놓고 보자면 간 개인적인 국가 선호도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이었지만, 지방 기대도는 프로방스>토스카나>안달루시아 순이었기에 이번 여행에 있어 내게는 바로 오늘과 내일이 하이라이트(내일 아침 프로방스의 장날이 정점!)였다. 그러니 어찌 이런 날 술이 빠질쏘냐        


하여간 이렇게 짠~하고 건배할 때까지만 해도 둘 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숙소에 들어온지 한 두시간도 되지 않아 둘 다 동시에 몸살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래 이거.

김원장은 그간 쉬지 않고 달려온 음주 때문이 아니겠냐며 애꿎은 술을 탓했지만, 술병이 뭔 동시패션으로 걸리나. 말도 안 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까 샤갈 전시장에서 좀 오래 있었던 게 그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처음에 김원장이 나가자고 할 때 나왔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데, 내 감성이 급 돋는 바람에 더 머물렀던 것이 화근이었던 듯. 때문에 아마도 냉방병 비슷한게 찾아온 게 아닐까...(전시장 밖은 꽤 더운데 전시장 안은 제법 춥다) 하여튼 보다 늙은 김원장 증상이 더 심하긴 했지만(김원장 왈 여기가 유럽이 아니었으면 영락없이 말라리아라고 의심했을 거라고) 나 역시 오한 발열 근육통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던지라 때 아닌 시각에 각자 침대에 드러누워 한동안 이불 꽁꽁 둘러덮고 땀 뻘뻘 흘리면서도 끙끙 추워했다는 ㅜㅠ 


몇 시간 뒤 잠시 정신을 차린 김원장과 셍 레미 드 프로방스 센터만 겨우 둘러보고 - 고흐 정신병원까지는 불길한 예감대로 가질 못 했고 -



라벤더와 고흐



돌아와서 다시 약 먹고 뻗음. 아아 다른 데도 아니고 하필 프로방스에서 이게 뭔 일이람.

그래도 하룻밤 푹 자고 나니 내 경우 적어도 70-80%는 회복된 듯 하여 다행인데, 김원장은 여전히 빌빌대고 있다. 쩝. 그러길래 나 약 먹을 때 같이 먹자니까(본인왈 먹어봐야 소용 없다며 안 먹겠다니 뭐 어쩌지도 못 하겠고... 그런데 그럼 왜 나 먹을 땐 안 말렸어?). 하여튼 그렇다면 나 혼자라도 장 구경을 갈테야. 프로방스 여정에 있어서도 가장 기대했던 것이 다름아닌 바로 오늘, 장날 풍경이라고! 

말하자면 남들처럼 아비뇽이나 아를, 혹은 이 근교 작은 마을 어디든 간에 베이스를 잡고 며칠간 머물며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방사형으로 구경을 다녀오는 여정이라면 모를까, 우리의 경우 둘 다 왕복/빠꾸/백트랙 이런 것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게다가 김원장이 원한 바, 일일 +- 200킬로 주행으로 매일 같이 숙소가 바뀌어야 했다) 거의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모양새인데 거기에 적당한 마을의 장날을 끼워 맞추려니 공력이 좀 들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인터넷을 통해 각 프로방스 마을들의 장이 열리는 요일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내 경우 루트 상에 있는 마을들 중 볼만한 장이 열리는 요일과 일정을 매치 시키려니... 수요일에 장이 열리는 생 레미 드 프로방스를 제 1의 목표로 선택하고 앞뒤 일정을 그에 맞게 과감히 조정해 왔더랬다(김원장이 아무리 하루 주행거리 200킬로를 주장했어도 전체 여정에 있어 단지 70킬로 남짓 이동으로 꿋꿋하게 계획해 왔던 날은 단 3번. 첫번째는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구경하는 날, 두번째는 프랑스 프로방스 장날 구경하는 날, 세번째는 스위스 체르마트 마터호른 구경하는 날이었다 - 하여 당근 어떤 날은 엄청 달려야 하는 반대급부가 발생 ㅋㅋㅋ그러니 이깟(!) 감기 몸살 따위로 그 중차대한 구경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김원장이야 이런 나와는 달리 기존에 프로방스 자체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 상태에서 여길 왜 왔으니, 내 아무리 오늘이 장날이라고 힘주어 말해봐야(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라 일부러 장날에 맞춰 온거라고!), 내 이미 세상 어지간한 장 구경은 다 했다(실제로 우리가 15년째 일하고 있는 동네에도 5일마다 장이 선다 ㅋㅋㅋㅋㅋ), 로 나오는 인간인지라... 그래, 그리 아픈데 굳이 댁까지 갈 필요 있겠우 / 댁은 계속 주무시게 / 하고 나만의 로망을 실현하러 혼자 길을 나섰다(이럴 줄 알고 도보 가능 거리에 숙소를 잡아온 것은 아니었는데).  

http://www.saintremy-de-provence.com/markets-in-provence.html
https://www.tripadvisor.com/ShowTopic-g187208-i136-k6442188-Best_markets_in_Provence-Provence.html



...The Provencal market in Saint-Rémy-de-Provence has regularly held the morning Wednesday. It is Republic Square , Boulevard Mirabeau , Marceau avenue , Rue Lafayette and Place Jules Péllissier appointed as Town Hall Square is the large car park in the early Tarascon road and Maussane and before the town hall more center...



줄서서 바게트 사는 풍경을 보니 진짜 프랑스에 온 것 같아 ㅎ

 








상품 선전에 열 올리며 호객하던 아저씨
















따지고 보면, 프로방스의 장날로서 이론상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던 것 같다. 갖춰진 외부 조건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프로방스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오랜 시간 혼자 상상해왔던 그 어떤 것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장이었다. 내가 내내 머릿속에서 그려왔고 실제로 만나길 바랬던 풍경은 좀 더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눈부신 그 어떤 것이었다. 내 상상속의 프로방스 장이라면 은밀하면서도 좀 더 오감을 자극하고 이방인에 대한 경계감이 느껴지는 가운데에서도 마음을 확 휘어잡아야 했다. 뭐랄까, 엄청 재미나게 읽었던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큰 기대를 안고 얼른 상영관으로 달려가 영화를 봤는데, 막상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원작의 감동이 더럽혀진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오늘이 그와 비슷했다. 십년 이상 물 주고 볕 쐬어주며 무럭무럭 가꿔온 나만의 기대가 너무 컸다고 밖엔. 이 컨태미네이션을 어떻게 되돌린담? 다시 책들을 꺼내 정화 정독해야할 듯. 현실 부정 마치 안 갔다온 것처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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