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피레네에 왔다는 핑계로 별 구경 좀 했는데, 뜻밖에 별이 제법 보이네 싶더니 아침엔 활짝 개었다


활짝 갠 것이 우리에게만 좋은 소식은 아니었던지... 오늘 아침(일요일)엔 아예 뭔 모터사이클 대회를 우리 숙소 바로 앞에서 개최하더라(어쩐지 아침부터 계속 부르릉거리더라니). 때문에 수 십대의 모터사이클들이 30초 간격으로 차례로 모두 다 출발할 때까지 김원장은 방에서 안 나오고 욕 하면서 숨어 있었음 ㅋㅋㅋ (얘네가 한 바퀴 돌아 다시 이리로 오면 어쩌나 했는데, 마지막 모터사이클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떠나자마자 다행히 주최측도 서둘러 짐 싸더라. 아마 결승점은 다른 지점인 듯)




그리하여 평온을 되찾은 후 가진 아침 식사. 어제 배운대로 마늘 토마토 소금 올리브 촵촵촵 


먹고 살겠다는 빙다리 핫바지 김원장의 빠른 손놀림


달걀은 각자 취향대로 바로 따끈하게 요리해서 가져다 주심 - 다시금 말하지만 록산느 아줌마 정말 친절하다



이거 다 에스빠냐에서 수입해 온 과일이겠지?


안도라를 떠나기 전 김기사의 몸풀기 아드드드드


자, 이제 산 마리노를 향해 (일단 프랑스 프로방스로 + 그리고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ㅋㅋㅋ) 가자!!!


산길을 꼬불꼬불 다시 내려와 안도라의 수도 '안도라 라 베야' 쪽으로


안도라 라 베야는 물론, 큰 마을 대부분이 계곡 내에, 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주차만 편하면 아무리 볼게 없데도 안도라 라 베야 구경을 잠깐 하고 갈까 했는데... 딱히 마땅치 않아 보여 그냥 지나치기로. 

안도라 라 베야 안 봤다고 안도라 안 가본 거 아니잖아? ㅋㅋㅋ 우리끼리 자위



표지판에 등장한 프랑스(로 사료되는 Franca)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은근슬쩍 쳐들어온 카탈루냐어까지 어리바리 했는데... 이젠 불어의 습격인가




소문대로 나라가 그냥 커다란 스키장 같다 ㅋㅋㅋ 곳곳에 스키 관련 간판이며 숙박 시설이며 슬로프며 리프트며... 겨울이 성수기일듯 



피레네 산맥을 가로 질러 프랑스를 향해 달리다보니 왜 안도라가 프랑스 문화권이 아닌 카탈루냐권인지 자연스레 알 것 같다. 들어 앉은 입지부터가 친 스페인 성향이야 ㅎㅎ 스페인에서 안도라 들어오는 것보다 안도라에서 프랑스로 나가기가 어렵다

길고 비싼 유료 터널을 통과하여



국경에 도착. 듣기로 안도라에 입국할 때는 신경 안 써도, 안도라에서 나오는 차량들은 술 담배 사재기 우려 때문에 검문 검색을 한다더니... 몇 대가 잡혔더라. 샅샅이 뒤지데. 우리는 행색이 이러하여 그런지 힐끗 보는 척하고는 아무런 제지가 없어 바로 통과. 이제 프랑스로구나. 예전의 형식적인 절차마저도 사라진 요즘엔 허탈할 정도로 국경을 수이 넘나드는 유럽(여기선 솅겐조약국)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여권 꺼낼 일도 없고... 우리만 해도 명색이 그제는 스페인에서 자고 어제는 안도라에서 자고 오늘은 프랑스에서 잘 예정인데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 ㅎㅎㅎ   




피레네를 어지간히 내려오고 난 뒤,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가기 보단 지방도를 이용해 천천히 가는 루트를 선택한 김기사.

그러자 오토바이가 줄어들고 자전거 여행자가 확 늘어났다. 심지어 영국 여행사들이 자전거 여행객들을 모아 이 동네 상품으로 개발해 온 듯.


오토바이든 자전거든 이런 구석 구석까지 찾아와 내달리며 한껏 여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김원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찌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이 너무 무료해서 발악들 하는 것 같지 않아? 하고 ㅋㅋㅋㅋㅋ

쇼펜하우어였던가.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거라고



고통과 권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또 한 사람


피레네 아래 프랑스의 작은 길들은 굽이굽이 다채롭고 풍요롭고 참 아름다웠다. 안달루시아를 떠난 이후 간만에 다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 아름다운 시골길 드라이브의 귀결은 한편으론 "내일부터는 어지간하면 그냥 고속도로 타야겠다"는 교훈을 김기사에게 안겨준 모양이지만 ㅋ






Château de Gramazie


@ 홈페이지 http://www.chateaudegramazie.com/

@ 예약 : 홈페이지 통해 조식 포함 Suite룸을 1인당 0.5유로 세금 포함 총 136유로에 예약

@ 장점 : 정식 릴레 앤 샤또(https://www.relaischateaux.com/) 멤버는 아니지만, 노렸던 프랑스에서의 샤또 맛보기 프로젝트로는 대만족(김원장 표현에 따르면 입지가 떨어져서 이 가격대가 가능한 것 같다고)

@ 단점  

- 방안에서는 연결이 잘 안 되는 인터넷

- 숙소의 품격에 비해 좀 처지는 조식단

- 바로 앞 교회 종 소리(매 시마다 그만큼 땡땡땡. 몇 분후 리마인드인가 또 그만큼 땡땡땡. 추가로 매 시 30분마다 땡). 처음엔 오오 유럽에 온 것 같아! 아잔하고는 또 달라! 그래가면서 운치를 느꼈는데 나중엔 ㅋㅋㅋ 밤 10시까지는 들은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자서 모르겠다. 

@ 기타 

- 숙소는 크게 두 동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타입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고성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겉은 신식으로 보이는 건물(?)을 택했는데 이 건물 객실이 옛 분위기가 나고, 반대로 겉이 구식으로 보이는 건물의 객실이 오히려 모던하게 꾸며져 있다.    

- 전체 부지, 건물, 객실은 모두 크고 아름다우나 지금처럼 겨우 가족(?) 몇 명이 운영해서야 세심한 관리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 

- 투숙객이 많다면 수영장 뷰가 시끄러울 것 같아 반대편 객실을 택했는데... 야외 수영을 하기엔 춥고 투숙객이라고는 샤또동에 우리말고 노부부 한 팀, 호텔동에 젊은 커플 한 팀 뿐이었던지라, 차라리 수영장쪽이 교회쪽보다는 종소리가 조금이라도 덜 들리지 않았을까 한다 




한국인으로는 첫 투숙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우리 생각엔 그간 너무 시골로만 댕겨서 프랑스 이전에 묵은 집들도 몇 그랬을 것 같아요 ㅋ)



와우 돈을 좀 더 쓴 보람이 있구만 (Suite을 질렀더랬다)



욕실 또한 얼마나 큰지 자체로 어지간한 숙소 크기여서 원한다면 변기에서 침대까지 자그마치 3개의 문으로 완벽 격리가 가능하겠더라



커다란 창으로 햇볕이 마구 쏟아지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만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불어를 하고 에비앙이 3.9유로라... 흠냐... 프랑스에 온 게 맞구나 ㅎㅎㅎ 


그딴 건 절대 돈 내고 안 먹어준다. 우리는 우리끼리 프랑스 입성을 자축한다. 봉주르!



숙소 부지 산책











나참 오늘은 일요일이라 호텔 식당 영업도 안 한단다(어차피 안 먹었겠지만 ㅋㅋㅋ).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그저 대단하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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