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우리 숙소 건물>


<해상에서 바라보면 위티어와 숙소는 저렇게 보인다>


The Inn At Whittier

예약 : 홈페이지 통해 10% 할인 가격으로 159.71불  
투숙일 : 5월 3일 토요일(체크인 3시, 체크아웃 11시)
룸 타입 : Queen, mountain view (당근 sea view는 비싸진다)
기타 : 참고로 구글맵상의 숙소 위치는 틀렸다. 하지만 숙소가 선착장 바로 너머 워터프론트에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고 위티어가 워낙 작은 마을임을 고려하면 절대 못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언어적+경제적 이유로 자유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에서 일명 '액티비티'라 하는 것들에는 별로 참여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알래스카 빙하 크루즈의 경우에는, 그래도 이것 하나는 해주고 가야 남들한테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서 -_-; 이번 여정을 계획하면서 유일무이하게 항공편과 숙소 외 예약을 해온 경우이다. 


평소 자유여행을 할 때에는 (알람을 맞춰놓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일어날 수 있는, 말 그대로 "자유"가 있었는데, 12시 30분에 위티어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려니 괜시리 전날부터 무언의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위티어에 가려면 터널을 하나 통과해야 하는데 이 터널이 북미에서는 가장 긴, 기차와 자동차가 함께 이용하는 왕복 1차선 터널이기 때문에, 매 시간대를 15분 단위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기차와 자동차가 양방향으로 통과를 해야만 하는지라 12시 30분에 출발하는 우리 배의 경우 크루즈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아침 9시에는 앵커리지에서 출발하여 터널이 10시 30분에 열리는 타임에(그리고 15분 뒤인 10시 45분에 닫히는) 터널을 통과하여 위티어에 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하여 우리는 권고해 준 그대로 아침 7시 알람 맞춰 일어나 모닝 수영 한 판 하고, 아침식사 하고 오전 9시, 앵커리지를 떠나 위티어로 출발했다. 






앵커리지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네가 지금껏 머무르던 앵커리지는 알래스카가 아니었다는 듯, 대자연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다행히 우리의 주행을 가로막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 길을 따라 약 1시간 정도 달리니 터널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터널 왕복 통행료 12불을 지불하고 매표소 아줌마가 알려주는 대로 1번 레인에 차를 세운 뒤 다른 차량들과 함께 약 30분간 기다리자, 드디어 반대편에서 나오는 차들이 끊기고 우리측 도로에 파란 신호등이 켜졌다. 





그리고 표시등에 따라 일정한 차량 간격을 두고 터널에 진입. 짜잔. 정말 그 1차선 달랑 하나 안에 기차 선로까지... 예전 뉴질랜드 남섬 여행할 때 생각도 나고 마치 차원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 그렇게 위티어에 다다를 수 있었다. 



참고로 위티어는 아주 작은 항구 마을이라서인지, 크루즈 회사에서는 선착장 가까이 있는 유료 주차장은 12불, 선착장에서 좀 멀리 떨어진 유료 주차장은 5불이라며 안내해 주었는데, 나는 선착장 바로 옆 숙소를 미리 예약해 온터라 일단 숙소로 차를 몰았다. 미친 척 혹시 얼리체크인이 가능한지를 물었더니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럼 주차장 좀 먼저 쓰자, 나 크루즈 하고 올께, 이따가는 조용한 방으로 부탁해~ 하고는 숙소 앞 마당에 무료 주차로 일단 5불 굳히기에 들어갔다 ㅎ


배를 타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코딱지만한 위티어 항구 구경을 좀 하고,




오후 5시 30분, 크루즈를 마치고 배에서 내린 다른 승객들 대부분은 서둘러 주차장으로 가는 모습이었는데(아마 오후 6시부터 15분간 열리는 터널 타임을 이용하여 앵커리지쪽으로 나가기 위해서인듯) 우리는 터덜터덜 걸어서 눈 앞에 보이는 숙소로 향했다. 이름을 대니 방열쇠를 내주었는데 열쇠 봉투에 원래 배정되었던 방인 210호가 쓱쓱 지워지고 대신 308호라고 적어 두었더라. 아까 조용한 방으로 재차 부탁을 한 덕에 꼭대기층으로 한층 더 올려준 듯 싶다(내어준 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시 프론트에 내려가보니 내 얼굴 보자마자 직원이 미처 키를 못 바꿨다며 쏘리쏘리 하면서 새 키를 주는 일이 있긴 했다). 



겉모습만 보고 안도 후졌겠지 했는데, 낡았을지언정 깨끗하게 관리는 잘 되어 있었다. 방 안에는 없지만 대신 층마다 복도에 공용 냉장고와 전자렌지가 있어서 그 냉장고에 김치와 찌개용 된장, 고추장 따위를 보관해 둘 수 있었다. 


난방이 빵빵해서 방이 더운 건 이 집도 마찬가지였고, 침대는 내게는 좀 많이 푹신해서 약간 불편했다만, 그 점만 빼고는 (굳이 비싼 씨뷰가 아니어도) 마운틴뷰도 훌륭했고 나머지 사항 모두 그 정도면 준수했다(사실 우리에겐 숙소가 조용만 하면 일단 기본 점수는 받는거니까. 아마 터널로 외부 세상과 분리된 위티어의 특성도 한 몫 했겠지). 시설 수준만 놓고 본다면 숙박비는 좀 비싸다고 생각되지만, 한철장사 위티어의 숙소 조건상 이번 경우엔 숙소가 '갑'인듯.     


위티어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먹거리 구하기 (밝히자면, 우리는 아무 곳도 이용하지 않았...) 

항구쪽에 China sea 라는 중국집이 하나 있고, 



철길을 건너 다운타운(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지만) 방향으로 가면 이 동네 만물상급 그로서리가 하나 있다(아마도 주인은 중국인?).




참고로 위티어에서 우리가 한 크루즈를 누군가 하겠다고 하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 행여 10시 30분 터널 오픈 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아라. 다음 시간대엔 11시 30분에 통과해도 서두르면 충분히 12시 30분 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뭐 장담 하는 건 아니다. 나중에 못 탔다고 멱살 잡진 말았으면 좋겠다) 

# 99% 멀미는 진짜 안 한다(김원장 당신은 소중한 1%니까). 일단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자체가 아주 깊숙히 들어와 있는 해협인지라 파도가 없다시피하고, 이런 배를 카타마란이라고 하던가? 하여간 발이 두개라 일반 선박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소송이 흔한 미국에서 100% 장담한다니 믿어봐라.   

# 게다가 원한다면 5시간 내내 앉아있을 수도 있어 몸이 피곤할 일은 거의 없고 요즘 해가 길어서 밤 11시에도 환하니 앵커리지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우리는 다음 일정상 그냥 위티어에서 잤지만 위티어는 숙박하기에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은 곳이다. 

#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이 구간은 기차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 만을 끼고 달리는 기차길이 무척 멋있어 보였다(대학 시절, 혼자 부산에서 동해남부선인가, 바닷길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경주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이 나더라). 안톤 앤더슨 터널 통과는 뽀~너스


<숙소로 돌아와 오늘 구경한 동물들을 색칠해 보았습니다. 이딴 것들 말고 커다란 고래를 보여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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