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목요일 맑음 - 앵커리지에서 맞는 첫 날


Spenard Beach Park


생각했던 그림이 안 나와서 금세 후퇴.


Lake Hood Airfield 레이크 후드 수상 경비행장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경비행기 숫자보다 아니, 어디다 비교해봐도 절대 우위의 수상 경비행기 숫자를 자랑할 만한 곳.

매일 평균 233회 이착륙, 자그마치 여름에는 800회 이상을 하여 수상비행기 이착륙 횟수로는 북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장소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후드 호수가 완벽히 녹지 않아서 그런지, 현재로서는 그 모습을 때 맞춰 구경하긴 어려웠다. 


Kinkaid Park

<킨케이드 공원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한 장>


공원은 상상 이상으로 커서 바야흐로 미국에 도착했음이 실감났다. 그래, 미국은 이러했었다. 이래야 미국답고. 형!



킨케이드 공원에서는 Tony Knowls Coastal Trail을 찾아내어 좀 걸어봤는데, 기대했던 바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바닷가를 따라 아늑하고 호젓하게 걷는... 뭐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그와는 달리 황량하고 휑하고 썰렁하고(분명 계절탓도 있겠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더라. 18Km 길이로 뻗어있는 보행자 전용 해안 산책로, 라는 문장에서 내가 좋은 방향으로만 상상력을 총 동원했던 듯.    









숙소에서 한인마트쪽으로 가다보면 교민들의 교회/식당/가게 등이 솔찮게 보여서 한인들은 그 쪽에 모두 모여 계시는 줄 알았더니,
킨케이드 공원 가는 길에서는 노인정까지 보이고, 공원에선 한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광합성 하시면서 정담을 나누고 계셨다(참고로 앵커리지의 한인 수는 약 3천명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월 2일 금요일 맑음


Chester Creek Trail 


첫 날은 워밍업으로 그냥 내가 계획해 온 대로 앵커리지 구경을 하고 말았지만, 둘쨋날부터는 김원장 의견도 수렴해야겠다는 생각에 알래스카 공식 안내책자 던져주고 앵커리지에서 해보고 싶은 것 골라보라고 했더니, 신기하게도 내가 둘쨋날의 일정으로 골라온 체스터 크릭 산책로를 똑같이 찍었다. 참고로 안내서에는 '숲을 가로지르는 약 10Km 길이의 평탄한 산택로로 앵커리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책로 중 하나다 블라블라'라고 매력적으로 쓰여있다. 체스터 크릭 산책로 자체가 길기 때문에 접근하는 경로도 많은데 운전하는 김원장과 내비 역할을 하는 나 사이의 싸인이 안 맞아서 처음 계획해 왔던 시작점을 놓치는 바람에 일단 중간쯤 아무데서나 접근해 보기로 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어제의 토니 놀스 해안 산책로보다 분위기는 나아 보였는데 문제는, 이 산책로는 우리네 청계천 비슷하게 앵커리지 시내를 관통하기 때문에 사방에서 차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그건 김원장이 매우 싫어하는 상황이었고 그리하여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김원장은 바로 되돌아가기를 원했다. 


Far North Bicentennial Park 

<바이센테니얼 공원 구석으로 가는 길>


파 노스 바이센테니얼 공원 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떠나오기 전 공원 사진들을 구경하다가 이 곳은 영 우리 취향이 아니구나 싶어 처음부터 제껴둔 곳인데, 김원장이 체스터 크릭 산책로를 갑자기 안 걷겠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딱히 대안도 없고 해서 일단 가장 구석탱이로 가보기로 했다(Flattop쪽으로 가자니 너무 빡세보여서).

Hilltop 스키장 근처가 트레일이 많아 보여 일단 이 동네에서 걸어보기로. 


주변에 사람은 없는데 이런 표지판 보니까 교외도 아니고 설마 앵커리지에 곰이 나타날까...싶으면서도 은근 겁나더라. 김원장과 곰 만났을 때 주의 사항에 대하여 급 열공. 


처음에는 정처없이 헤매다가 걷다가 나중에는 South Bivouac Trail Head를 반환점으로 삼고 거기까지 다녀오기로. 




앵커리지에서 몇 곳을 돌아다니고 걷다보니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알래스카 사람들은 스키를 좋아한다. 한편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알래스카 사람들은 원반던지기를 좋아한다. 아무리 봐도 재미없어 보이는데 무척 집중해서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그 재미를 모르나 싶다.

(우연일수도 있지만) 앵커리지에선 유달리 스바루 차량이 많이 보인다. 김원장 말로는 눈길에 강해서 그런게 아니겠냐고 한다.

도로에 종종 보이는 낮고 넓은 중앙분리대는 범퍼 긁(히)기에 딱 좋아보인다. 다운타운에는 일방통행 도로도 많다.

어딜가나 개를 끌고 나온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본인을 위한 산책이 아니라 개를 위한 산책 같다. 곳곳에 끈을 묶고 다니라고 써있지만 보통 안 묶고 다닌다(우리는 상관 없지만 누군가는 무서워할지도). 보통 꽤 큰 개들로 실제로 처음 직접 보는 종류의 개도 있다. 

5월은 분명 성수기라 하기엔 부족한 시점이다. 날은 생각보다 너무 따뜻하고(심지어 한낮에는 덥다) 화창해서 놀라울 정도지만, 앵커리지 근교 트레일 코스의 경우 이제야 눈이 다 녹은터라 길이 덜 말라 걷기에 다소 불편한 구간이 있다(그래도 아직까지는 모기 없고 관광객 적고 무엇보다 성수기의 사악한 물가를 고려하면 다시 오래도 이 때를 고를 것 같기는 하다만)

대도시(?) 앵커리지의 대표 관광지는 역시 우리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알래스카라고 하여 뭔가 썸씽 스페샬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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