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 크루즈 회사 홈페이지 : http://www.phillipscruises.com/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 경우 알래스카, 하면 사실 떠오르는게 몇 없다. 빙하, 크루즈, 낚시, 연어, 맥킨리, 오로라, 개썰매, 에스키모... 정도?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알래스카 크루즈 상품이라고 하면 보통 시애틀 등지에서 출발하여 알래스카의 내수로 지역(Inside Passage)까지만 올라왔다 내려가는 일정이 대부분이다(대한민국인의 휴가 형편상 직장인들이라면 그 이상 여행하기도 참 어렵다). 하지만 일정을 좀 더 길게 빼면 사우스 센트럴 지역까지 들어오는 크루즈선들도 있다. 내가 지금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 와있는 것이고. 그러니 나도 크루즈를 해봐야지.  


보통 알래스카에 크루즈를 할 만한 장소와 크루즈 상품을 취급하는 배 회사는 몇 곳씩 있는데, 김원장의 경우 배멀미가 너무 심하여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100% 멀미 안 합니다,를 내걸은 위티어(Whittier)발 필립스 크루즈 회사의 두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처음엔 그래도 만에 하나 김원장이 멀미를 할까봐 3시간 45분 짜리던가, 보다 짧은 Glacier Quest Cruise를 할까 하다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의 말이, 이 동네에서 크루즈를 하려면 무조건 Esther Passage를 지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길래 김원장 멀미 따위 1시간 15분만 더 참으라고 해(응?) 하고 과감히 5시간 짜리를 질렀다(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예약 결제후 크루즈 회사로 메일을 보냈다. 우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제일 안 흔들리는 자리로 배정 부탁 한다고). 


그래서 그랬는지, 하여간 매표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좌석 배정표와 보딩패스를 받아드는데 어라, 자세히 보니 우리 자리가 윗층 맨 앞자리 A, B석 같네???(참고로 저 치킨은, 이 크루즈가 간단한 점심 식사 포함인데, 보통 제일 유명한 것은 이 동네 대구 튀김 즉 피쉬 앤 칩스인데, 아무래도 확신이 안 서서 하나는 생선, 다른 하나는 치킨으로 예약했더랬다)

    

저 배에 승선을 하고 우리 좌석을 찾아가니 


어머나 정말이지 2층 맨 앞자리, 아마 굳이 따지자면 전체 450명 정도 탈 것 같은 이 배에서 제일 좋은 6자리 중 두 좌석일 듯 ^__________^ 

물론 깜놀이게도 한 테이블에 총 6명이 앉게 되어 있어서(정면을 바라보는 안쪽부터 A B C, 배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앉게 되는 우리 맞은 편 좌석이 D,E,F) 우리 옆이나 앞으로 누군가 앉게 되면 5시간 내내 제법 불편하겠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배는 비수기 덕택인지 승객이 반 정도 밖에 차지 않아서, 실제로는 우리 맞은편으로 나홀로 여행객 하나가 좌석 배정을 받긴 했지만, 그녀는 역방향이라며 바로 다른 좌석으로 이사가 버렸기에, 우리 둘은, 그야말로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이, 그야말로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기분으로 5시간 내내 극도로 전망 좋고 편하게 배를 탈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말이지 이 배에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자리였다 ㅎㅎㅎ


고개를 돌리면 180도로 펼쳐지는 전경이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 


마냥 뿌듯한 맘에 음하하 음하하 하고 있는데, 만을 빠져나가 본격적인 장관이 펼쳐지기 전에 밥부터 얼른 준다고 하여 처묵처묵하고



<역시 우리 입맛엔 생선보다 치킨이지>


크루즈를 하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라길래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룰루랄라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방송 나오고(해석은 안 되도 분명 뭔가를 발견했다는 소리겠지) 선내가 소란스러워지면서 눈치껏 따라가보니 어랏, 돌고래!!!!!!


<사진을 수십장 찍었는데 건진게 이 모냥이라니>


배는 전 승객들이 돌고래를 잘 볼 수 있도록 배를 세우거나 돌려가며 안내해 주는데 김원장이 마치 사파리 같다고, 지켜 보라고, 지금은 모두들 나타난 동물에 들떠서 소리지르고 난리지만 조만간 다들 시큰둥해 할거라고 ㅋㅋㅋ(나중에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진다)


<성조기 휘날리며>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구명 보트에 급 관심 보이는 김원장>


배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루트대로 충실히 나아간다. 젊은 선장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과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간간히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모양인데 너는 떠들어라 나는 귀는 닫고 눈만 열어 놓을테다. 


Esther Passage는 기대보다 별로. 여기가 대체 왜 좋다고 한건지. 그나마 여기서 물가에 흑곰이 나왔네 아니네 한바탕 난리였지만 결국 선장 혼자(?) 발견하고 승객은 아무도 못 본 것으로 결론 ㅎㅎ 




해달이 많이 사는 구역을 지날 땐 정말 사랑스러운 해달들을 종종 만났다. 

언뜻 보면 이게 뭔 네시 사진인가 싶어도 이 사진을 확대하면

그렇다. 베이비가 엄마 배 위에 있도다!!!!!!!!!!!!!!!!!!!!!!! 이런 사진이 찍히다니 내가 이 사진을 찍다니!!!!!!!!!!!!!!!!!



우리가 탄 배는 26 Glacier Cruise라는 이름답게 이 지역 26개의 빙하를 어떤 건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어떤 건 멀리에서 조망하고, 어떤 건 그냥 저 뒤에 있다는 존재감만 느끼면서 꼬불꼬불 프린스 윌리엄 해협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는데,



워낙 잔잔한 해협인 덕에 멀미 안녕 김원장도 쌍안경 들고 백만년 만에 편안한 배 여행을 누리고


<잘 쉬고 있다가 우리 배 때문에 급 줄행랑치는 중. 쟤네는 매일 이 시간만 되면 뭔 지랄이냐 하겠지>



처음엔 다소 (빙하타고 내려온) 둘리스럽다가 나중엔 아무도 관심 안 갖는 해달들을 지나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Surprise 빙하로 다가선다. 







우르릉 쾅쾅 빙하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승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장은 가능한 오랫동안 정박(정지?)하겠다고 했지만

위 아 더 월드 다국적 승객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듯


아예 그런데 별 관심없는 인간도 보이고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작은 부스러기 빙하들만 몇 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빠꾸

서프라이즈 빙하가 이름값 못하는구나


들고 나는 길에 보이던 캐스케이드, 배리, 콕스 빙하 3형제도 충분히 멋지긴 했는데




갑자기 미쿡애들은 이런 안 흔들리는 배 타고 대구살이나 뜯으며(원한다면 술까지 마시며) 편안히 빙하 감상하는데

나는 왜 파키스탄에서 산사태 당하고 하루종일 산 타고 후들후들 개고생 다리 떨려가며 죽을똥살똥 죽을등살등 빙하를 본거지? 하는 생각에... 울컥

(그래도 역시 '고생한 보람'이라고, 혹은 '첫사랑은 영원하다'고 이렇게 멋지고 거대한 26개 빙하를 반나절에 봐도 별반 감흥이 없다는게 함정. 김원장 역시 남에게는 추천하겠지만, 본인은 지난 여행 경험 탓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느낀다고. 

참고로 이 크루즈의 비용은 1인당 총 170불 정도 들었다)


배는 꾸역꾸역 5시간을 칼같이 채우고 돌아가려는지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 관광 스팟으로 들른, 발음 안 되는(=팜플렛에 이름 나오는데 찾기 귀찮음) 새 군락지.




때마침 팔힘이 뽀빠이급인지 위티어에서부터 저어왔을 카약이 한 척 있었는데 우리 배 승객들이 데크에 우르르 몰려나가 사진이나 찰칵대고 있을 무렵, 카약 아저씨는 유유히 노를 휘둘러 바다 위에 앉아있던 새떼의 한복판을 보기좋게 가로지르며 저 수많은 새들을 하늘 위로 날려보내는 진기명기를 보여주셨다.  

그 모습을 보던 내 옆 승객이 "저 맛에 카약 타는거지!" 하더라(그런데 당신은 왜 이 배에...)



하여간 알래스카에서 5시간 가량 크루즈라는 것을 직접 해보니

텔레비전에서 알래스카, 하면서 짜잔 하고 보여주는, 거대한 빙하가 바다 위로 웅장한 굉음을 내며 떨어져 내리는 장면, 

혹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혹등 고래가 힘차게 배치기를 하거나 꼬리를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 따위는,

3대가 공을 들여야 빙하가 보다 잘 녹을 한 여름, 고래가 이 지역을 지나가는 시기에 볼 수 있는 것으로 자체 결론.


돈 많고 사람 많아도 상관 없으면 여행은 성수기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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