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유럽을 떠나는 날, 흑흑

마지막 아침 식사까지 잘 차려먹고(마지막 후식도 끝까지 체리), 숙소도 깔끔하게 정리해 두고

이동 시간이 긴 데다가 한 번 갈아타기까지 해야하니 뱅기에 부칠 짐, 들고 탈 짐 잘 나눠서 챙겨들고

칼같이 12시 셀프 체크 아웃하여 IBUSZ 여행사에 키 가져다 주고는

여행사 바로 앞 지하철 역인 Ferenciek tere역으로(아래 지하철 노선도상 파란색 M3 중간쯤 위치한 역. 찾았으?).

 

 

 여기서 잠깐,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가는 방법

 

1.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간다.

2. 270포린트짜리 싱글 티켓(패스) 두 장을 산다.

3. 파란색 3호선을 이용, 남쪽 종점인 Kobanya-Kispest 역까지 간다(한 장 사용).

4. 종점에서 내려 200번 버스를 탄다(또 한 장 사용).

5. 종점인 Ferihegy Airport에 내린다. 끝

 

# 200번 버스는 새벽 4시 30분부터 밤 11시 4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 Ferihegy Airport는 청사가 두 개이므로 이용할 항공편이 Ferihegy 1 Airport에서 뜨는지 Ferihegy 2 Airport에서 뜨는지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200번 버스는 차례로 두 곳 모두에 선다.    

# 부다페스트 시내 한복판에서 출발시 1시간 미만 소요

 

<상기 소개한 싸고도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냅두고 굳이 다른 방법을 이용해 공항으로 가고 싶다면>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오후 5시 출발 예정이라 굳이 이렇게 일찍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숙소가 12시 체크 아웃이고 보니 시내 카페 같은 곳에서 어정쩡하게 2시간 가량 죽이다 가느니 차라리 공항에 일찍 가는 게 훨씬 유리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왜냐, 우리에겐 priority pass card가 있었으니까! 으하하.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priority pass card가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미리 조회해 본 결과로는(http://www.prioritypass.co.kr/KR/Lounges/index.cfm#), 헝가리 국제 공항의 경우 무료로 이용 가능한 라운지들이 모두 면세 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대부분 다른 나라 공항 라운지들도 그렇긴 하지만 간혹 안 그런 라운지들도 있다). 그러니까 체크인만 빨리 할 수 있다면 남는 시간 동안 라운지에서 편히 쉴 수 있다는 얘기. 

 

여하튼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도착한 헝가리 국제 공항은 깜짝 놀랄만큼 작고 낡은 모습이었다. 인구 수가 적어서 그런가? 그래도 헝가리라는 네임밸류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데? 데스크부터 쫘~악 둘러보니 이집트 항공 체크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안내문이 없다. 아직은 좀 이른가보군. 편히 쉴만한 의자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던지라 아쉬운대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아무리 후져보여도 공항은 공항인지라 예상대로 무선 인터넷 신호가 잘 잡혀서 시간 죽이는 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체크인 시작하면 1등으로 달려가서 얼른 면세구역으로 들어가야지, 눈 밝히고 있었는데 결국 3시가 되어서야 말레브 항공(헝가리 항공사) 데스크 중 한 곳에서 이집트 항공편 체크인을 대행한다는 안내문을 걸더라. 그러니까 우리는 계단에 앉아 약 2시간을 기다린 셈. 이게 뭐야~ 여하튼 그 줄에서 서둘러 체크인을 마치고 언제 계단에서 뒹굴었냐는 듯, 나 원래 이런데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듯 탈을 쓰고 라운지로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라운지 데스크에는 젋고 곱상하며 상냥한 언니들이 앉아 승객들을 맞이하는데, 헝가리 국제 공항 라운지에는 덩치 좋고 주름살 많은 아줌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도 얼른 저리되었음 좋겠구나. 

 

계산과는 달랐던 긴 대기 시간 때문에 점심 때를 놓친지라 라운지 음식들을 몇 번이고 가져다 먹는다. 아, 배부르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 엄마한테 나 이제 헝가리 떠나 방콕 간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보낸다. 엄마가 이 문자 받고 깜짝 놀라겠지? 그리고 보딩. 드디어 헝가리를 떠나는 이집트 항공사 비행기에 올랐다. 야~ 이게 얼마만에 타보는 뱅기냐 ㅋㅋ

 

 

카이로로 향하는 뱅기 좌석은 널럴한 편이었다. 그리고 여타 항공사와는 달리 우리를 반겨주는 "남성" 승무원들(이슬람 국가라고 해도 어지간한 항공사들은 외국인 승무원을 뽑기 때문에 여성 승무원들이 많다)부터 눈에 확 들어오네.

 

 

 

공항에 오기 전엔 유럽을 떠나는게 못내 서운하다가

공항 도착해서 수속 밟고 라운지에서 히히덕거리면서는 새삼 설레다가

막상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카이로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자 이제는 얼마간 덤덤해지는 내 마음.

기내식이 나오는 시점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또 다시 비육이 시작됐구나' 

 

 

 

기내식 먹고 문득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너무나 아름다운 일몰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오늘같은 날은 적당히 먹고 좀 진중하게 보내라는 듯. 감상도 좀 부리고 살라는 듯.

 

 

어느덧 비행기는 이집트 상공에 들어왔음을 알린다. 지난 5월 5일 이집트를 떠났으니까 대략 두 달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그 두 달간 김원장과 나는 요르단, 시리아, 터키를 여행했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그리고 헝가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마등처럼 휘리릭 지나가는 수많은 풍경들, 길 위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사람들...

 

이런저런 감흥에 젖어있는데 카이로가 가까워진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피라미드에 조명 들어왔나 봐야 되는데! -_-;

 

고개를 돌려 두리번두리번 기자 방향을 짚어본다. 그런데 어두운 밤하늘 속에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네. 끝내 피라미드를 못 찾아보고 카이로에 도착한다. 도착 시각은 9시 30분에 약간 못 미치는 시각. 지난 4월, 예멘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 공항에 내렸었는데... 그 당시 기억을 김원장과 다시 나누며 키득거린다(http://blog.daum.net/worldtravel/13088395). 그 때는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 막 온 터라 이집트 공항이 참 좋았다 생각됐었는데, 지금은 유럽에서 오는 터라 이렇게 후줄근 할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집트로 입국하는 승객들을 제외하고 우리처럼 갈아타는 승객들은 도착홀에 이른 뒤 어디로 가야할 지조차 알 수가 없다. 모두들 우왕좌왕하다가 한 켠에 마련된 '트랜스퍼 라운지'(이름은 라운지인데 그냥 의자 몇 개 있는 대기실)인가 하는 곳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집트 입국 승객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그 때서야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 트랜스퍼 승객들은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이럴 때도 십분 발휘가 되는 내 눈치 내공). 그를 따라 다시 활주로쪽으로 줄을 지어 나가는 우리들, 곧 이어 나타난 버스가 우리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얼마간 버스가 달려 내려준 곳에는 낡은 검색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 검색을 마치고 통과하니 비로소 출국홀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김원장, 역시 이집트라고. 

 

그래, 역시 이집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이렇게 기대에 잘 부응하는 어리버리 환승 절차라니. 

 

하루 종일 밖에 나와있는 시간도 길었고 뱅기도 탔고 도착한 시각도 늦은 밤인데다가 다음 비행까지 얼마간 더 기다려야하니 priority pass card가 이집트 카이로 국제 공항에서도 위력을 발휘해 주리라 믿는다. 미리 다운 받아온 정보대로 해당 위치에 마련된 라운지를 찾아가보니 재밌게도 라운지가 벽도 천장도 없는 오픈형 스타일이다. 때문에 소란하고 어수선스러운데다가 다소 정신이 없다. 우리는 마주보고 히죽히죽 웃기만 한다. 

 

김원장, 나중에 이런 이집션들이 넘나 보고 싶어지면, 그 땐 어떡하지? 

 

그냥 확 또 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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