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단언하건데 예멘 여행에 있어 더 이상의 어드벤처, 더 이상의 하이라이트는 없다. 입을 모아 예멘 여행의 최고라 말하는 올드 사나보다 - 적어도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는 - 샤하라(혹은 쉬하라)가 You, Win!이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약속했던 시각에 정확히 모습을 드러낸 아민, 그가 우리를 호텔 앞 주차되어 있던 차 앞으로 데려가며 기대하지 않았던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바로 두 명의 샤하라행 동행을 더 구했다는 것. 덕분에 차량 대절 비용 140불이 70불로 순식간에 뚝 떨어진다(이외 추가 1인 10불씩을 더하여 총 90불 지불). 이 고마우신 ^^ 두 분은 예상했듯 일본인(둘 다 내 또래 남성들 / 대절 차량은 6명까지 조인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막상 타보니 지금처럼 4명이 가장 적당한 –물론 지갑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숫자 같다). 

아민과 빠이빠이를 하고 우리는 사나 외곽을 향해 달린다. 어제 마나카의 그것처럼 사나 외곽을 나갈 때부터 검문소에 허가서를 내기 시작한다(오늘의 샤하라행 코스는 따로 이미 아민이 준비해뒀는지 운전사 아저씨가 우리 일행 몫의 허가서 두 장을 제출한다. 둘은 한국인, 둘은 일본인이라 군경에게 보고하는 아라빅도 들린다 ㅋㅋ). 그런데 오늘은 어제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아랍어가 안 되는 관계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하여간 허가서를 제출하고도 우리 차는 검문소 근처에 정차한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지?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반대편에서 다 아스러져가는 경찰(용달)차를 탄 두 사람이 도착하자 우리 차는 다시 출발한다. 그러더니 그 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를 따라오네? 저게 뭐하는 짓인지. 그 차는 우리 차가 암란(Amran) 외곽에 이르러서야 따라오기를 멈춘다. 그리고 우리는 암란의 구시가 구경을 잠깐 한다. 그런데 다시 암란을 빠져나갈 무렵,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아니, 그런데 이번엔 이게 대체 몇 명의 군인들이야? 우리 넷을 위해 자그마치 9명이나? 그것도 AK-47 소총 한 정씩 들고? 그제서야 궁금했던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답이 풀린다. 그들은 우리, 즉 외국인 관광객들을 에스코트해주는 역할을 맡은 무장 군인들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여행하려는 지역이, 아직 정부의 통제하에 놓여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 내가 예멘이 알 카에다의 고향이라는 이야기는 했었나? -_-;(오사마 빈 라덴의 일가가 아직도 살고 있다나 뭐라나...)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 아까 그들이 뭣하는 인간들인지 몰랐을 때는 우리 차 앞 뒤로 오락가락해도 왜들 생쑈를 하고 저러나 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뒤늦게서야 분위기 파악이 되고 나니 -게다가 호위하는 군인들의 숫자도 외국인 두 당 2명으로 늘어나고 나니- 이러다 정말 어디선가 무장세력이 갑자기 나타나 한바탕 격전을 벌이고 우리를 납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_-; 하지만 그런 나의 예측과는 달리 그들과 우리와의 관계는 다소 황당하게도 화기애애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쪽에 가까웠다. ^^; 운전사 아흐야(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아저씨는 경치 좋은 곳이 나타날 때마다 사진을 찍으라며 알아서 차를 세워주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 차를 호위하며 달리던 군인들도 우리 곁에 차를 세우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혹은 본인의 총을 건네주며 총을 들고 사진을 찍으라 권하는 제스추어까지 취하는 둥... -_-;


<팔자에 없는 호위 서비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은 이후로도 지속되어 본인들이 캇을 사야한다며 오히려 우리를 잠시 기다리게 하기도 했고 아니나다를까 오후 1시가 되자 이번엔 그 캇을 씹어야한다며 우리 차를 후쓰(Huth) 근교에 정차시킨 채 모두들 30분간 사라지기도 했다. 마치 외국인 호위를 빌미삼아 단체로 소풍이라도 나온 사람들처럼 굴었다고나 할까.

후쓰부터 샤하라까지는 길의 험하기가 매우 드라마틱하다는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쓰 외곽의 한 초소에서 그들의 차는 멈추고 마치 신병이라 억지로 차출된 듯한 인상을 풍기는 두 명의 군인만이 우리 지프의 짐칸을 대충 치우고 짐들과 함께 구겨 앉았다. 나머지 일곱명은 한 쪽 볼 가득 캇을 씹으며 초소로 들어가 버렸고. 그러나저러나 저 둘은 대체 어디까지 우리와 함께 하려는 것일까? 

<와중에 길을 막은 양떼들과 앞뒤 구분 안가는 이 마을 여인네들> 

어느새 포장도로가 끝나고 그야말로 4륜 구동이 아니면 달리기 어려운 길을 우리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흐야 아저씨는 저~어기 보이는 산 꼭대기를 가리키며 샤하라, 샤하라라 외친다. 정말 저기가 샤하라란 말인가? 샤하라가 산 꼭대기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저 정도 높이일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차로 올라갈 수 없는 모양의 산이다. 어쨌거나 아저씨 말대로 우리 차는 덜커덩덜커덩 그 산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한 시간하고도 30분이 넘게 흘렀던가? 갑자기 우리 차는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멈추어섰다. 그러더니 아흐야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우리 짐들을 내리기 시작하네? 아직 그 산에 다가서려면 멀었는데? 아저씨는 앞에 멈추어 서있던 트럭을 가리키며 짐을 저리로 옮기라는 시늉을 한다. 아하, 여기서 차를 갈아타라고? 가이드북의 설명대로 이제부터는 샤하라 마을의 차량을 이용하여 샤하라까지 가야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군인 총각들도 차에서 내려 트럭 앞칸에 올라탄다. 아마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해요~”인 모양이다. 반면 우리는? 모두 뒷칸, 즉 짐칸 신세다. 아흐야 아저씨와는 일단 빠이를 하고 샤하라 마을 주민인 것으로 보이는, 약간 맛이 간 듯한(캇에 쩔었나?) -_-; 아저씨의 인솔에 따라 모두들 짐칸 앞 부분 손잡이를 잡고 선다(비포장도로가 워낙 험해서 앉아있는 것보다 서있는 것이 몸에 무리가 덜 간단다). 그리고 이어진 약 두 시간은(중간에 도로 공사 중이라 얼마간 지체가 되었다. 그 와중에 공사라니!), 단언하건데, 지구상 다른 곳 어디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경험 중 하나일 것이리라. 

<하늘나라에서의 공사>


더 이상의 언급은 안 하련다. 직접 와 보시라, 그리고 누려 보시라!

@ 샤하라 마을의 명물이라 알려진 공중 다리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올라오는 과정에 비할쏘냐.

@ 샤하라 마을의 숙소 : 가이드북 왈 민박집스러운 Funduq(B&B)만 두 개 있다고 하더니 그새 변화가 있었는지 호텔 간판을 단 건물도 하나 보이더라(있다한들 개별적으로 여길 찾아와 묵을 수 있겠냐마는). 물론 우리는 미리 연계된 현지 훈둑에서 잤는데 2인 1실을 제공 받았다. 화장실은 공용이며 샤워는 힘들다. 그리고 이불깔고 잔다. ^^ (이미 지불한) 1인 10불에 마을 트레킹(?), 하늘 바로 아래 옥상에서의 저녁식사와 침실, 다음날 조식까지 포함(맛은 뭐 그냥 그런 편이다^^;). 어두워지면 샤하라 마을 자체 발전기가 돌아가는데 고 때 전기 사용 가능. 참, 옥상 한 구석의 천막 방에는 위성 TV가 있는데 여기서 그 일명 ‘댄싱 마담’ 채널이 두바이의 작품임을 알았다. 두바이, 너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이렇게 무슬림 형제들을 배신 때려도 되는거야? 어쨌거나 이 집에서도 최고의 인기 채널은 바로 그 춤추는 여성들이 나오는 곳이었는데 모두 남자고 나 혼자 앉아 함께 보려니 좀 민망하더라. 적당히 보다 먼저 일어섰다.

<이들이 침흘리고 보는 방송 프로그램.

저 정도에도 침 질질 흘리니 우리나라에서 반라로 춤추는 애들보면 기절할 듯>

@ 오늘의 영화 : <미스터 로빈 꼬시기>. 외국인 회사를 다녀본 나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연속으로 꽉 찬 영화. 넘나 착한 얼굴과 몸매의 다니엘 헤니가 아니었음 끝까지 안 봤을지도 모르겠다.(정화언니는 왜 이렇게 늙어보이는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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