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안 올 것만 같았던, 도달하기에 너무나 오래 걸릴 줄 알았던 출발일이 드디어 왔다.

 

이전에 푸켓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http://blog.daum.net/_blog/BlogView.do?blogid=02GhX&articleno=851523) 일은 일사천리로 삐걱거리며(?) 진행이 된다.

 

다만 예전에 비해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1. 이제 KTX 경부선은 무조건 서울역에, 호남선은 용산역에 선다는 것.

2. 인터넷 환전에 도전하여 미리 USD 1$ = 대략 1,035원에 샀다는 것.

3. 2004년 7월 1일부로 출국납부권이 항공료에 포함됨으로 인하여 출국 과정이 좀 덜 번거로와졌다는 것.

 

등이 있겠다. 아, 그러고보니 치매가 도져서 통신사 멤버쉽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당근, 또 그 혜택을 못 누려보고 하릴없이 면세구역을 잠시나마 방황했다.

 

곧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 3-4-3 배열의 커다란 비행기 내 우리 좌석을 찾아가니 창측으로 이미 한 젊은(?) 청년이 앉아있다. 이미 일본과 유럽 여행 경험이 있는 그는 일주일 여정으로 목적지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이란다. 아무래도 동남아는 처음이기에 긴장이 조금은 되는 모양.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여름 우리가 다녀온 곳이기에 이미 PDA에 준비를 빵빵하게 해오신 듯한 분에게 몇 가지 사족을 덧붙인다. 그는 우리에게 어디를 가는지 확인하더니 이렇게 묻는다.

 

"미얀마는 육로로 들어갈 수 있나요?"

"아니요. 절대 안 된다네요. 육로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게요. 육로로 입국되면 좋잖아요. 바깥 풍경도 볼 수 있고... 육로 여행의 참맛이라고나 할까..."

 

이쯤에서 앙코르왓으로 향하는 그의 일정을 물어보니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빡센 일정>이다. 이 비행기로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택시타고 북부 터미널로 직행, 다시 새벽 3시 30분엔가 있는 아란야쁘라텟 행 첫 차를 잡아타고 국경으로, 국경에서 다시 사람을 모아 택시로 씨엠립으로, 그리고 도착 후 앙코르왓 오후 관광을 시작하시겠다고 한다.

 

'음... 육로 여행의 참맛을 그렇게 느끼시려는 모양이구나'

 

늙은 난 그저 젊은 그가 국경행 버스에서 졸다가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_-;

 

졸다 우리나라 아저씨들의 힘찬 "고도리~" 소리에 깨고 또 졸다 앞자리에서 불키고 부스럭거리는 통에 또 깨기를 반복한다. 밤비행기에선 안 그래주면 안 되나? 아직은 요원한 나만의 바램일까? 에공, 이 힘든 밤이여... "여보, 우리 인생에 비지니스 클래스는 정녕 불가능한 옵션이요?" 오빠는 자는 척한다.

 

방콕에 도착. 카오산의 홍익여행사의 말에 따르면, 12시간 이내의 트랜짓일 경우에는 공항이용료를 안 내도 된다고 했던 터, 맘먹고 이번 기회에 확인해 보기로 했었다. 그러나, 아예 내리자마자 일단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으면 무조건 태국 입국으로 간주, 이후 출국시 passenger service charge(공항이용료) 500밧을 내야 한다고 떡하니 간판에 쓰여있다. 그래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여기저기 공항 안에서 만나는 명찰 단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본다. 대답은 제각각이다. 아예 못 알아듣는 사람, 저리로 가보라는 사람, 여기가 아니라는 사람... 평소 10시면 잠이 드는 우리는 졸려죽겠는데, 20분 가량 안 되는 영어로 공항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려니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안 되겠다. 이 시점에서 후퇴. 우리는 일단 태국 입국을 한다.

 

두번째 오는 길이니 아마리에어포트(http://blog.daum.net/_blog/BlogView.do?blogid=02GhX&articleno=854961) 체크인은 아주 수월하다. 그.런.데, 그 놈의 방문이 안 열린다.

이리저리 용을 쓰다보니 아직껏 보온용 웃도리를 입고 있던 상체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짜증을 내는 오빠를 뒤로 하고 다시 프론트로 간다. 카드키를 주며 문이 안 열린다하니 사람을 보내겠으니 다시 올라가 기다리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착하게 올라온다.

 

그.러.나, 10분이 되어가도록 그 인간은 오질 않는다. 시간은 계속해서 가고 있다. 모기가 윙윙거리는 복도에서 기다리던 오빠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프론트로 뛰어 내려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한 직원이 나타나 우리 방문을 열기 위해 노력을 몇 번 해 보더니 결국 다른 방으로 나를 안내한다. 어라, 이 방은 지난 번 그 방이네. 짐을 방으로 옮기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오빠가 나타난다. 표정을 보아하니 역시 한바탕(?) 따진 모양. ㅋㅋ 오빠의 전략이 먹혔다.

 

방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반년 만에 다시 찾은 큰 호텔에서 같은 방에 묵을 확률은 과연 얼마일까, 아까 엘레베이터 안에서 만난 백인들은 4층으로 올라가던데 그럼 거긴 혹시 방마다 금칠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미친척 일찍 일어나면 직접 올라가 확인해 보자, 하기도 한다), 한국인(혹은 한국여행사) 전용 객실을 이 층 구석에 이렇게 따로 배치해 두었을 지도 모른다는 둥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잠에 빠져버린다. 우리도 "나름대로" 빡센 일정이었나보다.

 

이렇게 방콕에서의 하룻밤이 간다.

 

<여기서 잠깐>

 

트랜짓과 트랜스퍼 바로 알기(나는 맨날 이게 헛갈린다 -_-; 나같은 분만 클릭하시라) 

 

http://tour.ddanzi.com/book/common/tip/tip4.html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