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남자에게 누군가 그래, 그래서 어디가 좋았어? 물으면 답변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곳이 바로 티벳입니다. 더 이상 <금단의 땅>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곳은 아니지만요.

 

티벳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편한 방법은 산세베리아님께서 이용하신 성도에서의(혹은 곤명이나 중전 등 근처 다른 도시에서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겠죠. 이외 빌보드키드님께서 이용하신, 지난 7월 개통된 따끈따끈한 기차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이전까지의 전통(?)적인 입국 방법은 동서남북 각 방향에서의 육로 입국이었습니다(그게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을 떠나서요 ^^;).

 

 

육로 입국에 있어서 사용 빈도로만 순위를 매겨보자면 1위는 중국의 시닝, 꺼얼무에서 암도, 라싸로 이어지는 북쪽의 청장공로 루트입니다. 2위는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북상하는 남쪽 우정공로 루트, 3위는 알리를 거쳐 들어오는 서쪽 신장공로 루트, 그리고 마지막이 참도를 거쳐 들어오는 동쪽 천장공로 루트 순일 것 같네요.

 

하지만 그 경관은 어떻게 순위를 매겨야할까요? 남편이 저를 티벳으로 데려갔던 이유가 바로, <아내에게도 우정공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죠. 동쪽의 천장공로를 통한 입국 루트 역시 무척이나 아름답다 알려져 있지만, 당시 비합법적으로도 합법적으로도 들어가는데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남쵸(하늘 호수)를 향해 달리는 청장공로나, 카일라스로 가는 신장공로는 또 어떻고요? 흠.. 역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카일라스는 티벳 서부에 있는 성산(聖山)의 이름입니다(그 땅에 사는 이들은 강린포체라고 부르지요). 자그마치 4개의 종교, 즉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티벳 본교 모두에 있어 공통으로 숭배되는 대상이지요. 이 산을 한 번 돌기만 하여도 그 동안 지은 죄가 사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불교도들에게 이 산은 석가모니의 화신인 ‘삼바라’가 사는 곳이라 하여 숭배되며, 카일라스가 신들이 산다는 메루산일 것으로 믿는 힌두교들에게는 이 곳이 창조신 ‘쉬바’의 영토이기에 또한 숭배됩니다. 자이나교 역시 그들의 성인 중 첫번째 인물이 해탈한 곳이라 하여 숭배하고, 본교도들도 본교의 창시자가 하늘에서 하강한 장소가 바로 이 곳, 카일라스라 하여 숭배하니 사시사철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곳치고는 너무 가는 길이 험하죠. 성산이 달리 성산이 아닌 듯 싶습니다. ^^;

 

신장공로를 이용하여 티벳으로 들어올 때 카일라스를 겪고 오는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카일라스 여행은 라싸에서 허가서 4개(당시 기준)를 더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허가서를 기다리는 것도 일이었지만, 4륜 구동 지프를 한 대 빌려 하루 7~10시간씩 카일라스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데에만도 꼬박 4일이 걸렸죠. 그럼 함께 가보실까요?

 

<증명사진.쿨럭...i was there...>


<가장 도로 형편이 좋은 청장공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보고 싶은 시가체 가는 길>


<티벳 제 2의 도시, 시가체의 타쉴훈포 사원>

 

라싸에 포탈라궁과 조캉 사원이 있다면 시가체에는 11대 판첸 라마가 사는 타쉴훈포 사원이 있습니다. 비록 달라이 라마가 티벳 제 1의 영적, 세속적 주권자이고 우리에게 역시 달라이 라마만이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정작 이 땅에서는 판첸 라마라는 존재 또한 무시하지 않고 제 2인자로서 함께 티벳을 지켜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티벳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중국과 티벳을 가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동일한 한 인물의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그가 바로 10대 판첸 라마였습니다(이에 반해 달라이 라마 사진은 보이는 족족 압수당하죠). 처음에는 완전 살찐(?) 중국인 모양새를 한 그가 티벳인들의 ‘라마’라는 것이 이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대 판첸 라마는 티벳이 아닌 중국에서 환생했다고 하네요(달라이 라마와 마찬가지로 판첸 라마도 환생합니다 ^^). 그러니 당연히 중국인 얼굴일 수 밖에요. 어쨌거나 10대 판첸 라마가 이런저런 노력 끝에 결국 티벳인들로부터 진정한 판첸 라마의 환생으로 받아들여지고 존경받는 것에 비해 현재 시가체 타쉴훈포 사원에 살고 있는 11대 판첸 라마는 중국측에서 내세운 인물로 저희가 만나 본 많은 티벳인들이 그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라마라고 다같은 라마일 수 없다는 듯, 썰렁하게요 ^^;


<시가체 다음 마을, 라체로 넘어가는 고개>


<중국의 여타 소도시와 닮아져 버린 라체>


<그래,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라체를 벗어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비포장도로가 펼쳐집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주변에 펼쳐지는 건 오직 황량한 초원뿐,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 몇 채뿐인 가옥과 천막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들 - 이름마저 사가, 상상처럼 예쁜 - 이 띄엄띄엄 나타나주는 덕분에 주유도 하고, 차에서 내려 잠깐 쉬기도 합니다.



<장이야! 멍이야!>


<옹야, 이쁜 내 새끼>


<하늘, 구름, 산, 트럭, 양과 개..>

 

때로는 수많은 양이나 염소 떼를 모는 유목민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하얗거나 검은 천막 - 여행 당시 방목철이라서인지 장기간 머물 때 친다는 검은색의 천막보다는 이동 중임을 나타내는 흰색의 천막이 월등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 역시 그들만큼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럴 땐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달리는 차를 세워 살짝 방문해 봅니다.

 

천막 안에는 보통 중앙에 난방을 위한 난로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땔감으로는 주로 야크면 야크, 염소면 염소, 양이면 양 등, 그들이 방목을 하고 있는 각 짐승들의 똥을 사용하고요. 안쪽으로는 약식이나마 부처님 상을 모신 작은 제단이 있고 그 제단 위에는 작은 버터 램프가 타고 있습니다. 천막 가장자리로는 식구들이 몸을 누일 수 있도록 나무를 이용하여 직육면체의 딱딱한 침대들을 몇 만들어 두었는데, 천막 내부 어디에서나 버터 냄새, 그들만의 독특한 향기가 흠뻑 짙게 배여 있습니다. 몇 번이고 저희가 휴식을 취하고자 버터향 가득한 그들의 천막 내로 들어가 버터차를 부탁하면, 자연스레 중앙의 난로는 그대로 가스레인지가 되고, 그들의 침대는 우리의 식탁이자 의자가 되어주곤 합니다.



<잠시 들른 작은 마을에서 좋은 구경거리가 된 우리 일행>



이쯤에서 카일라스 가는 길에 먹었던 식사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곳엔 옵션이랄 것이 없습니다. 오직 툭바와 짬파 이외엔.

 

툭바는 티벳 전통 국수를 말하는데요, 외국인이 보다 안전(?)하게 먹으려면 짬파보다는 툭바를 부탁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희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작은 삽으로 퍼나르는 염소똥으로 준비되는 툭바를 기다리는 동안, 함께 간 티베탄 가이드와 운전사 아저씨는 직접 준비해 온 보릿가루에 버터차를 섞어 손으로 주물러 먹기 좋게 덩어리지어 또 하나의 티벳 전통 음식인 짬파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저렇게만 먹어선 이래저래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때 하얀 자루에서 떡 하니 꺼내 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말린 양 고기. 바싹 말린 양 고기를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어 먹을 만한 크기로 쓰윽~ 베내어 짬파와 함께 먹기 시작하는데, 이에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한 무리의 다른 티벳인들도 질세라 본인들의 자루에서 아직 그 형태가 생생(!)한 덜 마른 양 고기를 꺼내어 도끼(!)로 한 쪽 다리부터 잘라내느라 부산스럽네요. 흐음.. 그렇담 지금껏 먹었던 툭바 국물 속 고기도 야크 고기가 아니라 양 고기였을까요? 어쨌거나 이제부터 제 툭바는 야채 툭바로 부탁해요! (여정 막판에 이르자 함께 했던 영국인 하나는 이렇게 외쳤죠. "Thukpa again? Oh my god, no more THUKPA!")

 

<작은 식당 주방을 빌려 중국식 후라이팬에 직접 끓여먹은 신라면>

 

<왜 라면은 남자가 끓여야 더 맛있을까요?>

 

<이 동네가 좀 높다카이~ 빵빵해진 중국산 신라면>




 

이런 길을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트럭을 타고 움직이는데 물론 짐칸 신세를 져야 합니다. 티벳의 마을 분포를 고려해 봤을 때 그들이 사는 곳은 당연 카일라스와는 거리가 꽤나 떨어진 곳일테니 대체 어디에서부터 저런 트럭 짐칸에 타고 왔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저 그들이 트럭 밖으로 얼기설기 매달아놓은 그들의 세간살이(?)로 미루어볼 때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왔나 보다 짐작할 뿐이죠. 간혹 물살을 헤치며 작은 강을 건널 때 그들이 강가에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식사 준비에 유리한 물가에서 잠시 정차를 하는 듯 싶습니다. 당연 식사는 본인들이 직접 준비하여 먹고(그래봐야 역시나 대부분 짬파 -_-;), 저녁이면 수면을 위해 직접 커다란 천막을 치는데 간혹 일부는 천막 안의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무척이나 추운데도 그냥 바깥에서 찬 이슬을 맞으며 잡니다. 그들이 이용하는 보온 도구라고는 오직 이미 겹겹이 입고 있는 옷과 둘둘 말아둔, 때가 꼬질꼬질한 담요 한 장이 전부.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절 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트럭에 비하면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붕과 창문이 있으니 상황이 훨씬 나아보이지만 마찬가지로 콩나물 시루마냥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의 행색 하나 하나에서 그들의 고된 생활이 주렁주렁 묻어날 수 밖에요(물론 이들보다 더욱 재력이 있는 티벳인들은 우리처럼 4륜 구동 랜드크루저를 빌려 카일라스 성지 순례를 하기도 하는데 이들을 전체 순례자들의 수에 비교해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루에 단 몇 대의 차도 지나다니지 않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이란 그들만큼 우리에게도 역시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차끼리 서로 스쳐 지나갈 때마다, 양이나 염소, 야크를 방목하는 유목민들을 만날 때마다, 혹은 그들이 마련해 놓은 작은 천막 앞을 지날 때마다 그들도 우리도 서로 손을 흔들어대기에 정신이 없지요.



해발 고도가 4천 미터를 넘어가면 이런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절경이라니.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동쪽 천장공로가 더 멋지단 소문이 정녕 사실이란 말입니까!




티베탄이 지저분하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티벳에 물이 많다면 장담하건대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이지 티벳은 무척이나 물이 귀한 곳입니다. 이렇게 작은 개울이라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물티슈가 동나자 나중엔 미리 라싸에서 사온 식수로 고양이 세수를 해야했지요. 막판 며칠은 세수도 안 하고 이만 닦았던 것도 같습니다. -_-; 네팔 국경과 가까운 마을 장무에 이르러서야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다란 한 개의 떡으로 완전 변신한 머리를 감으며 너무나 행복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카일라스가 가까와질수록 길은 점점 더 험해집니다. 몇 초 이상 제대로 중심을 잡고 제자리에 앉아있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쿵쿵 울려대는 터라 엉덩이 쿠션이 상당히 좋은 저마저도 아파서 견디기 괴롭더라고요. 승객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탄 차 역시 여분의 기름과 타이어 등을 꼭대기에 실어둔 터라 심하게 덜컹거릴 때마다 차를 세우고 다시 물건들을 재정비하는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그래도 중국 내에서는 아무리 깡촌이라 하여도 길을 만들거나 보수하는 민공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중국 정부의 철저히 계산된 무관심과 방치 때문인지 이 곳에서는 한참을 달리도록 공사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하긴 이 곳의 길이라는 것이 원체 따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드넓은 황야에 그나마 하루에 몇 대 다니는 차들에 의해 생긴 바퀴 자국을 따라 가는 것이 고작이니 날로 조금씩 땅이 다져지고 평평해진다 하더라도 ‘포장도로’라는 것은 어쩌면 아직은 요원한 일일수도 있겠습니다(사실 요즘엔 이 길이 또 어떻게 변했을런지 궁금합니다. 중국 정부가 도장 한 번 꾸욱 찍으면 당장에 공사 시작일테니까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길을 한참 달리던 차가 갑자기 덜컹하면서 뒷바퀴 하나를 진흙탕에 깊게 빠뜨린 것이죠. 모두들 아얏,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어떻게든 금방 빠져 나오겠지 했는데, 아무리 운전사 아저씨가 이리 저리 조작을 가하고 결국 우리가 내려 앞뒤로 차를 밀어보고 해도 차는 도무지 꿈쩍할 생각을 안 하는 거여요. 주변은 마치 사막과도 같아 차 바퀴를 괼 제대로 된 돌 덩어리 하나 구하기도 힘이 드는데 왜 그리 바람은 센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니 눈을 뜨기는커녕 숨쉬기 조차 쉽지 않더군요(엄살같지만 정말 산소가 희박한가봐요 ^^;). 여기저기서 겨우 모아온 돌들로 바퀴 아래를 고정시키고 다시금 운전사 아저씨가 운전을 해 보지만 헛바퀴만 돌 뿐,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날이 저물어가는 만큼 걱정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가는데 이 때 저 멀리 지평선에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나는 한 점! 그 점이 어느 정도 가까와지자 그게 순례자들을 가득 실은 트럭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 환호성을 지릅니다. 우리의 애절한(사실은 광란에 가까운 ^^;) 몸놀림을 알아본 트럭이 서서히 우리쪽으로 다가서고 이미 우리보다 몇 배는 더 고단함에 절어있을 순례자들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우르르 내렸습니다. 랜드크루저가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닌데도 도움의 손길이 크기에 금방 차체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려지고 ‘칙, 니이, 슘’ - 티벳어로 하나, 둘, 셋 - 구호에 다같이 힘을 모아 차를 밀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이런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야속한 우리 차…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굵고 강한 로프로 트럭과 우리 차를 연결, 엄청난 트럭의 힘으로 차를 당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황야를 울리는 환호성과 함께 우리 차가 평지 위에 겨우 올라섰답니다. 정말이지 난코스였죠(재미난 것은 우리를 구해주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려던 그 트럭 역시 우리 차가 빠졌던 바로 그 지점에서 그만, 똑같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모든 승객이 다시 내리고 몇 번 용을 쓰자 무사히 빠져 나오긴 했지만요).



 

참, 이 여정에 있어 화장실 문제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엄폐물이 없어서 화장실 한 번 다녀오려면 얼마를 걸어야 하는지요, 원. 그러나저러나 이 때 사진을 보니 저희 차가 어디에서부터 달려온건지를 모르겠네요. 그 곳의 길이 대부분 저런 식이라니까요 ^^ 







숙소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군요. 카일라스로 가는 여정 중에는 위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는데요, 시멘트 처리된 바닥은 이 동네에선 양반에 속합니다. 그냥 흙 바닥에 나뭇가지 삐죽 거리는 천장을 가진 어떤 숙소에선 일행 중 하나가 결코 못 자겠다며 밤을 지새더군요. 빤 지 백만년은 되어보이는 침대의 이불보에 몸이 닿으면 죽기라도 하듯 본인의 침낭으로 몸을 칭칭 둘러감은 채로요.

 

시가체를 떠나오면서부터는 욕실은 공동이라도 당연히 거의 없고, 공동 화장실은 상태가 매우매우매우매우 열악합니다("안에서 절대 숨 쉬지마!"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죠 ^^; 결국 화장실은 카일라스 아랫 마을 다르첸에서 그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차라리 엄폐물 없는 대자연이 훨씬 더 좋았었던 것을... 전기요? 저녁에 자가 발전기를 돌려 잠깐 들어오거나 말거나 합니다.  






<아무리 시설이 딸려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뷰>


 

, 드디어 카일라스 아랫 마을, 다르첸에 도착했습니다. 티벳 전국 각지와 근방 네팔과 멀리 인도에서부터 찾아온 순례자들에 더해, 저희처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객이 한데 섞여 세운 텐트들로 마치 난민촌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결국 저도 이 텐트 중 한 곳에 짐을 부렸습니다>


<다르첸의 밤 역시 매섭게 춥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뛰어노는데 여념이 없고>


<이렇게 다르첸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마구 떠들다보니 이야기가 끝도 없이 길어지네요. 아무래도 카일라스 코라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 드려야겠어요. 결국 저마저 정작 카일라스의 모습은 이러코롬 은근슬쩍 베일에 감춰두는 꼴이 되어버렸나요? 그러길래 가기 힘들고 보기도 힘든 성산이라니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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