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하나가 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리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하나가 바로 우붓이고요. 우붓, 하면 얼마 새나리님께서도 후기를 통해 달이 지난 지금 발리를 생각하면 계단식 논이 생각난다 하셨을 정도로 계단식 논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제가 아쿠아에서 처음 만난 신조어가 있죠, 바로 논뷰 ^^). 제게도 기억에 남는 계단식 논이 있는데요, 오늘은 곳에 대해 이야기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소는 바야흐로 중국 남부의 구석으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 중국 패키지 상품에 장가계 바람이 불기 한창 이름을 날렸던, 계림(Guilin) 근처 어디쯤이죠. 우선 사진부터 보여드릴께요.

 



 

이 곳은 용배제전(龍背梯田)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문자 그대로 용의 등처럼 생긴 계단식 논/밭이라는 뜻이죠. 곳이 다른 계단식 논과 특별히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아마도 엄청난 크기와 유구한 역사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수치상으로 넓이가 66km2 달하며 그 시작을 원나라 때부터라 점치고 있으니 넓기도 넓거니와 자그마치 1,000년의 공력이 셈입니다). 이쯤되니 곳에서는 사방팔방 눈길 닿는 끝까지 어느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계단식 논을 있습니다(계단식 논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은 동글님의 아쿠아 매거진 예전 글을 참조해주세요 ^^).  

 

곳에 터를 잡고 사는 주민들은 중국의 소수민족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장족 수없이 많은 산에 넓게 분포해 살아가는 것이 생활 특성이라 알려진 야오족瑤族 등으로 저는 장족의 전통 가옥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참, 용배제전의 장족將族은 티벳의 장족藏族과 다릅니다).









 

일대를 전부 빽빽하게 수놓은 계단식 논들은 모두 천수답입니다. 다행히도 지역에 비는 충분히 내리지만 그래서인지 순전히 나무로만 만들어진 집은 3층이나 됩니다. 출입구는 중간 층으로, 지면으로부터 상당히 높게 받침대를 세워 드나들도록 하였습니다. 자연 아래 층은 가축을 키우거나 물건을 저장해 두는 창고로 사용합니다. 제가 묵었던 방은 개의 가장 위층인 3층이었는데 창문을 열자 엄청난 논뷰의 전경도 전경이거니와( 없는 누군가가 마을의 갯수를 세어 보곤 18,652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죠 ^^;). 쏟아지는 햇살 아래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절로 들어옵니다. 변변한 설계도도 없이 이 집을 세웠을 것만 같은데 창문 아귀며, 십자로 창틀까지 어디 하나 어수룩한 구석이 없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만약 이것이 장족 남성들 재주라면, 여성들 재주는 어찌나 좋은지, 보이는 장족 여성들마다 신발 밑창을 하나씩 들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갖은 색실로 곱게 수를 놓고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야오족 여인네들은 엉덩이까지 내려오도록 길게 기른 머리카락를 곱게 빗어 돌돌 말아 머리 위에 얹고 다니며 외지인을 만날 때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세공품을 쓰윽~ 내밀곤 했지요).

 

장족 마을 사이로 꼬불꼬불하게 길이며 계단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삽겹살을 구워 먹는데 사용할 만한 납작한 돌판들을 차곡차곡 깔아 놓았습니다. 돌길을 따라 마을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들에 이를 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산비탈 가득한 계단논의 경관도 아름답지만, 전망대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편이 오히려 좋았답니다.







 

 

천수답이니만큼 높이 걸어 올라가도 어김 없이 물이 졸졸 흘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커다란 대나무를 세로로 길게 반으로 쪼개어 아래 논에 차례로 대어 놓았습니다. 비탈이 심해서인지 논둑 하나하나의 높이는 대략 1m 안쪽부터 키에 이를 정도로 꽤나 높은데, 사람 하나 겨우 만한 논에는 사람이 농기구를 직접 손에 들고 널찍한 반원형의 논에는 농기계까지 동원되어 한창 바빴습니다( 제일 작은 논에는 겨우 3~4포기의 모 밖에 심는다고 하네요). 제가 갔을 때는 마침 봄이었는데 다음에 다시 찾을 황금 물결이 넘실거리는 추수 직전의 가을이었으면 좋겠어요.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주인인 장족 아주머님이 중국식 프라이팬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식사 준비에 한참입니다. 야들야들한 두부를 도마도 없이 그냥 손바닥 위에 척하니 올려놓고 넙적하게 잘라 기름과 소금, 간장을 넣고 볶습니다. 간장이 자작자작 졸아들면 두부를 건져내고 프라이팬에 다시 물을 조금 붓고 돼지 비계를 얇게 저며 뚜껑을 덮어 익힌  간을 따로 하고요, 이후 건져 놓았던 두부와 합쳐 재차 볶고 토마토, 마늘, 등을 차례로 썰어 넣어 강한 불에 계속 볶아 저녁상에 냅니다(어째 러브체인님의 쿠킹트래블 분위기가… ^^;). 여기에 쌀알이 동동 있어 식혜처럼 보이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알싸한 곡주까지 잔씩 얻어 마시고 3 꼭대기 방으로 올라와보니 벌써 한참 깜깜이네요. 살짝 조명부터 꺼봅니다. 밖으로 별이 가득합니다.   

 

 





 

이야기

 

제가 갔을 당시 용배제전 입장료는 30원이었는데(중국 정부에서 특수구로 지정한 터라 입장료가 있습니다), 작년에 다녀오신 말로는 50원(우리돈 6,000원)으로 올랐답니다. 마찬가지로 저희 부부는 장족 마을의 집에서 세끼 포함(식당이라는게 따로 없어서) 1박에 우리 만원 미만을 지불하고 민박을 했었는데, 요즘엔 TV까지 놓여진 전문 숙소도 생기고 식당과 PC방까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런 숙소와 식당에서는 영어로 웬만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하니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와 되지도 않는 -_-; 한자 필담으로 더듬더듬 서로에게 다가갔던 시절은 지났나 봅니다.

 

용배제전 가는 방법



 

인천에서 중국 계림까지는 직항이 있습니다. 용배제전은 계림에서 북서쪽으로 120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용배제전만 보고 가시기 서운하시면, 바로 , 계림과 묶으시면 됩니다(이렇게 쓰고 보니 천하의 계림이 서운하다 하겠네요 ^^;). 개별 여행객들은 보통 계림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양삭(Yangshuo) 묵습니다. 중국에서 보기 드물게 개별 여행객을 위한 인프라가 갖추어진 동네거든요. 용배제전을 개별적으로 찾아가기 부담스러우시면 곳에서 투어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계림에선 백이면 , 배를 타고 리강 유람을 하며 천하제일이라는 수백 개의 기암괴석을 보게 되는데, 이게 자그마치 7~8시간이나 소요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계림에서 출발하는 코스 전체보다 양삭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하이라이트 구간만을 부분 여행하셔도 좋을 같네요(마지막 사진은 일반 관광객들이 타게되는 유람선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배 안의 사진인지라 좀 어수선합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