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구석 그늘 아래 일단의 젊은이들이 이 시타델 언덕까지 올라 나무에서 익어 절로 떨어진 멀베리들을 마치 다람쥐마냥 땅에서 주워먹고 있다. 주말이라 놀러와서 이러고들 있는건지, 아니면 소문대로 젊은이들이 마땅히 할 일을 구하지 못해 하릴없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만, 우리를 발견하고는 순박하게 씩 웃으며 멀베리 맛 좀 보라고 끊임없이 주워준다.
하마 사람들은 워낙 우리를 호감갖고 대해주는데다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해서 이렇게 길거리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현지인들과 뒤섞여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오늘만해도 몇 번이고 수많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있었고, 한 케밥집에서는 아저씨 사진을 찍어주고(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사진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이럴 때마다 항상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아쉬워진다 – 그저 찍히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후렌치후라이까지 공짜로 얻어 먹었으니. 그들의 끼니때 우리가 주변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음식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모두가 우리를 부른다. 함께 먹자면서. 우리네 옛 어른들이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면 돼, 하셨던 것처럼 이들 역시 그저 그들 사이에 끼어 앉아 나눠 먹으면 된다는 듯 얼른 우리 둘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준다.
만약 이 근방 나라에서 장기 체류를 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시리아를, 그리고 마을로는 이 곳 하마를 콕 찍어 택하련다. 근데 그럴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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