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소라게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몰디브는, 배낭 여행에 있어 적합하지 않은 나라이다. 우선 몰디브는 자그마치 1,190여 개의 수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게다가 대륙과는 한참 떨어진 인도양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항공편만이 오직 유일한 입국 수단이 된다. 덧붙여 국민의 대부분이 어업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 필요한 소비재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국내 물가가 그간 여행했던 다른 나라에 비하여 현저히 높은데다가, 숙박비와 섬 간의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싸다.

 

하지만 지도를 봐라. 우리가 있었던 곳은 뾰족한 인도의 남단, 트리반드룸. 여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서쪽으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몰디브가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어찌 몰디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그래서, 그러므로, 그리하여,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몰디브에 왔다. 우하하~(기쁨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우리나라에서 몰디브를 오려면 직항이 없는 관계로 인해 싱가폴 항공이나 말레이지아 항공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이들 항공편을 선택한다면 밤에 내리고 다시 밤에 뜨게 될 것이다. 우리는 훤한 대낮에 비행기를 탄 까닭에 - “창측 자리로 주셔요”도 잊지 않았다 - 우아하게 구름 위를 나르던 비행기가 구름 속을 뚫고 아래로 날기 시작하면서부터 환상적인, 너무나 환상적인 몰디브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짙푸른 코발트 빛 바다에 흩뿌려진 작은 섬들, 그리고 그 작은 섬들을 둘러싼 옅은 하늘 빛의 라군(Lagoon)이 마치 물결무늬 푸른 실크 위에 형광을 발하는 옥가락지들을 던져 놓은 것만 같고, 섬마다 빽빽이 들어찬 야자나무와 새하얀 모래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코가 찌그러지는 줄도 모르고 최대한 창문에 밀착하여 내려다보는 꿈 같은 장면이 점점 클로즈업되는 듯 싶더니 어느새 덜컹, 몰디브의 국제공항, 훌룰레(Hulule) 섬에 착륙했다. 인도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고 친절한 공항에서의 수속을 마치고 건물 밖을 나서는 우리 위로 쏟아지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빛, 눈 앞에 펼쳐진 투명하고 푸르른 바다, 사각거리며 기분 좋게 밟히는 모래, 그리고 양측으로 늘어선 리조트 안내 창구들에서 몰디브의 냄새를 한껏 맡는다.

 

게, 몰디브반면에 여행사 직원들은 남들처럼 바퀴 달린 슈트케이스 가방이 아닌, 먼지 낀 배낭을 둘러메고 공항에 나타난 우리들의 모습에서 ‘건수’의 냄새라도 맡은 모양이다.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서서 상냥히 인사를 건네며 어느 리조트로 갈 예정인지를 묻는다. 몰디브의 1,190여 개의 섬 중 리조트 섬은 단지 87개뿐이지만, 사실 말이 87개지, 우리가 일일이 다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커다란 숫자가 아닌가. 그래서 우리의 오늘 계획은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 섬에서 하루를 머물며 진중하게 리조트 선택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당연히 우리가 그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본인이 정보를 줄 테니 일단 앉아 설명부터 들어보란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시원하게 드리워진 야자수 그늘에 앉아 이름이 Abdulla Luthfee(‘압둘라’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몰디브는 100% 이슬람 국가이다)라는 ‘Intourist Maldives’ 여행사의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기 시작한다. 7월 15일부터는 이탈리아인들의 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로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간은 성수기 요금이 적용된다는 이야기, 리조트로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는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다는 이야기, 모든 리조트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말레의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공항에서 곧장 리조트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 등등…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래도 일단 말레로 가서 우리끼리 의논하는 시간을 가지련다.

 

섬 전체 하나 가득 공항으로 이루어진 훌룰레에서 말레로 가는 데에는 드호니(Dhoani)라 불리우는 배를 타고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어쩌면 바닷물이 이렇게나 맑을 수 있는지,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물이 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오빠, 이 바다가 뭄바이의 앞 바다와, 우리 동해 바다와도 연결되어 있는 게 맞아?”
박자를 한참 놓쳐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오빠 역시 나와 마찬가지 생각이었나 보다.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다.”

 

몰디브, 말레말레는 몰디브의 수도라지만 죄짓고는 못 살 정도의 작은 섬이다. 말레에만 7만 명 정도의 사람이 산다는데 다들 물 속에라도 살고 있는지, 그 수가 길거리에 다 나오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할거라 느껴질 만큼 작다. 게 중 볼거리라는 대통령 궁도 작고, 잡아올린 고기 크기에 비해 어시장도 작고, 청과물 시장도 작다. 수도가 이렇게 작으니 다른 섬들은 어떨지 뻔히 짐작이 가는데, 이상한 건 이 작은 섬에 자전거도 많고, 오토바이도 많고, 택시며 자가용까지도 거리를 누빈다는 사실이다. 약속 시간에 늦을래야 늦을 수도 없겠구먼… 덕분에 많은 찻길은 일방통행이 되었고, 아주 귀여운 사거리와 신호등도 눈에 띈다. 오기 전에는 이슬람 국가라길래 복장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사람들이 자유스럽다. 어디로도 한 발짝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절충한 타협안일지도 모르지만, 예상보다 너그러운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몰디브, 말레, 야외수영장바다를 끼고 섬을 돌며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말레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이렇게 예쁜데, 내일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될지 정말 기대가 된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리조트별 비교표와 몰디브 지도를 펼쳐 놓고 이리저리 짜맞추기를 해보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우선 순위로 꼽는 첫번째는 스노클링 하기에 좋은 리조트, 두 번째는 아름다운 비치가 있는 리조트, 세 번째는 수상 방갈로가 있는 리조트였는데, 87개의 리조트 중 이 세 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유일한 리조트는 여기 말레에서도 자그마치 85 Km나 떨어져 있다. 수상 비행기? 좋긴 하지만 가격이 천문학적 수준이라… 그래, 우리가 신혼도 아니겠다 -_-; 돈도 아낄 겸 -_-; 고민 끝에 3순위를 삭제한다. 그리고 남은 두 조건이 부합되는 리조트를 다시 찾아본다. 이것도 멀어, 저것도 머네, 눈물 나게 아름다운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다시 어디로 가야하나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오빠가 던지는 한 마디,
“야, 그럼 우리 두 군데를 가는 게 어때?” ^o^  


이렇게 해서 우리는 또 다시 우리를 꼬시러 온 압둘라와의 긴 협상 끝에, 말레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우리의 1순위와 2순위를 각기 만족시키는 리조트 두 곳에서 이틀씩 머물기로 예약했다.

 

한밤중인데도 바깥은 낮보다도 더 시끄럽다. 날이 더우니까 선선한 저녁부터 나와 밤새도록(?) 노나 보다. 오빠는 뭄바이에서 구입한 모기장을 치겠다며 부산스러운데, 나는 소풍 전날 보다도 잠이 더 안 온다.

 

Tip

교통 : 트리반드룸 숙소 - 트리반드룸 국제공항 / 오토 릭샤 / 20분 / 50루피(숙소 직원 왈 공항까지는 공정가격이란다) /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도 있는데 40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 아침, 항공권이나 알아보러 MG Rd의 북쪽 끝에 위치한 Airtravel Enterprises를 찾아 갔다가 마침 오늘 오후 1시 20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해서 정신 없이 움직이는 바람에 오토 릭샤를 이용했다. 항공편은 거의 매일 있는 듯
          인도 트리반드룸 - 몰디브 말레(Male) / 비행기(Indian Airline) / 1시간 / 양 공항 이용료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왕복으로 1인당 8595루피(215,000원 정도) / 우리가 알고 갔던 가격보다 비싼 이유를 물었더니 그간 가격 인상이 있었다고 한다(어쨌든 몰디브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도시가 트리반드룸으로 알려져 있다)
          몰디브 공항 - 말레 / 배(드호니) / 10분 / 1인당 10루피아(몰디브 화폐인 루피아 Rufiyaa가 없으면 USD $1)


★ 잠깐! 몰디브는 인도보다도 30분 늦어 우리나라와는 4시간 차이가 난다. 우리는 몰디브가 인도와 가깝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인도 화폐를 쉽게 환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인도 화폐는 바꿀 길이 없더라. 현재 1 US$ = Rf 12.75


숙소 : Extra Heaven Guest House / 천장의 fan과 욕실이 딸린 아담한 더블룸이 무려 25 US$ + 게다가 1인당 1박마다 6 US$의 추가 세금이 붙는단다 = Total US$ 37 / 말레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 중 하나라고 해서 압둘라의 도움을 받아 찾아갔는데, 워낙 길이 미로 같아 공항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책자의 지도(지도상 10번 숙소)만으로는 찾기가 힘들 것 같다. 가장 저렴하다는 숙소의 수준이 이럴진대 압둘라 말대로 공항에서 괜찮은 조건을 만나면 그대로 리조트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만약 우리처럼 우선 말레에 머무를 예정이라면 차라리 배에서 내려 해안을 둘러싼 Boduthakurufaanu Magu를 따라 왼쪽으로 걷자. 섬의 동쪽에 이르면 왼편으로 바다와 이어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옥외 수영장이 있고, 그 맞은 편으로 가격 수준이 비슷한 Holiday Lodge G. H(지도상 11번 숙소)가 있는데 이곳이 찾기도 쉽고 전망도 좋을 듯 하다


식당 : Hut Cuisine / 몰디브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Majeedee Magu와 남북으로 나있는 Sosun Magu가 만나는 사거리에 위치(2층) / 인도에서 오는 길이라면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모두 시켜 먹자. 물론 인도만큼 저렴하지는 않다

 

몰디브, 압둘라★ 말레에는 여행사도 참 많다. 압둘라 말고 다른 여행사와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워낙 압둘라가 친절+집요한데다가 결정적으로 오늘이 금요일이라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는 몰디브의 여행사들이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다 문을 닫아버렸다. 참고로 압둘라의 핸드폰 번호는 774741. 흥미롭게도 압둘라네 여행사(Tel. 960-32-5273, Fax. 960-32-7203, E-mail. info@intourist-maldives.com)의 주고객은 러시아인들이란다.


★ 상기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몰디브에는 87개의 리조트가 있으며,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을 고려하여 적합한 리조트를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배낭 여행자들이 가장 저렴하다고 하여 찾는 리조트 중 Tari Village는 윈드서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지만 스노클링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Kandooma 역시, 2인 3식 포함하여 1박에 US$ 50로 매우 저렴한 리조트이지만, 말레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 1인 왕복 선편 비용이 US$ 75 이나 하므로 웬만큼 오래 머물지 않는 이상 본전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Club Med의 경우, 정작 몰디브 내에서는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며, 참고로 우리나라의 천도 여행사가 취급하는 Sun, Paradise, Fun, Holiday 등의 리조트들은 계약상 말레에서도 천도를 통하지 않는 이상 갈 수 없다고 한다(물론 오직 한국인들에 한해서만 해당되는 소리다. 하긴 우리 역시 절대 한국 신혼 부부들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인들이 편중되게 몰리는 리조트들이 많으니 혹 특정 국가에 대한 반감(?)이 있다면 고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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