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켓 라운지

방니앙 장날이라고, 맛난 게 많다고, 각종 꼬치며 갓 튀겨낸 춘권까지 마구 먹어대던 김원장이 갑자기 귀국편 탑승을 몇 시간 앞두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저녁 한 끼를 건너 뛰겠다고 했다. 김원장이야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밥이랑 장조림이랑 김치랑 해서 배 터지게 먹었는데, 혼자 다 먹고 나니 어쩐지 김원장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럼 댁은 이따가 배 고프면 공항 라운지가서 뭣 좀 요기해... 립서비스를 해뒀더랬다. 

귀국편은 만석답게, 공항 어딜가나 한국어가 들렸고, 그렇담 라운지에 가도 전처럼 한국인들이 많겠구나... 하며 곧장 라운지로 발길을 옮겼는데, 이용 가능한 라운지 두 곳 모두 텅! 비어 있었고 입구에는 Fully Booked 뭐 그런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응??? 

물어보니 VIP 예약이 되어 있어서 그렇다는데, VIP란 대체 누규~? 짐작해보건데 아마도 두어시간 뒤 뜰 카타르 항공 혹은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이상 클래스 승객들을 위해 그 항공사들측에서 미리 라운지 확보를 해 둔 것 같았다. 어느 라운지든 정해진 인원 수 이상 들어가기는 어려울테니 이미 이용객들이 꽉 찬 상태에서 추가 이용객을 받는 건 당연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언제 공항에 올 지 모르는 돈많은 VIP 승객들을 위해 텅 비워둔 라운지를 보노라니, 뭐랄까, 이 또한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해야하나. 김원장은 카타르/에미레이트 그 동네 애들이 좀 그렇지 뭐, 하고 말던데... 나는 뭔가 찝찝하고 껄쩍지근하고 못 마땅한 느낌이 든다는(그런데 나는 왜 이미 배터지게 잘 먹고 왔으면서도 이 지랄인가. 성격에 문제있으).   


@ 가치관의 변화

내 어릴 적, 당시 기준으론 노처녀였던 막내 고모와 나보다 많게는 열 살, 적게는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사촌 언니 셋과 함께 산 적이 있는데, 그 젊은 네 처자들의 유일한 남성 보호자였던 우리 아빠는, 고모나 언니들이 아빠 기준 통금 시간을 넘어 귀가하려들면 코브라 트위스트 내지는 니킥을 날리시는 분이었다(그 연배 그럴 분 많으시겠지만 우리 아빠도 매우 보수적이시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다보니 당시 내게 결혼과 관련된 금과옥조와 같은 3대 세뇌 사항이 있었다면, 혼전순결/그집귀신/이혼금기였달까. 

세월이 흘러 내가 40대에 접어드니 이혼은 성형수술과 더불어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주변에 흔해지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아빠도 그럴까). 그런데 이번 귀국길에 보니 혼전순결 따위 개나 줘버... 

기사로 보는 것하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것하고 역시 피부로 와닿는 감이 다르더라. 물론 20대 초중반 파릇한 그들이 알고보니 모두 정말 공식 부부였다거나, 혹은 겉으로는 부부처럼 친밀해 보여도 사실 손만 잡은 사이에요, 일 수도 있지. 하여간 내 가치관은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나를 너풀거리게 키우지 않은 아빠가 좀 원망스럽네.    


참, 그건 그렇고, 정말 성형수술 받은 한국 여성 많더라. 좀 과장하자면 그 비행기에 탑승한 40대 이하 여성 8-90%는 했겠더라. 다들 이쁘더라. 나도 할래. 응?


@ 어린이 기내식

푸켓 들어갈 때는 비행기를 타네 못 타네 쇼를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왜 신청한 어린이 기내식이 안 나오는걸까, 뭐 그런 배부른 고민 따위 안 했다. 무사히 탑승해서 기내식을 받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지. 그런데 한국 들어올 때의 일이다.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승무원 오빠가 다가와서 우리가 앉아있는 좌석을 확인하곤, 김원장에게는 "해산물 맞으시죠?" 하고 나한테는... 갑자기 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저~어기 앉아있는 웬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가리키며 "쟤가 자제분이신거죠? 쟤한테 어린이 기내식 주면 되죠?" 했다. 다시금 말하지만 만석이었고 그래서 그는 내가 늦게 체크인하는 바람에 내 아이와 떨어져 앉게 되었다고, 나름 이치에 맞도록 본인 생각을 끼워 맞춘 모양이었다. 하여간 내 주변 모두 한국인으로 꽉 들어찬 상황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쪽팔림이 허리케인급 속도로 밀려드는 와중에 또 한편으론 그 말에 빵 터져버려서, 최대한 목소리를 죽여, 한국어로는 "저기요, 그거 사실 제가 나잇값도 못 하고 주책없이 주문한 거걸랑요"라는 뉘앙스가 최대한 전달되기를 바라며 그에게 사실을 밝혔다. 그게 내꺼라고. 왜 그 기내식이 내 기내식이다 말을 못 해! 


다행히도 순간의 쪽팔림은 매우 큰 만족을 안겨줬다. 국적기가 아니라면 전만큼 즐기지 못하게 된 기내식 분야에 있어 간만에 독보적 존재였다고나 할까. 승무원 오빠는 바로 멋진 철가방(?)을 내게 가져다 줬고, 

그 안에는 우유, 초코맛 플레이크, 감자칩, 초컬릿 등등, 마치 어릴 적 명절날 부잣집 친척이 사왔을 법한, 종합 과자 선물 세트의 미니어처 버전스럽게 달달하고 바삭거리는 것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오 이거슨 대박! 러블리! 나는 다음에도 이걸 먹을테야!


@ 가계부 (환율 1밧=36.57원)


2인 항공권 : 136만원 (1,362,942원)  

14박(13.5박) 숙박비 : 133만원 (1,333,083원 / 박당 평균 95,220원)

국내 교통/숙박/책/먹거리비 : 33만원 (교통 132,200원 + 숙박 70,000원 + 책 70,190원 + 먹거리 54,340원 = 326,730원)

현지 교통비(픽업 택시 7회 탑승) : 13만원 (126,167원) 

기타 현지 사용비(식비/맛사지/각종 팁 등) : 27만원 (265,279원)


                총 약 341만원 (3,414,200원) 24.4만원/일   


@ 세 가지 상품 구매 후기


카오락에서의 쇼핑은 아니고, 가기 전 국내에서 몇 가지 여행 용품을 구매했었다. 첫번째 상품은 13인치(33.7cm) 노트북.

라이트 유저로서 현지 생생 블로그 쓴답시고 2주간 써봤을 뿐이지만 ;

+ : 화면/자판이 큰데 가볍다. 대기 모드가 매우 마음에 든다. 객실에선 계속 얘 가지고 놀았고 아이패드는 비치갈 때만 썼을 정도. 

- : 윈도우 8이 아직은 낯설다. 발열이 느껴진다. 기본 세팅에 대체 뭘 잔뜩 깔고 나온건지 여유 공간이 적다(나는 그 중 뭘 지우고 뭘 남겨야 하는지 모르는 컴맹인데)



두번째 상품은 트윈홀 튜브. 2만원쯤 주고 온라인 구매를 했다. 어쩌다보니 센티도에서부터나 꺼내 썼는데, 진작 가지고 놀 것을 했다. 내 날숨만으로도 충분히 불 수 있고 활용도에 있어 일반 도넛 모양의 튜브보다 나은 것 같다. 타고 놀면 잼나다. 추천.







상품이미지세번째 상품은 국산 트래블 쿠커 '파트너'.

7만원쯤 주고 온라인 구매를 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산요의 후계자로 구매를 했는데, 둥근 모양이라 설거지할 때 좀 더 개운하고 물이 좀 더 빨리 끓는 것 같다는 점 말고는 딱히 산요보다 나은 점이 없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달까.  

저 손잡이 부분은 심히 팔랑거려 설거지할 때 시끄러운 구석이 있고, 요리 담당 김원장 같은 경우, 본체와 코펠 결합을 몇 번 제대로 해내지 못 했다(어려운 것도 아닌데 ㅋㅋ). 결정적으로 겨우 두 번인가 썼을 때, 저 코펠 뚜껑의 삼각형 모양 손잡이가 아래 고정 나사와 분리되어 버렸다(다시 결합하려니까 헛돌더라). 

이후 뚜껑에 구멍이 난 채로 그냥 쓰다가(그 구멍에 나무 젓가락 꽂아 열고 닫고)   

한국 돌아와 회사에 전화하여 상황 설명을 하니 바로 해당 부속품을 무료로! 보내주긴 하셨다. AS면에서는 산요보다 매우 탁월할 듯. 


@ 2013년 2주간의 카오락 여행도 끝이 났다(옆에서 김원장은 대충 정리 끝내고 얼른 미국 여행 준비하라고 독촉 중이라는. 김원장은 내 블로그를 안 보기 때문에 포스팅에 대한 나의 정성을 쉽게 무시하는게야). 브리자 객실에서 좋다고 뛰다가 보기 좋게 자빠져 시퍼렇게 멍들었던 무릎팍은 많이 좋아졌고, 더 샌즈에서 제공하는 쪼리 신고 리조트 한 바퀴 돌았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나간 발가락 살점은 다 올라왔다. 센티도 옷걸이에 물들은 티셔츠는 드라이 맡겼고, 얼굴은 여전히 까맣다. 그리고 보니 몸에는 금이 가있네.


앞으로 다시 가게 될지 어떨지 모르는 카오락, 하여간 이번에도 고마웠어! 컵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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