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하와이 말고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데는 어디란 말인가...

5번째 삽질의 화두는 이것이었다.


답은 비교적 빨리 찾았는데, 4월부터 10월까지라면 단연 앞뒤 안 가리고 태국이 되겠지만, 우리에게 예정된 휴가 기간은 11월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발리가 당첨될 수 밖에 없었다(네팔 랑탕 트레킹을 하게 될 경우 그 이후 계획도 발리 옆 롬복 예정이었던 바 있다). 그래, 한 달을 반으로 뚝 잘라 액티비티와 휴양의 조합으로 가는거야! 하고 액티비티용 목적지를 찾기 위해 지도를 들여다보니, 역시 큼지막한 호주가 제일 먼저 보였다. 좋아, 호주 콜.


발리와 호주 북단의 다윈간 직항 항공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지라, 일단 다윈으로 들어간 뒤 캠핑카를 빌려 BBC 선정 50 Places to See Before You Die 호주에 해당하는 두 곳, 울룰루 에어즈락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찍어보기로 했다. 

  

이 루트를 짜다 보니 역시나 시간이 갈수록 몇 가지 소소한(?) 문제점들이 차츰차츰 드러났다. 


첫번째, 울룰루-케언스간 지름길 따윈 없다. 아니, 소문대로 호주 내륙부의 도로로 말하자면... 도로 자체가 거의 없다(동남부와 비교하면 매우 휑하다).   

두번째, 도로와 마찬가지로, 열대 건조 기후를 보이는 지역적 특성상 해안의 유명 도시들에 비해 캠핑장/혹은 캠핑하고픈 장소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옆 나라 뉴질랜드의 그것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이집트나 요르단에서의 캠핑을 오버랩시켜야 한다니 어쩐지 우울하다.

세번째, 다윈에서 울룰루까지 그다지 변화무쌍한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_-; 그 첫 편도 구간만 해도 약 2,000Km에 육박한다. 오늘도 달리는 김기사(예정 배정 기간인 2주 동안 최소 8000Km를 커버하려니 뭔가 그저 달리다가 볼장 다 볼 것만 같은). 

 

영어도 싫고 운전도 반대 방향인데 캠핑카가 평소 모는 차보다 큰 것이 따따블로 부담스럽던 김원장은 운전을 이따만큼 오래 해야한다는 통보 보고까지 듣더니 바로 그럼 호주는 때려치우란다 ㅋㅋㅋ 아, 나 아직 호주 캠핑 카페 가입 승인도 떨어지기 전인데 ㅋㅋㅋ


그래서 호주의 대안을 보다 발리 가까운 곳에서 찾다보니


1안) 발리 + 바로 오른쪽, 즉 롬복->코모도->플로레스. 배와 차를 번갈아 이용해가며 쭈욱 간 뒤 뱅기로 돌아오는 일정

1-1안) 발리 + 롬복 + 길리(메노)

2안) 발리 + 매우 오른쪽, 이리안자야 자야푸라로 날아가서 2006년에 못 했던 발리엠 밸리 트레킹(http://blog.daum.net/worldtravel/6217817) 

3안) 처음부터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메단으로 들어가서 4WD 차량 빌려 수마트라 돌고 + 이후 발리



가 새로운 안으로 등장했으나 차례로 명멸하는 수순을 밟고 말았다. 나중에는 김원장이 내 1안~2안에 대한 리포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지겨워진 듯, -_-; 


"아, 다 귀찮고 번거로우니 그냥 발리에만 한 달 자빠져 있어(진지할 땐 궁서체)"


라 외치는 것이 아닌가. 이에(물주가 왕이다) 뭐, 일단 발리 왕복 항공권을 끊고 나서도 1, 2안은 여차하면 언제든지 유효한 옵션이니까... 하는 잔머리에 일단 발리 왕복 항공편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시아나도 올 여름 발리에 새로이 취항한다는 사실에 다소 고무되었으나, 


  인천->발리 발리->인천 홈(환불수수료5만원)  인터파크(8만원)  프레스티지석 공시가
 대한항공 토20:10->02:10+1 토00:55->08:55 895500원 865500원 
  일18:30->00:40+1 일03:40->11:40
 1095500원(승급가능) 1057500원(승급가능) 2368000원 
 아시아나 일19:30->01:40+1 금03:00->10:55 헐, 최악의 스케줄일세  
 가루다 월11:05->17:00 일00:20->08:25  855500원(768.1 USD)  

      

우리에게 최선책은 어쩔 수 없이 대한항공 당첨 -_-; 출도착 시간이 참으로 애매모호한 밤 비행기다 보니 백만년 전부터 몽골에서 한국 들어올 때(!) 나름 알차게 쓰려고 남겨뒀던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간만에 마일리지 계산을 해보니 두 장 좌석 승급이 가능한 수준이라 혹시나 해서 승급 가능한 티켓 가격도 알아 보았다. 동시에 대한항공 발리행 비즈니스석은 어떤가 하고 블로그 이웃 띠끼님 방에 갔는데(띠끼님께선 비즈니스석은 물론 퍼스트도 막 타고 댕기신다 ㅎㅎ), 어랏, 띠끼님 글에 대한항공 A330 발리행 비즈니스석 1열은 퍼스트 클래스의 그것이니 최대한 일찍 선점하라는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 글을 보기 전까지는 과연 발리를 가는게 옳을까, 발리를 간다면 마일리지를 써서 이걸 승급을 해, 말아 이런저런 고민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자마자 급 꽂혔다는 ㅋㅋㅋ 


1열을 선점만 할 수 있다면, 무조건 비즈니스석으로 발리 고고씽하는거야!!!!!!!!!!!!!


당장 질러야 해! 굳게 결심하고 나니 어느새 벌써 퇴근 시간이 되어 -_-; 아쉽지만 더 이상 여정을 진전시키지 못 하고 퇴근했는데... 이게 집에 와 오프라인 상태에서 정신 차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근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김원장은 87% 정도 발리로 마음을 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아직 완벽히 동의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목적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삼등석 가격에 (마일리지를 더해) 이등석을 탈까 말까 하고 있다가 단순히 그 가격에 일등석 좌석을 타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로 가겠다는게 이유가 된단 말인가??? 이게 뭐야. 




하룻밤 코골고 자고 일어나니 평소처럼 단순한 -_-; 나로 돌아왔다. 내가 내린 결론.


그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면 당장 발리행 예약 들어가고 더 이상 목적지로 고민하지 않는다, 

확보할 수 없다면 모든 가능성은 처음부터 모조리 다시 열어 놓는다(실제 상기 3안은 이 날 아침 출근길에 나왔다).


김원장도 잠이 덜 깬 네가 머리 아무리 굴려봤자 소용없다는 얼굴(정말 이런 표정이라니 ㅋㅋ)로 기꺼이 내 안에 동의했다.


일단 항공권 예약만 살짝 걸어놓은 뒤 대한항공에 전화해 보니 내 머리로는 잘 이해 안 가는 시스템상 그 좌석은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불행인지 다행인지). 통화가 되기 전까지는 은근 X줄이 타기도 했지만, 그 대답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정말이지 후~련했다 ㅎㅎㅎ 


삽질만 계속될 뿐,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사실 8월에 카오락 다녀오고 나서 땡기는 대로 결정해도 되는 거였는데 심심하니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당분간 관심 끊고 쿨 모드로 다가오는 짧은 일본 여행 준비나 마저 정리해야겠다(이것도 안 해놓고 멀고 먼 11월 고민이었다니).


그래도 2001년, 2006년 이후로 내내 관심 끊고 지내다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본 발리는 여전히 충분히 즐거운 곳이었다. 어쩌면 정말 발리에서 11월 한 달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3년 6월 22일 현재, 예약을 진행하며 대한항공에 제대로 알아보니,

알고보니 대한항공의 발리행 노선은 프레스티지 전석이 슬리퍼시트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일반석->프레스티지석 25000마일/인 공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석->프레스티지 슬리퍼시트에 해당하는 35000마일/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여 우리 둘 곱하기 2를 하니, 우리 합쳐 6만 마일 남짓 보유 하고 있는데 (내 예상이었던 5만 마일과는 달리) 토탈 7만 마일이 필요하므로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좌석 승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또 한동안 뻘짓했다는 소리). 결국 발리행은 여전히 홀딩, 11월 여정은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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