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한 마디만 하자면,

여러면에서 그간 우리의 여행과는 꽤나 다른 타입의 여행이었고,

그랬기에 여행 전 정보를 수집하는데 있어부터 다른 종류의 난관에 부딪혔다. 

말하자면 기존 데스티네이션들은 한글로 된 최신 정보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던 반면

이번은 너무 많아서 대체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하는지 어려웠다고나 할까(어떤 면에서는 이게 더 난감하게 느껴지던).  

 

결론은 이번 여행 관련 기록들이 남다를 것도 없으며 잘 찍지도 못한 사진 위주로 나갈 것이라는 예고되시겠다 ㅎㅎ

 


 

원래 토요일 근무 시간은 오후 4시까지지만, 자영업의 장점을 십분 살려 3시 살짝 못 미쳐 그냥 문 닫고 퇴근.

집에 휘리릭 들러 이미 꺼내놓은 여행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싸놓은 배낭 각자 짊어지고 나와 여기저기 손 흔들어 택시 잡아 타고 대전역에 도착하니 이런 우사인볼트 부부가 있나, 겨우 335분(4시 10분표를 끊어 왔는데).

어차피 인천 공항까지 빡빡하게 짠 이동 일정이다보니 기왕 이리 된 것, 표를 바꾸어 되도록 빨리 공항에 가고자 했지만, 3시 50분 KTX는 만석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4시 10분 기차를 탈 수 밖에.

플랫폼에 앉아 멍하니 기차를 기다리는데 우리 기차 5분 연착된단다. 시작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말이지.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예정보다 8분이나 -_-; 늦은 5시 18분. 이런저런 물건을 맡아줄 엄마/아빠와 한 번의 포옹으로 잠시 도킹하고 공항 철도(http://www.arex.or.kr/jsp/main.jsp)를 이용하기 위해 서둘러 이동한다. 계획했던 26분 차는 이미 포기, 어쩔 수 없이 39분 다음 차를 타야지 마음먹고 있는데 공항철도 서울역으로 열심히 내려가던 중 지금(5시 27분) 표를 사면 30분에 출발하는 직통(=왕 비싼)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직통과 일반 열차는 공항까지의 소요시간은 겨우 10분 차이인데 비해 요금은 3~4배에 달한다고 했기 때문에 내 사전에 직통이란 없는 단어였는데, 그 소리를 들은 김원장, 그냥 저거 타고 빨리 가자고. 뭐 물주가 그러자면 그래야지. ㅋㅋ 매표소 직원마저 헐레벌떡 끊어주는 표를 사고(13,300원/편도/성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에 서 있는 직통 열차에 올라타자 어이쿠야, 출입문이 닫히고 곧 출발. 아슬아슬.

 

<실제 우리가 탑승한 편은 5시 30분발이었지만, 말 그대로 출발 직전에 구입했기에 표에는 다음 운행편수가 찍혀있었다> 

 

<소문대로 KTX와 비슷한, 하지만 공간은 보다 넓은 듯한 실내 구조>

    

공항까지는 안내대로 43분이 소요되었다. 비싸서 그렇지, 쾌적하게는 왔네.

 

푸켓까지의 이용 항공편은 아시아나였고, 근무 때문에 여유 시간이 별로 없었던 우리는 이미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http://flyasiana.com/index.htm)를 통해 인터넷 좌석 배정이란 것을 해왔기 때문에 이럴 경우 전용 카운터라던 K25를 찾아갔는데, 담당 직원이 까칠한 것이 수속부터 약간 기분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일로 출발 전부터 기분을 망칠 수 없어 애써 참기로 했지(좌석 지정 후 인터넷 탑승권을 출력해 갔는데 카운터에서 이를 다시 보딩 패스로 교환해 주었다).

 

이제 다음 할 일은 타이 현지 화폐 찾기. 이미 동네 거래은행(우리의 경우는 국민은행)에 네트워크환전(http://kbfex.kbstar.com/quics?asfilecode=5023&_nextPage=page=fex)을 신청해 놓은터라 공항의 지정 환전소에서 실물 수령만 하면 되었다. 김원장이 화장실 간 사이 김원장 여권을 들고 내가 수령하러 갔다가 본인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잠시 기다렸던 일만 제외하고는 뭐 순순히 패스.  

 

그리고는 곧장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는데(우리는 쇼핑 같은 거 안 키움), 김원장 왈 출입국 심사 직원이 많이 친절해진 것 같다고 한다(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먼저 인사하고 다녀 버릇해서 그런지 그런거 잘 못 느꼈는데).

 

기대하고 들어간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여객터미널)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뭐야, 비즈니스 이용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던거야? 쑥덕쑥덕) 분위기는 완전 시장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조용한 편. 한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고 둘러보니 작은 컵라면이 있어 김원장은 신라면 하나 땡겨주심. 

 

공항에 오면 라운지 이용은 최소로 하고 무조건 걸어줘야 한다는 김원장의 모토 아래 여기저기 걷다가 보딩하러 게이트 앞으로 가니 완전 잊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오늘이 토요일이었던 것이지. 우리가 탈 비행기는 푸켓행이고. 그 야그인즉, 이 비행기에는 신혼여행 가는 커플들이 득시글했던 것이야. ㅎㅎㅎ 우리 주변으로 풋풋한, 화장인지 분장인지 그런 걸 막한, 실핀 가득한 이따만한 신부 머리들 하며, 아주 귀여운 커플티를 입고 앙증맞게 몰라몰라 하는... 뭐 그런 커플들이 무지 많은지라 늙고도 추레한 아줌마의 부러움을 마구 샀단 말이지(여보, 나도 커플티 입을래요->김원장 전혀 반응 없음). 

 

게이트 앞에서 언니가 비즈니스 탑승 손님 먼저 나오세요, 해서 그래, 드디어 이 순간이 오는구나! (김원장은 처음이 아니지만, 나는 처음인지라) 마지막으로 타겠다는 김원장을 질질 끌고 1등으로 탑승했단 말이지. ㅎ 깨 냄새 진동하는 어린 것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말이야 ㅎ 신문도 빠짐없이 다 챙겨주겠어! (매번 일부러 늦게 탑승하는데 그럼 이미 한글 신문 동났으) 했는데 나중에 타고 보니 비즈니스석은 신문도 참 잘 챙겨주더라는. 여하튼 처음 탑승하는 기념으로 비즈니스석의 모든 혜택을 샅샅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누려주겠어!!!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지만 실상은 밥 먹고 바로 꿈나라로 -_-; (어엇, 챙겨온 신문들은!)

 

어쨌거나 "나 처음 타는거 너무 티내는거 아냐?" 스스로 걱정스러울 만큼 촌티를 내면서 타자마자 제공해주는 음료/스팀타올에 감탄하고 이것저것 열어보고 만져보고 눌러보며 놀고 있는데 옆 자리 러스키(로 짐작되는) 아기가 좌석과 기체 사이에 끼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출발이 약간 지연(아무도 넘어갈 듯 울고 있는 그 아이를 못 빼내고 있어서 보다 못한 내가 "오빠가 한 번 가봐라" 하려는 순간 아이가 스스로 빠져 나오면서 다소 허무히 상황 종료. 막 무선질해대던 승무원들도 순식간에 이륙 준비 체제 돌입).

 

비즈니스석 저녁 메뉴는 한식으로 불고기 영양쌈밥과 양식으로 뭔 스테이크였던가. 하여간 스스로 여행 블로거라 생각하는 만큼 나 역시 영양쌈밥이 땡김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주문(기특).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꺼번에 주다시피하는 이코노미석과는 달리 비즈니스석은 전채+주요리+후식의 3 코스로 구성. 고상하게 하이얀 식탁보를 깔아준 뒤 그것도 떨어뜨리면 깨지는 그릇들로다가 쫘악 마련해와서 얌전히 세팅해줬다.

 

우선 김원장의 영양쌈밥 3 코스 ;

 

 

 

 

 

그리고 내것 ;

 

  

<참, 원래 우리는 뱅기에서 술 안 먹는데, 밀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이번에 와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그나마 적포도주보다는 백포도주가 입맛에 맞는 듯 하여 그 놈으로). 여러 구비 주종 중 화이트 와인으로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그 중 달달한 놈으로 추천을 받아 마심.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다만 문제라면 예상보다 빨리 취기가 도는 듯 -_-;>

 

밝히자면 입 짧고 예민한(그리고 아까 신라면 하나 살짝 먹기까지한) 김원장이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는 많이 못 먹겠다고 하여 결국 김원장의 쌈밥마저 모두 내 차지. 으흥흥. 내가 주문한 양식도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 한국 토종 입맛에는 쌈밥이 짱. 그런데 사실 숟가락 팍팍 비빔밥도 아니고, 양 손 꺼내들고 쌈 싸먹고 있으니까 어쩐지 좀 웃기긴 하더라만.

 

이코노미석에 비하자니 꿈과 같은 경사로 눕혀지는 비즈니스석이었고, 그리하여 밥 먹고 곧장 취침 모드에 들어간 우리는 이거야 말로 바라던 바야, 이러면 지구를 몇 바퀴도 돌겠어 하고 히히덕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리 이따만큼 제껴진다 하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편히 자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구나로 중지를 모으게 되었다. 처음엔 해피 그 자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이 가중되더라고.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현지 시각으로 1220분쯤(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오전 2시 20분) 드디어 푸켓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탑승할 때마다 비즈니스석 나오세요, 하면 먼저 게이트를 통과해 유유히 비행기에 오르던 그들,

지루하고 답답한 비행중 이 시간 저 커튼 너머에는 어떤 우아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궁금했던 세계,

비행기에서 내릴 때면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이후 어지럽게 헝클어진 그들의 좌석을 지나칠 때면 느껴지던 감정, 대체 이런 좌석엔 누가 타는 것일까.

그런데 오늘 드디어 내가 1등으로 비행기에 오르고, 1등으로 비행기를 나서더니, 어머나 세상에, 1등으로 입국 심사대에 서보다니. 이건 정말 삼연타석 홈런(게다가 낡은 우리 배낭마저 후다닥 나와주시네).  

 

공항을 나서니 한껏 후덥지근하여 여느 때처럼 태국 도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번 항공편에 단촐한 커플로만 움직이는 허니문 승객이 많다보니 한국인 이름 피켓을 든 사람들도 한가득이어서 잠시 당황. 숙소에 픽업을 부탁했기에 피켓 하나 하나 확인하는 것도 일인데, 찬찬히 두 어번을 훑어봐도 어라, 숙소 이름도, 내 이름도 없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저 많은 한인 가이드 중 한 분께 부탁해서 숙소에 전화라도 해 봐야겠다, 하는 순간 저 뒤에서 막 차를 세우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는 한 사람. 그가 내 이름을 들고 있네. 우리가 이렇게까지 빨리 공항 밖으로 나올지 몰랐던 모양. ㅎ 하긴 나도 몰랐다.

 

(바라던 바) 숙소까지는 채 5분에도 못 미친 짧은 드라이브였다. 김원장 왈 푸켓은 7년 만인데 그대로인 것 같다고(태국 GDP 상승에 힘을 쏟는 정치/경제인사들이 들으면 울컥할지도 ㅋ).

 

PS 그러나 비즈니스석에는 허니문 승객이 단 한 쌍도 없었다. 막판에 어쩌다 앞으로 들어오게 된 한 신랑이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밝히건데 늙고 추레한) 우리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곤 당연히 우리 근처에서 본인들 좌석을 찾으려고 애를 쓰다 승무원들에 의해 뒤로 밀려 가셨다 -_-; 밀려 가시면서 그런데 왜 저 아줌마는 저기 앉아 있는거야, 하는 그의 눈초리가 느껴져 좀 미안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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