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맘잡고 에스파한의 관광지들을 구경하기로 한다. 아침을 육개장으로 든든히 먹고 숙소를 출발, 처음 방문한 곳은 이맘 광장의 Ali Qapu Palace. 이 곳은 6층짜리 궁(그럼 우리 식으로는 7층인가?)으로 6층의 일명 ‘소리방’이 유명한데 입구에 현재 6층은 공사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호...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에스파한의 전경이 훌륭하다는 가이드북의 문구는 사실로 확인되었다(하지만 이미 햇살이 강렬하여 사진발은 안 먹는다). 

 

 

 

 

 

두번째로 노린 곳은 이맘 광장을 떠나 Bozorg 바자르를 거쳐 이란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는 Jameh 모스크. 바자르가 어찌나 크고 미로같은지 신나게 나아가다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자메 모스크가 이란어가 아닌지 자메 모스크를 외쳐봐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 눈치다(한참 후에야 이들은 마스제데 자메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주차중이던 특별히 친절한 짱가를 만나 자메 모스크가 눈에 들어오는 곳까지 안내를 받는다. 자메 모스크에 다 와서도 입구를 못 찾아 어리버리해하다 마침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또 다른 짱가의 어시스트로 골인. ^^;  

 

 

 

 

 

 

 

 

자메 모스크 구경 후 돌아올 때는 다시 바자르에 도전했는데, 이번엔 성공했다. 내 경험상 갈림길에서 고민이 될 때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메인 바자르스러운 지붕길만을 계속 따라온다면 이맘 광장 북단에 저절로 이르게 될 것이다(개인적으로 모스크보다는 보조르그 시장 구경이 더 재미있었다).

 

돌아온 이맘 광장에서 세번째로 방문한 곳은 Azadegan 찻집. 입구를 찾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인테리어가 정말 이국적으로 근사한지라 우리처럼 잠시 쉬고 싶을 때 방문해보라 권하고 싶다.

 

 

 


<촬영중 기도 시간이 온지라 갑자기 아잔이 울려퍼진다. 볼륨 업!>

 

 

입구쪽은 이미 여러 남성들이 앉아 차와 물담배를 즐기고 있었는지라 우리는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차를 마셨는데(우와, 차 세팅이 근사하다), 시간이 흐르자 젊은 커플 쌍쌍이 안쪽으로 들어오더라. 우리나 이들이나 연애를 할 때는 으슥한 곳이 좋은가보다(특히 이란 젊은이들은 더욱 절실할 듯). 둘이 차마시고 2000원 지불.

 

네번째로 간 곳은 발음이 안 되는 Sheikh Lotfollah Mosque. 안을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말이 자화자찬만은 아닌 듯. 셰이크 로트폴라라는 레바논의 대신학자를 위해 압바스왕이 건축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왕의 여인들, 즉 하렘의 여인들용 모스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맞은편의 알리 콰푸 궁에서 이 곳으로 오는 지하통로도 있다고.

 

 

 

 

 

 

 

 

다음 목적지였던 이맘 모스크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 하여 다섯번째로 대신 방문한 곳은 Restaurant Traditional Banquet Hall. 식당 이름이 전통 연회 식당? 이름을 뭐 이렇게 순진하게 지었냐, 하면서 들어섰는데 급반전, 분위기에 감탄했다. 론리 플래닛 설명왈 한 독자가 이란에서 먹어보았던 식당 중 최고였다고 해서 찾아간 곳인데 무척 흥미로운 곳이다. 2층에 있어 뒤에 숨어있는 입구를 찾기가 다소 어렵지만(그래도 이란인들로 바글바글) 이맘 광장에서 끼때를 맞는다면 한 번 들러보시길. 그리고 그 분위기에 폭 빠져보시길.

 


우리는 케밥과 디지(Dizi / 어느 선배 여행자가 우리나라 곰국스럽다고해서 시켰는데 고깃국은 고깃국이지만 내 앞에 놓인 디지는 곰국과 색이며 맛이 많이 다르더라 -_-; 디지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앞에 놓인 음식은 언젠가 다큐에서 보았던 이란 전통 음식으로 먹기 전 과정도 재미있고 생각보다 맛도 제법 괜찮다), 샐러드와 음료 등을 먹고 8000원 안 되게 지불했다.

 

<디지 서빙 과정> 

 

여섯번째로 방문한 곳은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맘 모스크 

 

 

 

음… 뭐랄까. 처음 이맘 광장의 크기를 접하고도 ‘에스파한이 세계의 절반’이라는 말에 감흥할 수 없었는데, 웅장하고도 화려하고, 과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맘 모스크를 관람하고 나와 다시 눈 앞에 탁 트인 이맘 광장을 만나자 지금 바로 이 순간, 에스파한이 세계의 ‘중심’스럽게 느껴지더라(세상의 중심이라던 그리스 델포이의 현재에는 이런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이맘 광장에서 벌어지는 폴로 경기를 알리 콰푸 궁에 편히 앉아 내려보았을 왕의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음... 내 뜻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졌군. 흡족해’ 이랬을까?

 

일곱번째로 방문한 곳은 로딩 속도가 빠르다는 에스파한 시민센터(스러운 곳)의 인터넷실. 우선 건물 중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600원/hr을 지불하고 사용자명과 패스워드가 적힌 쪽지를 받아든다. 동일건물 지하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면 인터넷실이 있다. 그러나 속도도 별로고 사진 업로드도 안 되어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에스파한에서 세 곳인가 피씨방을 들렀는데 모두 다 카샨보다 속도가 느렸다).

 

근처의 Chehel Sotun Palace를 방문하려다가 김원장이 피곤하다고 해서 숙소로 후퇴했다. 그리고 어스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에스파한 Zayandeh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구경에 다시 나섰다.

 

 

 

 

여덟번째 방문지는 Khaju 다리. 두 층으로 이루어진 이 다리가 에스파한의 여러 다리 중 가장 예쁘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 같고, 아홉번째 방문지이자 교각 아래 찻집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을 노렸던 Chubi 다리에서는 찻집이 문을 안 연 바람에 아쉬운 마음으로 시오세 폴 다리로 돌아와야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초봄인지라 강변을 거니는 사람의 수가 적었지만,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이 가득 모여들 한여름 저녁의 강변 풍경이 절로 그려졌다. 여름의 이란 여행이 날씨 때문에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에스파한의 강변 문화를 즐기려면 토끼 한 마리는 포기해야겠지.

 

마지막 방문지는 그제 들렀던 곰돌이 푸우 패스트푸드점. 이 곳에서 다시 닭과 햄버거를 먹는다. 어라, 그제 나왔던 오이짠지에는 향신료가 안 뿌려져 있었는데 오늘은 뿌려져있어 먹기 곤란하다(김원장도 햄버거에서 오이를 골라낸다. 그러나저러나 에스파한에서 3일 연속 하루에 반마리씩 닭을 뜯고 있네 -_-). 오늘은 정말이지 맘잡고 – 여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 - 부지런히 구경을 다녔다. 내일은 그만 야즈드로 떠야지. 우리가 평생 에스파한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 복작복작한 시내를 다시 밟을 일이 있을까? 어쩐지 그렇지 못할 것만 같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걸까…

 

# 에스파한은 이란을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라 정보도 많다. 예전 정보 중에서는 김순향님 글이 기억에 남고, http://all-iran.info/home5/category/tourinfo/에서도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다.

 

# 카쥬 다리행 버스 속에서 김원장과 대화를 나눴던 청년왈, 이란의 공식 명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Iran)’으로 이슬람도 공화국도 모두 좋은 것들이지만, 현재 이란은 100% 이슬람국도, 100% 공화국도 아니라며 현 정부를 열라 성토하다.

 

# 결국 호기심과 충동에 굴복하여 아이스크림 대열에 합류하다. 이란 최고의 관광지에서 우리 돈 300원을 내면 그릇 모양 콘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이따만큼 올려준다. 질감은 다소 샤벳과 섞인 듯 하지만 맛은 좋다.

 

# 이맘 광장을 둘러싼 바자르 골목에서 우리나라 ‘뻥이요’ 맛이 나는 강냉이를 사서 먹고 댕기다 드디어 석류를 파는 리어카를 발견하다. 숙소로 돌아와 자리잡고 힘주어 반으로 쪼개는 순간 주변으로 온통 석류즙이 튀다. 어라, 이불에도 묻었네. 대박이다. 

 

 

# 오늘의 영화 : <만남의 광장>. 김원장, 아주 즐거워하다. 그간 한국 코미디 영화가 이렇게 발전했냐면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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