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하면 난 이상하게 일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이원복 교수님의 만화 시리즈다). 많이들 <가깝고도 먼 나라>라 일컫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그렇게 머릿속에 박혀 있나보다. 
 
일본은, 두 번 방문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나라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 감당하기 어려운 물가가 제일 큰 이유이다. 게다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 말을 모르고, 그들은 내 말을 모른다는게 또한 스트레스이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끔 먹던 일식도, 당연히 그들 나라에서는 그 맛이 아니다.
 
뭐, 이런저런 이유야 많다마는, 여하간 일본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갈 마음이 없는 곳이다. 그렇지만, 혹 가게 된다면 다음 번엔 여길 가겠다.
 
 
(이 지도에 동해와 일본해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시코쿠섬(Shikoku). 일본 열도를 이루고 있는 4개의 큰 섬 중 가장 작은 섬이 바로 그 섬이다(다들 시코쿠가 지도에서 어디 붙어있는지 찾았나?).
 
이 시코쿠에는 <시코쿠메구리>라 불리우는 순례길이 있다. 1,440km에 이르는 이 길은, "시코쿠의 동북단부터 시작되어, 88개의 성스러운 사원(札所, 후다쇼)을 찾아가며 시계방향으로 섬을 일주하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순환형 순례길이"라고 한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이런 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연간 약 20만명이 순례를 위해 찾아오고, 이 중 열 명에 한 명은(어딘가에는 백 명에 한 명이라고도 하니 정확한 수는 잘 모르겠다. 여하간) 도보로 50여일이 소요되는 이 길을 걸.어.서. 일주한다고 한다. 
 
<출처 : http://www.wanderingtheworld.com/shikoku/shikokuhighres.jpg>
 
번호가 매겨진 88개의 사찰은 각각 도쿠시마현에 1~23번이, 고치현에 24~39번이, 에히메현에 40~65번이, 가가와현에 66~88번이 위치해 있으며, 또한 그 순서대로 발심도량, 수행도량, 보리도량, 열반도량으로 묶여 불리워진다고 한다.
 
지도를 가만 들여다보니 대부분 시코쿠의 해안가를 따라 순례길이 이루어져있다. 언제고 내가 이 길을 걸을 때에는 사요나라, 곤니찌와, 곰방와, 아리가또 말고도 몇 마디 더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 세상은 넓고 갈 데가 많아 오늘 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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