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뉴질랜드, 사우디 아라비아, 예멘... 앞서 소개한 겨울에 가고픈 나라 목록에 오른 4개국은 아무래도 다소 먼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아니,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이다. 하긴, 우리나라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가진 나라로 가려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까운 곳에 그런 곳들이 없을쏘냐... 그래서, 난 눈을 가까이로 돌리기로 했다. 우리나라랑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따뜻한 나라... 뭐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이 바로 동남아. 당첨.

 

그 중에서도 가보지 못한 나라를 우선으로 꼽으려들자 내 눈에 확 뜨인 곳이 바로 '방글라데시'였다. 익숙한 이름이지 않은가? 우리가 여름 휴가때 주로 쓰는 말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 둘의 대화를 엿들어보자.

 

영희 : "이번 휴가때 어디 갈 예정이야?"

철수 : "방콕이나 방글라데시지, 뭐" 

 

누구나 알겠지만 여기서 철수가 말하는 방콕이나 방글라데시는 각각 태국의 수도명,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동남아의 한 국가명이 아니다. 하고 처박혀 있을 예정이라거나, 바닥에서 굴러다니겠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출처 : Lonely Planet>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처럼 인도와 붙어있는 나라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짧고 쉽게(?) 설명해 보자면, 인도는 대부분의 국민이 힌두교를 신봉하는 탓에 자국 내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의 국민들을 핍박했고, 이 핍박 받던 사람들이 모여 새로이 재탄생한 이슬람 국가를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라 이해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방글라데시는 예전에 동파키스탄(인도의 서쪽에는 오리지날 파키스탄이 있는 관계로)으로 불리우다가 다시 재독립하면서 방글라데시로 개명, 거듭 태어났다.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방글라데시는 인도에 둘러싸여 있다. 지도 오른쪽 하단으로 미얀마와 국경을 조금 마주하고 있긴 하지만, 미얀마의 현 상황을 떠올려볼 때 그냥 인도 속에 폭~하고 파묻힌 것이라 봐도 무방할 듯. 그래서일까, 거대한 이슬람 대국들(이란/아프가니스탄)과 국경 한 쪽을 공유한 파키스탄과 힌두 대국 인도는 맨날 싸움질인데 반해 - 실제로 이 때문에 우리의 횡단 여행이 완전 망가진 경험도 있다 -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사이는 훨씬 좋다. 설령 그게 방글라데시의 지리적 조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말이다.

 

다시 지도를 보자. 다른 나라와 달리 방글라데시를 커다란 파란 물줄기들이 얼기설기 가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지도에는 브라마푸트라 강과 합류된 파드마 Padma 강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 강은 바로 나도 잘 아는 '갠지스'이다). 가끔 뉴스을 보다보면 방글라데시 물난리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저 커다란 강들이 벵갈만(Bay of Bengal)으로 흘러나오는 삼각주(머릿속 어딘가에 삼각주에 대한 기억이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절라 평평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럼 최종 정리를 해보자. 방글라데시는 강이 많은 절라 평평한 나라인데, 참고로 방글라데시 위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어 인도양에서 뭉개뭉개 만들어진 비구름들이 히말라야를 넘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마니, 그 지역이 바로 방글라데시인 것이다. 그럼 그 평평한 나라의 강들은 너도나도 범람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른 물난리는 안 봐도 구만리가 아니겠는가.

 

<방글라데시의 장점>

  1. 남들이 이슬람 국가에 무슨 한이 맺혔내고 하겠지만(실제 가 본 나라 중에 당장 떠오르는 이슬람 국가는 몰디브이다. 몰디브라... 거의 가라 수준이 아닌가 -_-;), 여하간 방글라데시도 이슬람 국가이다. 
  2. 방문 시기가 적절하다.  
  3. 아까 이야기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라고... 현지 물가에 민감한 여행자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4.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매력적이라 소문나 있다.

<방글라데시의 단점>

  1. 오빠가 별로 땡겨하지 않는다. 왜냐, 오빠는 잠시나마(3박 4일) 방글라데시를 이미 여행한 경험이 있다.  
  2. 현지 치안이 불안하다. 수도인 다카(Dhaka) 외곽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 다카 역시 밤에는 안전하지 않다. 
  3. 예상과는 달리 여행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인도는 여행자들이 그토록 많고 정보가 넘쳐나는데, 방글라데시를 여행한 사람은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Lonely Planet에서는 방글라데시의 기후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 계절로 구분되는데 우기는 5월에서 10월 초, 겨울은 10월 중순부터 2월 말, 여름(역시 비가 많이 내림)은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이다. 또한 태풍(사이클론 / Cyclone)이 불어오는 시기는 각각 5월에서 6월과 10월에서 11월이다... 4월은 습하고 너무 더워 피하는 게 좋다...

 

순간 그럼 대체 언제 오라는 얘기냐,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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