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인터넷의 바다에서 미얀마 여행 정보 검색을 허우적거리며 하던 그 시절... 이미 이래저래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던 강문근 선생님의 <뭉그니의 여행 이야기>(http://www.welovetravel.net/menu.htm)를 다시금 방문하게 되었다. 그래도 가장 최근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시기에 미얀마를 여행하고 오셨고, 여행 정보 또한 잘 정리해 두셨기 때문에.

 

그러다 어느새 미얀마에서 벗어나 <뭉그니의 여행 이야기>를 여기저기 뒤적거리게 되었다. 종종 이렇게 잘 새어나가곤 하므로 이번에도 큰 죄책감은 없었다. 그렇게 2003년 여름에 여행하신 스페인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이런(?) 여행말고 다른(?) 여행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은 한동안 탐나지도 않았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탐날 여행지가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그런데,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뭉그니님의 스페인 여행을 간접경험하고 있으려니 무언가, 이것 말고 다른 그 무엇, something special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 음식에 빠진 간, 그게 과연 무슨 양념인지 알아내고 싶었던 것. 그래서 또 다른 길로 새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검색엔진 google에 spain과 walking을 넣었다. 잠시 여백을 보여주나 싶더니 어느새 후루룩,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목만 주르륵 읽어나가고 있는데 어쭈, 익숙한 단어가 보인다. Lonely Planet? 내가 아는 그 Lonely Planet? 클릭.

 

맞았다. 바로 그 론리플래닛이었다. 그건 바로 Walking in Spain이라는 론리플래닛의 여행가이드북이었던 것이다. 아니, 론리플래닛에 저런 책이? 지금까지 난 오직 한 나라에 국한된, 혹은 유명 대도시에 국한된 론리만을 알아왔을 뿐이었다. 얼른 서둘러 론리플래닛 대표 사이트(http://www.lonelyplanet.com)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저 책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두들겨 보기 시작했다(근무 중 아니었냐고? 에라, 모르겠다. 설마 남편이 사장인데 날 자르랴!).

 

그리고 난 그 시리즈를 만났다. 그 이름도 찬란한 론리표 <Walking Guides>. 이에 해당하는 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다.

 

Hiking in Alaska

Hiking in Hawaii

Hiking in Japan

Hiking in the Rocky Mountains

Hiking in the Sierra Nevada

Hiking in the USA

Tramping in New Zealand

Trekking in East Africa

Trekking in the Central Andes

Trekking in the Indian Himalaya

Trekking in the Karakoram & Hindukush

Trekking in the Nepal Himalaya

Trekking in the Patagonian Andes

Walking in Australia

Walking in Britain

Walking in France

Walking in Ireland

Walking in Italy

Walking in Scotland

Walking in Spain

Walking in Switzerland

Walking in the Alps

 

탐나는 책이 너무 많았다. 얼른 Yes24와 교보문고를 오가며 탐나는 놈들을 몇 개 골라 저장부터 해 두었다(저 빨간 놈들이 그 자식들이다). 그리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미얀마는 벌써 머릿속 한 구석에 처박아 둔 지 오래 -_-). 요근래 읽은 4권의 책이 모두 프랑스인이 주인공이길래, 일단 프랑스가 그 첫 빠따를 맞았다. 불어를 알았으면 더 좋았으련만, 영어로만도 정보는 끝이 없다. 그랬구나, 신세계가 열렸다.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구나. 앉아서도 여행의 키가 부쩍 자란 느낌이다. 아, 이 뿌듯함. 

 

갑자기 유럽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일전에 캠핑카 생활을 너무 해보고 싶어서 그 인프라를 찾느라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를 새삼 챙겼던 적이 있었더랬다. 지금 다시 그 꼴 났다. 요 며칠은 아침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프랑스 걷기> 정보를 찾고 공부(?)하느라 바쁘다.

 

보다 못한 오빠가 또 한 마디 한다. "야, 미얀마 좀 챙겨라"

 

아, 그래. 미얀마도 얼마 안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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