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서울 나들이는 보통 친정을 마지막 코스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요, 친정이 응봉동으로 이사한 뒤로는 집에서 한강변으로 나가 청계천을 따라 종로와 명동을 거쳐 남대문시장을 들러 서울역까지 걸어갑니다. 종로부터 뻐근하다 신호를 보내오는 다리는 보통 명동쯤에서 아파오는데요, 그래도 건너편 남대문시장은 꼭 한바퀴 돌고 가게 됩니다. 

 

재래(在來)시장은 흔히 기존의 전통 시장을 일컫는 말이지만, 자살하려던 사람도 마지막으로 한바퀴 돌아보고는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에 죽을 맘이 사라져 용기를 잃을때마다 다시(再) 찾아온다(來)해서 재래(再來)시장이라고도 한다네요. 그만큼 재래시장에는 분명 다시 찾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그렇죠? 갓잡아 올린 물좋은 생선, 채 흙을 못 털어낸 싱싱한 뿌리채소들, 알록달록 제각기 달콤한 향을 풍기는 과일류, 밥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주식이 되는 온갖 곡식들, 얼마전까지 따뜻한 피가 흘렀을 다양한 육류들과 계절을 살짝 앞서가는 의류에 빠질 수 없는 흥정과 바쁘게 오가는 꼬깃한 돈들까지... 어쩌면 시장에 있는 것을 세는 것보다 없는 것을 헤아리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요. 언제 찾아가도 재미난 곳,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 언제 찾아가도 '사람'이 있는 곳, 그 곳, 재래시장을 향해 함께 가보실까요?

 

 

이 곳은 캄보디아입니다. 얼핏 봐서는 태국의 여느 시골길 가판과도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네요. 환타와 콜라의 선명한 허리띠를 두른 페트병 가득히 들어있는 액체들은 척 보기에도 예전에 할머니와 함께 짜오던 우리네 참기름을 닮았습니다. 물론 저 안에 들어있는 기름은 참기름도 들기름도 콩기름도 아닙니다. 자동차가 먹는 기름이지요. 예, 이 곳은 주유소였네요. 차를 이 앞에 세우면 깔대기를 함께 가져와서 차 안으로 부어 넣어줍니다.

 

우리나라에는 단연 자동차 정비업소가 오토바이 정비업소보다 많지만, 캄보디아에는 오토바이 정비업소가 자동차 정비업소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의 시골에는 자전거 정비업소가 더 많더군요.

 

캄보디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톤레삽(Lake Tonle Sap)이 있습니다. 제게는 앙코르왓보다도 뇌리에 박힌 곳이죠. 방콕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톤레삽에 역시 수상가옥촌이 형성되어 있다보니 물 위로 가게가 둥실~ 떠다닙니다.



몇 가지 안 되는 야채를 싣고 엄마와 함께 가는 아이는 베트남 난민이라고 했습니다. 어딘지 원망이 섞인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던 아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상시장, 하면 방콕을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찾아보니 그 흔한 수상시장 사진 한 장 없네요. 대신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꼬치집을 소개합니다. 잘 다듬어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가지런히 쟁반에 놓여져 있네요. 크기에 따라 3밧짜리부터 10밧짜리까지 다양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래도 10밧짜리는 먹어줘야 간에 기별이라도 오더군요.


방야이(Bangyai) 시장 입구에서 로티(roti)를 파는 아주머니의 모습입니다. 튀기다시피 구워낸 따끈한 로티의 맛이 일품입니다. 아, 언젠가 아쿠아에서 말레이시아 패스트푸드 체인점 '로티보이'가 국내에 상륙했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요, 이 로티보이의 빵과 사진 속의 로티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태국의 로티는 인도에서 넘어온 것처럼 보이는데요, 인도의 로티 중에서도 기름에 튀겨 부풀리는 양이 푸리(puri)와 가장 비슷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달달한 로티 이야기로 침을 꼴깍 삼키면서 자연스레 인도의 시장을 떠올립니다. 더운 나라라서인지 쓰도록 단 먹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인도 남부 코타얌(Kottayam)에서 문나르(Munnar)로 가는 길에 보았던 시장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 속에는 단연 여성이 많은데요, 이와는 반대로 파키스탄의 시장에 가면 여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슬림인 파키스탄인들은 장도 남성이 봅니다(물건도 물론 남성이 팔고요). 더운 여름날 저녁에 시장길을 걷잖아요? 남성들끼리 손에 손잡고 나와 -_-; 시원한 과일주스(이 나라는 술도 안 마시니까요) 마시며 장바구니 내려놓고 수다를 떠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그 풍경이 어찌나 참신하던지요 ^^;

 

인도에선 이토록 작은 점방에도 달달이들이 빠질 수가 없죠 ^^ 콜람(Kollam) 선착장 앞의 가게가 정겹습니다.

 

바틀라군두(Batlagundu)라는 마을의 시장 모습입니다. 남인도는 북인도보다 커피가 흔한 편이지만 가운데 아저씨가 들고 있는 것은 인도의 전통차라 불리우는 짜이(chai)처럼 보이네요.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게 되지요. 한 번 올라타면 적어도 몇 시간은 기본인 인도의 기차에서 다른 승객들과 어울려 홀짝홀짝 짜이를 마시다보면 시간도 제법 잘 간답니다.

 

이 곳은 마이소르(Mysore)여요. 사실 마이소르에는 아주 마음에 드는 데바라자 시장(Devaraja market)이 있었는데요, 그 곳의 사진을 따로이 담아오지 않아서 많이 아쉽네요. 어쩌면 이미 다른 매체들을 통해 여러분이 보신 바 있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이 곳의 향신료 시장에서 만나는 색들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만큼 너무나 곱거든요. 이 곳의 꽃시장은 또 어떻고요? 짙은 자스민 향기가 근처에만 다가서도 정신을 다 몽롱하게 만들어요. 인도에서 들렀던 여러 시장 중 마이소르의 그것이 단연 일등이었답니다.

 

 

인도를 떠올리자니 네팔 생각이 간절하네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는 카트만두(Kathmandu) 두르바 광장(Durbar square)의 시장 모습입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네팔도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오히려 네팔이 공식적인 세계 유일의 힌두국가라죠) 아침마다 그들의 수많은 신전에 바칠 꽃을 사고 팝니다. 네팔 역시 시장통은 매우 지저분한데요, 그 지저분한 거리 구석 구석에 놓인 작은 신상들에마다 매일 아침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헌화해 둔 것이 묘하게도 참 잘 어울립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말이죠.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네팔 파탄(Patan)의 시장 모습입니다. 제가 방문했을때는 마침 축제가 열리기 직전이라 한창 바빴지요. 가만.. 힌두교와 축제라.. 그러고보니 그런 모습은 발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군요!

 

 

우붓 시장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와 아주머니에게서 꽃을 사가는 발리니즈들.. 바지런한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집니다.  







 

우붓에 처음 갔을 때에는 이런 관광객 상대의 점포들만을 보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붓도 완전 관광지나 다름없구나, 아쉬워했었죠. 작년에 우붓을 다시 가보니, 제가 틀렸더군요. 관광객용 상점 뒤로, 관광객용 상점 속으로, 관광객용 상점 아래층으로 그들의 재래시장이 있었습니다. 다들 가보셨어요?

 

주전부리 바구니. 거의 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합니다. 저 바구니 하나만 있으면 1년이 행복할 까무잡잡한 꼬마 아이들 얼굴이 떠오릅니다.

 

브두굴(Bedugul)의 시장입니다. 진열해 둔 홍당무에서 강력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우붓의 잭후르츠를 보니 이번엔 아프리카가 떠오릅니다. 우간다 진자(Jinja)에서 만났던 아저씨랑 직접 계약 맺고 국내에 잭후르츠 수입상을 하나 열자, 하며 의기투합 했었거든요. 수익이 나면 반반씩 나눠 갖기로 했는데.. 좀 팔릴라나요?

 

 

진자는 아니지만,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Kampala) 제 1의 시장인 나카세로 마켓(Nakasero market) 구경을 해보실까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다른 나라에서 토마토는 야채상이 취급하지요. 아프리카에서 옥수수와 더불어 주식으로 삼기도 하는 바나나는 우리가 과일로 삼는 바나나와 종류가 다릅니다(바나나가 무려 400 여종에 달한다지요?). 주식용 바나나로는 그야말로 볶아먹고 구워먹고 쪄먹고 튀겨먹고 하지요 ^^ 저는 아프리카에서 차편을 구하지 못해 바나나가 가득 실린 트럭 짐칸에 한동안 낑겨 타야만 했던 적이 있는데요, 어찌나 딱딱하던지 깔고 앉아있기도 괴로울 정도였어요.

 

 

윗 사진은 캄팔라 올드 택시 파크(Old taxi park) 근처의 시장 모습입니다. 우간다에서는 옆 나라 케냐나 탄자니아가 버스로 삼아 마타투(matatu)라고 부르는 봉고 같은 승합차를 택시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우간다의 택시 파크는 우리식으로 하면 버스 터미널인 셈이지요. 버스 터미널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마련, 우리나라 버스 터미널에도 상가가 형성되어있는 것처럼 우간다의 택시 파크 근처에도 손님이 바글바글한 상설시장이 있답니다.  

 

 

하지만 어찌 손님이 바글바글한 날만 있겠어요? 어쩌다 하루는 이렇게 공치는 날도 있겠지요. 사진 속의 아저씨는 운반할 일감이 없어 누군가가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두바이 금시장(Dubai Gold market) 앞에서 만난 이 아저씨의 힘없어 보이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자, 이젠 다시 우리의 아시아로 돌아와볼까요? 이 곳은 남자도 롱지라고 부르는 치마를 입는 나라, 버마의 삔우린(Pyinoolwin)입니다.

 

얼굴에 노랗게 다나카를 바르고 앉아 이런저런 고기들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이 정겹네요(이 동네에선 순대스러운 것도 많이 판답니다). 그러고보니 삔우린은 산동네인데 저 생선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삔우린에 도착해서는 우리나라와 똑같은 강냉이를 사먹었고(50원에 한 봉다리 가득~) 가는 길에는 버마인들이 잘 사먹는 콩과자를 하나 사먹었어요. 우리 돈으로 100원 정도 했었는데 콩을 튀겨 여러 알을 둥글넓적하게 붙여놓았었죠. 뭔가 색다른 맛을 기대했는데 그저 고소할 뿐이더군요 ^^; 다음 보여드릴 곳은 띠보(Hsipaw)의 아침 시장입니다.

 

 

아침마다 열리는 시장에는 입구부터 어디에서들 왔는지 자전거며 오토바이가 빼곡히 들어섰습니다. 저도 얼른 그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이 장을 벗어날 땐 제 손에도 과일 봉다리가 들려있습니다. 귤 하나에 30원, 메론 한 통에 200원을 받더군요. 쇼핑은 즐거워요~

 

먹음직스러운 과자가 그득히 쌓여 있는 곳, 이 곳은 인레 호수(Lake Inle)가 있는 마을, 냥쉐(Nyaungshwe)의 장날 풍경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작은 양파링같은 과자의 첫 맛은 다소 밍밍한 편이지만 씹을수록 고소해집니다.

 

욘사마가 여기에서도 인기군요(제가 예전에 버마를 소개드리면서 이미 이 근방 산골 마을에까지 소지섭이니 김현주 등 사진이 벽에 붙어있었다 했었지요? 대단한 한류 열풍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욘사마 봉투에 뭔가를 담으면 그의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질텐데요.



시장 한 구석에서 도시락(?)을 싸는 아저씨입니다. 우리로 따지자면 즉석 김밥집 같기도 합니다. 커다란 바나나잎에 밥과 갖은 반찬, 양념을 넣고 가루약 조제시 약봉투 접듯이 예쁘게 말아 길고 연한 나뭇가지로 튼튼히 묶어 둡니다. 손놀림이 리드미컬한데다 매우 빨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흥이 납니다. 이런 도시락 가게가 시장에 몇 집이 있는데, 이방인인 제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인 반찬인데도 사람이 몰려서 사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하긴, 제가 살던 동네에 한 줄에 1,000원짜리 즉석 김밥집이 반경 50m내에 네 곳이나 있었는데, 들어가는 내용물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저도 그 중 한 곳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 여겨 김밥만큼은 꼭 그 집에서 사먹었답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번엔 배를 타고 인레 호수 주변으로 장이 선 또다른 마을을 찾아 나섭니다.

 

2007년 인레 호수 주변의 5일장 일정



 

인레에서 잡아올린 생선들이 제일 먼저 저를 맞이합니다. 종류별로, 크기별로, 잔챙이들마저도 한아름 쌓여 언제 올 줄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서인지 인레 호수를 코 앞에 두고, 아니 인레 호수 바로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면서도, 굵은 소금 세례를 듬뿍 받은 놈들을 사고 팔고 요리하고 먹나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노상에 마련된 식당가로 들어가 봅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식도락을 즐기고 계십니다. 꽤나 긴 식탁인데도 좀처럼 끼어 앉을 자리가 보이질 않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5일장이 열리는 지역이라 하여도 구석구석 OO마트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장날에 붐비는 경우가 드뭅니다. 5일장을 통해 팔리는 품목들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곳은 규모는 크지 않아도 오직 이 곳을 통해서만 생필품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자,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 배암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장에서는 사라진 풍경 중 하나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웬만한 소도시 장날이라도 할아버님들이 모여 돈내기 윷놀이나 장기, 화투판이 벌어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는 있지만, 이렇게 전문적인 판(?)이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버마에서는 아직도 그 세가 쟁쟁한 이 게임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 윗판에 세 개의 큰 주사위가 있습니다. 주사위의 6면에는 각기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사위 세 개를 받치고 있는 막대기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면 경사진 면을 따라 아래 판으로 주사위들이 굴러 떨어집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앞쪽으로는 주사위와 같은 그림이 쫙 그려진 커다란 판이 있습니다. 그 판에 돈을 걸고요, 같은 그림이 나오면 돈을 땁니다. 사진을 보니 도박의 현장에서 제가 넋놓고 좋아라~하고 있군요. 딱 걸렸습니다. -_-;

 



장 외곽으로 싱싱한 생물들이 보입니다. 한 구석에서는 아직 살아 펄떡이는 생선들의 아가미를 나무 줄기 같은 것으로 이어이어 꿰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생물 생선을 보니 오버랩되는 곳이 있군요. 바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의 흥평(興平) 장날입니다.

 

 

대나무 새장에 움직일 틈도 없이 꽉 들어 찬 닭들, 통은 크되 길이가 조금 짧은 죽부인(?)에 담겨 꿱꿱거리는 돼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튀김, 바깥에서 진료하는 치과, 똑바로 앉은 채 머리를 감겨주는 이발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나씩 입에 문 사탕수수, 광주리에 담긴 리강(漓江) 산 민물 고기들... 중국에서 광주리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잠시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사실 중국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 나라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나라지요. 게다가 네 다리 달린 것 중 책상만 빼고는 다 요리를 해먹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도 제일 볼 거리가 많은 시장을 가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 아닐까 싶어요(Sogno님, 맞죠?).

 

장가계(張家界) 재래시장 골목의 포장마차 이야기를 해볼까요? 뭐 꼭 우동 같은 것을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살아있는 닭이 포장마차 바닥 새장에 갇혀 있는 것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설마 이 포장마차에서 이걸 키우는 건 아니겠지? 하고 있는데 어라, 닭 옆에는 꿩도 있네요. 그리고는 무언가를 오물거리고 있는 귀여운 토끼마저 나란히 포장마차 바닥을 채우고 있습니다. 오호, 포장마차 바닥이 이 정도란 말이지. 그렇담 상 위에는 뭐가 있을까요?

 

사실 소나 돼지, 개의 여러 일부분들이야 우리나라 5일장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엄청나게 큰 붕어의 머리(대체 몸통은 어디다 내버리고 머리만 먹는 걸까요?), 미꾸라지, 가재, 전갈,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류, 바로 상 아래 살아 움직이던 닭이니 꿩, 토끼도 말라 비틀어진 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아랫것들은 대기조였던 거였군요.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다루는 솜씨도 한석봉 어머니 저리 가라입니다. 우선 플라스틱 양동이 안에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 중 한 마리를 건져 올려 세로로 긴 도마 위로 올려 머리를 못 같은 도구로 박아 고정시킵니다. 머리는 못으로 박혀 있으니 그 아래 부분만 깃발처럼 흔들려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불쌍한 미꾸라지.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아주머니의 왼손이 몸의 남은 부분을 훑어 아래로 거머쥐는가 싶더니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칼날이 가로로 쓰윽 들어와 기가 막히게 반을 가릅니다. 그러자 드러나는 미꾸라지의 가시. 그 가시는 살짝 들려 내버려지고 머리도 싹 손질하면 순수 미꾸라지 살 부분만 회처럼 떠져 남는 것이죠. 정말 대단한 아주머니십니다. 

날다람쥐와 박쥐도 바싹 말려 한켠에 걸어놓았네요. 장가계의 재래시장은 코와 입을 막고 걷는 편이 차라리 편했던 기억이 납니다(이 동네는 사진이 없어도 괜찮으시죠?).



운남성 따리(大理)의 장날 풍경입니다. 맛이 그럴싸한 카스테라를 인기리에 팔던 집이 생각나네요. 따리에선 구운 옥수수를 신나게 먹고 배탈이 났었죠 ^^; 제가 옥수수를 보면 또 그냥 지나치치 못하거든요(물론 옥수수에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만).

다음은 우루무치(烏魯木齊)의 도깨비 시장 모습입니다. 아침에 반짝 섰다가 한 두시간만에 언제 장이 섰냐는 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칼국수까지도 파는 걸 보니 우리나라와 정말 흡사한 점이 많네요. 안타깝게도 우루무치 시장은 한족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이어 보여드릴 견과류와 독특한 모자가 가득한 카슈카르(喀什)의 시장에선 다행히도 위구르족의 맛과 멋이 아직까지 살아있었습니다.









 

카슈카르 시장에서의 간식으로는 갓 따낸 싱싱한 무화과가 당첨되었습니다 ^^

어떠세요? 저와 함께 시장 한바퀴 돌아보니 불끈불끈 활력이 샘솟지 않으시나요? 왠지 우울한 날, 일이 생각대로 안 풀리는 날, 가까운 재래시장 한바퀴 돌아보고 오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고맙게도 근무지에 5일장이 서는데다가 주말마다 국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터라 국내에서도 5일장을 솔찮게 만날 기회가 있답니다(장날마다 직장 바로 앞에서 옷을 파시는 할머니를 다른 지역 장날에 다시 만난 적도 있어요). 여러분께서도 아래 일정을 참고하셔서 국내 여행하실 때 장날과 살짝 맞춰보세요.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실거여요.

 

전국 5일장 안내

 

 

발리 시장에서 발견한 꽃들을 이만큼 선사해드리면 기사 제목으로 장돌뱅이님 아이디를 사용한 걸 용서해 주실라나요? ^^ 

'그 밖에 >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콰에서 상(?)을 받다  (0) 2007.08.07
지난 국내 여행  (0) 2007.05.2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 2007.05.16
아쿠아 메인에 둥실 떠오른 김원장  (0) 2007.04.24
장기 여행과 매슬로우  (0) 2007.01.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