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알레포인데, 윗 사진과 아랫 사진 중 어느 한 장을 택해 대중에게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안 가본 이들에게 알레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4. 그러고보니 인상 깊었던 또 한 가지 추억,
김원장이 새로운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지으며 <이비인후과 개원의 협의회 사이트>에 여행기 비슷한 것을 올리는지라, 이번에도 그 건을 위해 알레포의 한 PC방을 방문했다.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바로 옆 컴에 앉은 현지인이 말을 걸어 오더라.
- 나, 방금 여기 알레포에 도착했는데 너희는 어디 묵고 있니?
- 우리? 저 건너 어디쯤에 묵고 있어(갑자기 발동한 경계 모드).
- 그 숙소 괜찮아?
- 음... 그냥 그래. 우리 숙소 말고 이 근처에 다른 숙소들도 제법 많아(여전히 의심 모드. 대체 우리 숙소를 왜 묻는거지?)
- 나는 자전거 여행자야(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며). 오늘 하루 종일 달려서 지금 이 시간에야 알레포에 도착했는데, 알레포 숙소 정보를 알려주기로 한 사람과 연락이 안 되네.
오오 이런, 그는 우리가 평소 경탄해 마지 않는 자전거 여행자였던 것이다(이 부분에서 이미 내 마음은 반이 넘어갔다).
- 그래? 그럼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길이야?
- 나는 이란 사람이야(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넘어갔다 ^^;).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 이란을 출발, 이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지.
- 어머, 이란인이야? 살람~(이란식 인사) 우리도 얼마 전 이란을 여행했었어(급 방가방가 모드).
- 그래? 내 고향은 쉬라즈야. 쉬라즈에도 왔었어?
- 그럼, 쉬라즈에도 갔었지. 우리가 쉬라즈를 여행했을 때가 바로 노루즈였어. 블라블라.
그는 그의 조국 이란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우리들을 너무나도 반갑게(역시 그가 이란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맞아 주었고, 우리에게 이 PC방이 함께 운영하는 빵집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대접하겠다고 했으며(대체 왜 우리에게 -_-; 만약 굳이 이 상황에서 누군가 대접을 해야하는 분위기였다면 널럴한 우리가 빡세게 여행해 왔을 그에게 대접을 했어야지), 언제고 쉬라즈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자기를 꼭 찾아달라며 초대 -_-; 까지 했다. 이 와중에, 다시 말해 본인은 당장 오늘 밤, 지친 몸을 뉘일 공간을 못 찾아 PC방에 들러 숙소 정보부터 구하러 왔으면서, 우연히 PC방 옆자리에서 마주친 우리에게, 그것도 말을 섞은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집으로 초대부터 하는, 아아, 그는 정녕 내가 겪어왔던 이란인이 맞구나.
그가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샤워라면서 우리가 묵고 있는 방에 화장실이 있으면 잠시 들러 샤워부터 하고파 했지만, 아쉽게도 우리 역시 화장실이 없는 방에 묵고 있는지라, 그와의 인연은 일단 그쯤에서 접어야 했다. 물론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고이 받아든 채로(생각난 김에 오늘은 그의 홈페이지에 들러 영어 공부나 좀 해야겠다).
http://www.cyclist.ir/aleppo-halab/ (링크된 부분은 우리와 만났던 알레포)
어떤 여행지를 떠올렸을 때, 그 곳의 유명한 관광지보다 이름도 모르는 그 곳 사람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기억들을 가진 나는,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여행자가 아닐까.
그들이 다시 보고싶다.
'2008(여기저기) > 이집·요르·시리·터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0522 목 [안타키아~하르비예] Harbiye 나들이 (0) | 2009.03.12 |
---|---|
080521 수 [시리아/알레포~터키/안타키아] 터키 입성 (0) | 2009.03.12 |
080519 월 [라타키아~알레포] 시리아 제 2의 도시, 알레포 (0) | 2009.03.10 |
080518 일 [라타키아] 사진 몇 장 더 (0) | 2009.02.07 |
080517 토 [하마~라타키아] 여기도 지중해변 (0) | 2009.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