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은
재수를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 과락 같은 것도 면했다. 의사가 된 뒤 군대를 갔고, 돌아와 인턴을 마쳤다.
그리고 레지던트가 되기 전에 타의로 1년을 쉬어야(?) 했다(그러나 마치 자의로 그런 것만큼이나 당시에는 내가 그의 생활을 무지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다시 4년간의 레지던트 생활. 그러니까 고 3 졸업 이후로 총 15년이 걸린 셈이다. 그래, 가뿐하다. T_T
그 15년이 지나고 김원장은 경기도 모처에서 13개월쯤 자신만의 병원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개원의' 생활을 때려치우고,
한국을 떠난 지 4개월도 넘게 지난 지금, 이렇게 체코의 한 구석, 쿠트나 호라에 서있다. 그리고 쿠트나 호라를 헤매던 중, 쿠트나 호라의 또
다른 ‘개원의’를 만났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자면, 그 개원의가 운영하는 병원의 앞문과 조우했다. 그 앞문에는 대략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진료시간>
월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
화, 수, 목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금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정오
12시
김원장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다. 마치 진료시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진료라도 받으러 올
환자처럼. 물론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안다. 바로 충격ing… 다시말해 김원장은 현재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현재
열심히 진료에 임하고 계신 다른 선생님들도 아니고, 이렇게 놀러 댕기고 있는 김원장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 짧디짧은 진료시간 안내문에 이토록
충격을 받다니... 그 모습에 나도 조금 놀란다.
유럽에서 second house는 있는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체코의 이 선생님도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집을 떠나 그다지
사치스럽지 않을 그들만의 또 다른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심이 틀림없을 것이다. 혹자는 유럽의 높은 세율 때문에 그런 생활이 자의반
타의반 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규칙이나 제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여유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꿈꾸지만, 다들 그저 ‘꿈’으로만 여기고 있는 생활. 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의 변혁을 일으키지
않는가!
한국에서
(비록 옆에서나마) 의사의 일생을 상당부분 지켜봐 왔다. 아직 우리 앞에 남아있는 얼마간의 시간 동안, 이제 나는
체코의 의사와 닮아가는, 한국의 한 의사와 그 일생을 같이 할 것이다.
Tip
관광: Ossuary (납골당, Sedlec U Kutne Hory) / 학생 할인 20코루나(일반 30코루나), 카메라 반입료 30코루나 / 입구에서 한국어 설명본을 무료로 빌려 읽을 수 있음 / 숙소에서 나와 ‘Church of Our Lady’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직진으로 뻗은 길이 차례로 Na Namesti, Masarykova이다. Masarykova를 따라 2Km 가량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Church of the Ascension of the Virgin’이 나오고 이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프라하에서 일일 투어로 찾아오는 많은 관광객들이 납골당 앞에 세워 놓은 대절 버스들을 볼 수 있다
Cathedral of St.
Barbara (Velechram Sv. Panny Barbory V Kutne Hore) / 학생 할인 15코루나(일반 30코루나), 카메라나
비디오 촬영 금지 / 쿠트나 호라 시내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 성당은 다소 구석진 곳에 위치한 편이지만 시내에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이 성당에 가기 전에 한때 이 도시가 번영하는데 원천이 되었던 은광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으나 최소
3인 이상이 필요한데다가 덧붙여 가이드까지 딸린 제한된 투어만이 가능한 관계로 관심을 접었다
* 오후 5시면 유령 도시가 되는 쿠트나 호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 전에 구해두길. 체코에서는 주말에 프라하 이외의 도시를 여행할 때 상당 부분의 편의 시설이 감소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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