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미 밝힌 적이 있다만 내 기억이 맞다면

셀프로는 물론 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기로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아빠가

돈 대신 다른 방법으로 떼우려고 했던 한 채무자에게 색다른 제안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채권자 딸의 소련 유학을 알선하겠다는 것이었다.


때는 1991년, 정식 명칭 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방, 줄여서 비에트 방, 흔히 우리 세대에겐 그마저도 두 글자로 더 줄인 소련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바로 그 나라. 당시에는 지구 총 땅덩어리 면적의 1/6을 차지한, 세계에서 제일 큰 국가이자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이고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이끌어 가던 "초강대국"이였다. 역사적으로 미루어 생각해 볼 때 42년/48년생 부부에게 있어 아마 소련은 삶에 있어 가장 많이 들어본 외국명 중 하나였을 것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시 아빠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1991년, 나는 고 3이었고 때마침 그 해, 남동생이 얼떨결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린 터라 

작게는 집안 형편에서부터 크게는 전세계적 냉전 기류에 이르기까지

제 아무리 채무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련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달콤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해도(그 중 러시아어만 배우고 와도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다던 그 말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는다) 결국 유야무야로 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그 분, 돈은 갚았나 모르겠다


각설하고 아래는, 잘 나갈 당시의 소련 지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oviet_Union)

#RepublicMap of the Union Republics between 1956–1991
1 Russian SFSRRepublics of the USSR.svg
2 Ukrainian SSR
3 Byelorussian SSR
4 Uzbek SSR
5 Kazakh SSR
6 Georgian SSR
7 Azerbaijan SSR
8 Lithuanian SSR
9 Moldavian SSR
10 Latvian SSR
11 Kirghiz SSR
12 Tajik SSR
13 Armenian SSR
14 Turkmen SSR
15 Estonian SSR

참고로 그 해 12월 25일, 고르바초프가 사임하면서 공식적으로 소련은 해체되고 만다. 캬캬캬. 대학 들어가니까 소련이 없어졌어 ㅋㅋㅋ (대학 졸업하니까 국민학교가 사라지고 ㅋㅋㅋ)


말이 나온 김에 유고슬라비아 이야기도 해보자. 소련이 잘나가던 무렵, 발칸반도 서부에는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 있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소련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티토의 독자노선 국가. 마찬가지로 소련이 망해가던 그 즈음, 얘네들도 하나 둘씩독립전쟁을 치르며 해체되었다. 


http://www.icty.org/x/image/ABOUTimagery/Yugoslavia%20maps/3_%20yugoslavia_map_1991_sml_en.png


그 바람에 고등학교때까지 내내 그 동네는 뭉뚱그려 유고슬라비아라고만 배웠는데

1995년 유럽에 가보니 그 자리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생겨난 것이다(직접 가볼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당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쪼개져 버린 체코조차 가도 되네 안 되네 위험하네 괜찮네 이야기 오가던 때였다). 

2002년 유럽에 갔을 때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물론)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여행했다(이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현재의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땅을 차례로 거쳐 불가리아로 나갔다. 당시 마케도니아는 비자 문제가 있어 방문하지 못했다).

2008년 유럽에 가보니 추가로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갈라져 있었다. 마케도니아를 시작으로 해당 지역을 여행하려 했으나 마찬가지로 비자 문제 때문에 불가하여 포기했다.

2015년 그사이 마케도니아는 무비자가, 코소보는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여전히 문제는 있어보인)다. 


다시 말해 1991년과는 달리 2015년 현재

소련은 자그마치 열 다섯개 나라로, 유고슬라비아는 일곱개 나라로 되쪼개지는 바람에 나랏수 찍는데는 꽤 부담이 가누나 -_-;;;


소련과 유고슬라비아가 만약 그대로 존치 존속하고 있었다면 

이번 여행에 있어 소련 + 알바니아 + 핀란드 달랑 셋만 다녀오면 되는 것을 ㅋ


@ 사족으로, 유고슬라비아=남슬라브족의 땅, 뜻이라고 한다. 위키를 통해 아래와 같이 현재 슬라브어 계열을 사용하는 국가들을 살펴 보자면 (물론 슬라브족도 크게 동슬라브, 서슬라브, 남슬라브로 나뉘긴 하지만) 소련과 유고슬라비아의 조상님들은 서로 아는 사이셨을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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