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타히티에 대한 삽질은 반나절 만에 후다닥 끝났다.

먼저 관련 영상들을 찾아 보는 것으로 식전 입맛을 돋구는데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무엇보다 타히티는 너무 멀고 물가는 비싸고 오가는 루트상 한 달 일정 안에 함께 묶을 적당한 후보지가 전혀 없었기에,

언제고, 즉 돈은 튀는데 일주일 남짓의 짧은 시간만이 주어졌을 때 다녀오는 것으로 무기한 연기해 버렸다. 


그렇게 타히티를 휭 보내버리고 나니, 

그 푸른 태평양 북쪽에, 또 다시 하와이가 보였다(최근 관심을 가질랑 말랑 하던 곳이었다).

그래, 하와이. 하와이는 매우 유명한 곳이니까 나만 몰랐던, 뭔가 특별한 게 있을지도 몰라... 분명 있을거야...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갑자기 밀려드는지라 그대로 한동안 하와이에 꽂혀 하루 종일 남는 시간을 꽤나 많이 투자했다. 아마 들인 시간만으로 따지면 최근 후보 목록에 올랐던 여러 곳 중 하와이가 단연 일등일 것이다. 


하와이 제도를 구성하는 137개 섬 중에 유인도는 8개이고 그 중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섬은 오아후, 빅아일랜드,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이렇게 6개라고 했다. 나름 정보 수집을 거쳐 그 중 (그러나 결국 남들이 많이 가는 ㅋㅋ) 오아후, 빅아일랜드, 마우이를 기본으로 여기에 카우아이를 추가하느냐 마느냐 가지고 한참 (지금 이 순간에도) 갈등했다.


하여간 그리하여

- 빅아일랜드 10일-마우이 10일-오아후 10일

- 빅아일랜드 1주일-마우이 1주일-오아후 2주일

- 빅아일랜드 1주일-마우이 1주일-카우아이 1주일-오아후 1주일

3가지 안을 염두에 두고 상세 일정을 짜보기 시작했다.  

(하와이안 항공을 타고 가면 왕복 주내선도 한 장 준다길래 이 딜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돈에 굴복하지 말고 비행횟수를 한 번이라도 줄일 것인가 역시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린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첫 목적지인 빅아일랜드 숙박지부터 정하려는데, 숙소도 무진장 많거니와 사진상 눈에 들어오는(내가 눈이 높은가 ㅋㅋ) 아이들은 알아보는 족족 대부분 가격도 비쌌다(뭐야, 11월은 비수기라며!). 그런데 그 가격에 대부분 조식도 포함이 아니라고 하고, 어딘가는 택스와는 별도로 리조트피라는 것도 지불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딘가는 고가의 발레파킹만 가능하다고 했다. 때마다 줘야하는 팁은? 안 그래도 렌트카까지 빌려야 하는데 주차비만 하루 3만원이라고?

 

호텔의 조식 가격, 주변 식당의 조식 가격, 호텔 주차비, 주변 주차장의 주차비, 다양한 렌트카 업체와 그에 따르는 보험 등등 가격 비교를 하려니 이거야 원,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계산기만 몇 번씩 두들겨 보다가 내린 자구책 결론은(남들이 그러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


모든 섬을 3~4구역으로 나눈 뒤 지역별로 한 곳씩 비딩을 하자(=원하는 숙소가 아닌, 원하는 가격대 아무데서나 주어지는대로 자자). 

조식만큼은 호텔식으로 하자, 그래도 중식과 석식이 줄줄이 -_-; 남아있다. 

주차비에 연연하지 말자, 어쩔 수 없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무리 최대 200불/박 이내 숙소로 비딩을 한다하여도  

매일 같이 추가될 조식 비용 대략 30불/2인

국제선 왕복 항공권+3~4회에 이를 주내선 편도 항공권

거의 한 달 내내 이용하게 될 렌트카만 해도 그게 얼마나 될지... 사실 답이 잘 안 나오긴 했다. ㅋㅋㅋ


게다가 뭔 미국인+일본인들은 그렇게들 하와이를 사랑하는지...(정말 그들 생각대로 하와이가 파라다이스인지 난 아직도 의심스러워) 그동안 덜 알려진 카오락 같은 곳을 선호했던 우리 기준으로는 숙소도 복작복작, 유명 비치 어디나 복작복작(와이키키 비치의 와도 꺼내지 말라). 

또 11월 마지막주는 추수감사절 연휴와 겹친다는데? (내가 어쩌다 추수감사절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처지가 되었는가)

솔직히 아무리 퍼져도 3주 정도면 하와이는 우리 스타일로 떡을 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나머지 1주는? (물론 거기서 평생 사는 사람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우리는 영어도 안 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에브리바디 영어를 쏼라쏼라 해대는 곳이라니! 아, 이 모두 스트레스야 스트레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고로 여행은 지갑이 마음이 편해야(?) 장땡이지...

김원장도 올해 말고 내년에 북중미 갈 때(응?) 들렀다 가는게 동선상 편하지 않겠냐며 슬슬 마음을 접는 눈치고(예전부터 내내 하와이를 별로 안 좋아하던 김원장을 내 어찌 설득시켰는데... 흑흑흑)


그럼 하와이 말고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데는 또 어디일까나아아아아아아아아...

함시롱 네번째 삽질을 어영부영 마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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