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갈 때마다 다음부터는 꼭 좀 더 일찍 나서야지, 나서야지 하면서 매번 빠듯하게 마음 졸이면서 공항에 가게 된다. 병원은 4시에 끝나고 병원에서 대전역까지 가는데 한 시간은 잡아야하고, 다시 대전역에서 서울역까지 KTX로 한 시간, 그리고 다시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시간이니 중간 중간 여유 시간이라도 넣으려면 7시 55분 비행기를 시간 맞춰 타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병원에서 30분 정도 일찍 나섰는데도, 집에서 대전역까지 택시가 안 잡히고, 그 놈의 교통체증에 기차를 놓칠 뻔도 하고, 서울역에서 공항행 리무진은 정시에 출발할 생각을 안 하고... 결국 이번에도 허겁지겁이다. 정말이지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운이 좋아 우리은행 VIP 라운지를 김원장까지 동반자삼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http://www.wooribizclub.com/new/add/gongji_view.asp?no_seq=1687&page=1&schkind=&schvalue=

기존의 라운지와 차별화 되는 썸씽스페샬을 기대했으나 좀 실망이었다. 나는 샌드위치가 있는 라운지를 사랑하는데, 내 수준으로는 샌드위치가 있는 라운지에 갈 수 없나 보다. 샌드위치 좀 갖다 놓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던 비행 시간, 서울-홍콩의 3시간 45분, 그리고 한 시간 남짓의 짧은 텀을 두고 홍콩-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의 13시간 10분을 괴로이 보내면서 이젠 배가 불렀구나, 생각했다. 만약 내가 20대라면, 근 1년 열심히 알바해서 차곡차곡 여행 경비를 모았더라면, 내 생애 처음 맞는 한 달간의 자유여행이었다면, 그 때도 17시간의 비행을 괴로와했을까? 바로 그 경우에 해당했던 23살 시절의 나는, 비록 17시간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마음으로 런던에 내렸었다.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나일뿐. 그래, 굳이 자위를 하자면 이런 말이 위안이 될까? "벌써 12년 전 일이야. 거울 좀 봐. 너, 늙었잖아."

 

나와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내려 또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상파울로로 가는 두 사람의 한국인을 보았을 때(남아프리카 항공은 브라질 상파울로까지 경쟁력있는 요금을 제공한다), 일순 나는 여기서 멈춤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올 겨울에는 정말이지, 중남미 어디든 밟고 싶은데(비행기 안에서 본 '아포칼립토' - 영어 자막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 가 그 마음에 불을 더 지피다), 아무리 가격이 착하다해도 이 상황에서 다시 비행기를 연이어 타고 상파울로까지 가고 싶진 않을 것 같다.

 

비행기는 활주로 바닥에 승객들을 내렸는데 생각보다 꽤 쌀쌀했다. 6도. 그래도 비행기에서 내려 땅을 밟고 드디어 이국에 도착했다는 마음이 청명한 하늘과 섞여 기분이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비록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상상 속의 그것보다 한참 작았지만. 어쨌거나 그래, 여기가 바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구나. 아프리카에 2년만에 다시 왔구나. 이렇게 빨리 다시 아프리카에 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는데...

 

요하네스버그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당연 많겠지만 요하네스버그는 케냐의 나이로비와 더불어 세계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소문이 난 도시 중 하나이다. 둘 중 누가 우위인지는 모르겠다. 2년 전 나이로비에서는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내리자마자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높게 담장을 두른 숙소 안으로 골인했었다. 숙소 주인 아저씨는 절대 도보로 다니지 말 것을 주문했고 우리는 식당에 가기 위해 불러준 택시를 타고 왕복했었다. 이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로 갈 때 역시 숙소 마당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났었고.

 

요하네스버그의 숙소 주인에게 물으니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수퍼마켓(Gem-buy rite)까지는 괜찮고, 낮이라고 해도 그 수퍼마켓 이후로는 절대 넘어가지 말라고 한다. 오, 그래? 수퍼까지는 괜찮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수퍼까지 몇 번을 왔다리갔다리 했는데 당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아공에는 현재 9%의 백인이 91%의 흑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는데(떠날 때만 해도 백인이 15% 정도인 것으로 알고 갔는데 지금 와 확인해 보니 이 백인들의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역시나 내가 길에서 마주치는 절대다수가 흑인이다. 그렇다. 남아공은 흑인들의 나라가 맞다. 원래 흑인들의 땅인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의 구성원이 흑인이든 백인이든 그들의 피부색을 떠나 결국 이 곳도 '사람'이 사는 곳 아니겠는가.    

 

<숙소에서 나오는 골목의 그래피티(graffiti)>

 

<수퍼로 가는 길> 

 

<쇼핑품목 중 하나. 땅콩버터. 이거 사서 금방 다 먹고 맛있어서 다음엔 이 놈보다 더 큰 놈으로 하나 더 샀는데, 그 놈은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 있다> 

 

시차 적응을 하려면 조금 더 깨어있는 편이 유리할 것 같았지만 그보다는 본능이 앞서 낮잠을 좀 잤다. 평소 조용히 잠을 자는 김원장도(그래서 얌전치 못한 잠버릇을 가진 나를 가끔씩 깨우곤 하는 김원장도) 이 날만큼은 도로롱, 코를 좀 골더라.

 

해지는 요하네스버그.. 그 아름다움은 어디나 마찬가지고.

 

# 환전

 

외환은행에서 남아공 화폐인 Rand (ZAR) 환전이 가능하다. 시간 관계상 공항지점에 Rand가 있는 것을 전화로 확인하고 1 Rand=138.46원에 일부 환전(5,800R)을 해갔다(그것도 잔돈이 없다고 해서 모두 200R짜리 지폐로만 -_-;). 인터넷으로 확인했던 환율보다 좋지 않았지만, 남아공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이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들은데다가 당장 현지에서 사용할 돈이 없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그러나 만약 신용카드를 가져간다면 나처럼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현지에 도착해서, 즉 요하네스버그 공항의 보안 잘 되어 보이는 ATM을 이용하여 현금 서비스를 받는 편이 환율면에서는 유리하다(나의 경우 대략 132.82에 1차 서비스를 받았다). ATM 기기에 따라서는 소액권이 섞여 나오기도 하여 편리하다.

 

# 항공

 

이전에 밝힌 바 있듯 인터아프리카(http://interafrica.co.kr/)에서 남아프리카항공으로 예약(http://blog.daum.net/worldtravel/9935061). 저렴한 가격외에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는 게 아닐까? 그 엄청난 거리~ ㅎㅎㅎ 홍콩에서의 짧은 트랜짓 시간은 사람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을 듯. 참, 인천-홍콩 구간은 아시아나를 타게 되는데, 이 점은 좋다. 친절한 승무원이 고추장을 이따만큼 챙겨줬거든 ^^; 

 

트랜짓 시간이 짧은 관계로 홍콩에서 내리면 비행기 출구 앞에서 요하네스버그행 승객들을 불러 모은다. 얌전히 이 사람을 따라 지정 카운터까지 가서 이미 발급되어 있는(원하는 측 좌석 지정이 어렵다는 이야기) 보딩패스를 받아들고 다시 해당 게이트에서 보딩을 하면 된다.

 

남아프리카 항공의 경우 좌석마다 개별스크린이 있어 다양한 영화 및 게임을 즐길 수가 있으며(그래봐야 영어 자막이 깔려있는 영화만 대충 이해하며 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덕분에 '아포칼립토'를 재미있게 관람하다) 늦은 밤 깨어있는 승객들에게 일본산 컵라면을 챙겨주는 잔재미가 있다. 좀 짜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깜짝 선물 ^^ 

 

참, 수하물을 찾을 때 주의할 점 하나. 우리는 이번 여행 중에 밥을 해먹기 위해 먹거리만을 따로 포장한 라면 상자를 하나 더 부쳤는데, 이 짐이 배낭이 다 나오고도 한동안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이미 따로이 컨베이어 벨트 상에서 내려져 수하물 찾는 장소 한 구석에 상자들끼리 모여있었던 것(상자 이외에 모양이 독특한 짐들 역시 포함). 혹시 본인의 짐이 등장하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 싶으면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는 것을 잊지 말 것.

 

# 숙소

 

Lonely Planet 'Southern Africa'를 한 권 들고 갔는데 이 날 만큼은 긴 비행시간으로 인해 매우 피곤할 것으로 예상, 공항측에 가까운 Eastern suburbs에 첫번째 소개된 숙소, Diamond Digger's Lodge(그러고보니 이름이 참으로 남아공스럽다. '다이아몬드 디거스'라니)의 ensuite(화장실이 방에 딸린) 더블룸을 미리 인터넷 예약(300R=43.85USD)했다(인터넷 예약의 경우 10%의 deposit을 미리 지불하며 여기에 추가로 2불의 서비스차지가 붙는다). 

 

http://oneandonly.co.za/

 

@ 방 : 大, 더블침대, TV (수신상태 별로), 별 쓸모 없는 다리미판

@ 화장실 : 방에 포함(ensuite), 샤워기및 욕조(온수 사용에 한계 있음)

@ 부엌 : 공동부엌 사용 가능

 

이 숙소의 또 다른 장점은 공항으로의 무료 픽업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이 동네는 거리에 비해 공항으로의 교통편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 숙소 외에도 무료 픽업이 가능한 숙소가 여럿 있는데 대부분 무료 픽업만 가능하고 무료 drop off는 해주지 않는다. 샌딩 서비스를 원한다면 대략 일인당 80R 정도), 예약을 하고 이 부분에 궁금한 점이 생겨 숙소로 메일을 보냈더랬다.

 

'나, 모월 모일 모시 도착 예정으로 아침 일찍인데 데리러 올래?'

'응, 그 시간도 괜찮으니까 도착해서 전화해' 

 

이런 덴장, 내가 speaking & hearing이 약하다는 걸 모르고. -_-;  

 

남아공의 경우 대부분의 숙소가 1인당 얼마의 식으로 소개를 하기 때문에 2인 이상이 여행할 경우에는 방당 가격인지, 인당 가격인지를 재차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뜻밖에 남부 아프리카에는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숙소도 꽤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점이 빠른 답변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기대하고 메일을 보냈다가 오히려 씹히는 경우도 많다 -_-;).

 

여하튼 공항에서 내려 전화를 해야 했는데 잔머리를 굴려 i를 찾아가서 '나 이런 숙소에 예약했는데 얘네가 전화하면 데리러 온다더라~'했더니 i 왈, '이미 예약을 했다고? 그럼 네가 직접 전화해~'(이 말투가 마치 나는 여기, 즉 i를 통해 숙소 예약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전화해~처럼 들렸다) 하면서 공항내 Telekom 위치를 알려줬다. 어쩔 수 없이 Telekom에 갔더니 이번엔 내가 가진 200R짜리 지폐가 크다고 안 받아준단다. 결국 다시 근처 은행에서 돈을 잔돈으로 바꾸고 나서야 숙소와 통화가 가능했다.

버벅거리면서 통화한 결과, (도착한 1층이 아닌) 2층 출국장 외부의 하차장에 장애인 그림이 있는 칸 아래에서 만나기로 하고 내가 입고 있는 옷 색깔을 알려줬다(핸디캡 싸인 어쩌구 하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들어 괴로웠다 -_-;). 다소 불안하게 기다리긴 했지만 20여 분 후 무사히 우리를 데리러 온 젊은 총각과 도킹에 성공, 숙소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  

 

아래 링크한 숙소는 귀국시에 다시 요하네스버그에 자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광고지를 챙겨둔 곳으로 이 곳 역시 공항에서의 무료 픽업을 제공하며 인터넷도 무료 사용이라고 한다(결국 묵지는 못했다). 숙소 수준은 내가 묵은 상기 숙소보다 좀 떨어지는 것 같다만 그만큼 같은 레벨의 방이 저렴하다(ensuite 더블룸의 경우 190R/박). 

 

http://www.geminibackpackers.co.za/

 

요하네스버그에는 백패커스가 많으므로 저렴하면서도 본인의 취향에 맞는 숙소를 찾고 싶다면 클릭품을 팔지어다. 

 

참고로 처음 남아공에 도착했을 때에는 남아공의 숙소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래도 남아공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 이 동네는 동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현지 물가에 비해 관광 물가가 무척 비싸며, 불행히도 그 차이가 동아프리카보다도 심하다. -_-;  

 

# 기타

 

@ 시차 : 한국시각 - 7 (예를 들어, 한국이 오전 10시면, 남아공은 새벽 3시)

@ 보통 우리가 가지고 있는 멀티아답터로 그간 어느 나라를 가던 문제가 없었는데, 이런, 남아공은 플러그 모양이 현저하게 달랐다. 전기로 밥을 해먹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다른 것도 아니고 이게 밥이 걸린 문제라.. 다행히도 수퍼에서 해당 아답터의 구입이 쉽다(종류 매우 다양함).

 

<오른쪽이 우리가 가지고 댕기는 멀티아답터, 왼쪽이 새로 구입(2000원)한 남아공용 아답터>

 

<두 놈을 결합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된다>

 

# 가계부(단위:R=대략 135원 정도로 계산)

 

1. 공항에서 시내 전화 : 1R

2. 남아있던 숙박비 마저 지불 : 283.5R (신용카드) 이론상으로는 본 숙박비 300R에서 10%를 미리 지불했으므로 270R를 지불해야 했는데 아줌마가 뭐라뭐라 하면서 얼마가 더 나온다고 했다.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몸은 피곤하고 금액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아 더 지불하긴 했는데, 대체 그 놈이 뭘까? 이제와 궁금하다. 신용카드 수수료? 아니면 관광관련세금?

3. 수퍼 : 150R (대략 물 7R, 과자 2~6R, 땅콩버터 7R, 상기 아답터 15R, 달걀 6개 5R, 식빵 한 줄 6R, 카푸치노 커피 한 통 30R, 큰 가그린 한 통 40R, 사과 4개 8R, 귤 8개 9R, 작은 저염 소금 한 통 13R 등으로 물이나 수입품은 비싼 편이나 과일을 비롯한 나머지 식료품들은 대체적으로 저렴한 편). 그간 쇼핑백용 비닐봉지를 무료로 배부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돈을 받는다(0.3R)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격표 뒷 자리를 .95로 표기하여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듯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데 덕분에 잔돈만 많이 생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