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강

학년이 올라가면서 시험 과목은 점차 분화되어져 갔다. 하루에 전 과목을 다 보던 코흘리개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대학에 들어오자 일주일에 몇 과목만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과목별 간격은 달라졌건만 과목별 성적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과목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성적의 등락이 정해졌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오자 좋아하는 과목이라는 것이 아예 없어지면서 시험 당일, 어느 과목이 1교시에 배정되느냐가 성적을 좌우했다.

 

양삭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 여정의 첫 도시.

 

비행기 이륙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우리 둘이 같이 앉을 자리조차 남아있지 않은 만석의 비행기였고,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로 비즈니스 라운지에 잠입하여 향락을 누리다 허겁지겁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고, 지금껏 겪어본 비행 중 최악의 난기류를 만나 주변에서 구토를 해대는 아주머니들(이 때문에 오빠는 더 괴로와 했다)과 이로 인해 단벌 긴 팔 상/하의 모두에 간장을 흘렸으며, 계림 공항의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자 그 많은 승객이 빨강 모자팀, 주황 모자팀 파랑 모자팀 등, 6~7팀 인가로 나뉘어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근사한 버스에 올라타 버리자 공항에 딱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오호, 딱 우리 둘뿐이라니…

 

우리 둘을 통틀어 할 줄 아는 중국어라고는 오빠가 하는 “팅부동” - 모른다는 뜻이란다. 마치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제일 먼저 가르쳐 준 영어 문장이 “I don’t know”인 것처럼… 아, 내가 아는 중국어도 있다. 한참을 열심히 본 ‘상도’에서 주인공 이재룡이 자주 써 알게 된 “워 쓰 한궈렌(나는 한국인입니다라는 뜻. 그런데 그 때도 우리나라가 한국으로 불리웠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쉽게 공항에서 계림 시내까지, 다시 계림역에서 양삭까지, 그리고 양삭에서의 숙소까지 각각 몇 분의 지체도 없이 해결했다. 아마도 양삭이 우리 여정의 첫 도시인 까닭에 준비를 철저히 한 탓이리라.

 

숙소까지 아무런 긴장 없이 해결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게다가 멀미 탓에 오빠는 기내식도 먹지 못 한 터였다. 양삭은 워낙 국제적으로 배낭족이 모이는 곳으로 소문난 곳, 그 중에서도 외국인이 몰린다는 서가로 발길을 옮겼다. 유명세 그대로 서가는 외국인, 그 중에서도 영어를 쓰는 서양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거리였고 얼마 걷지 않아 리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기우뚱 거리는 장대를 짊어지고 가마우지를 싣고 가는 할아버지… 이제야 중국에,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서가

 

내일은 계림 관광의 하이라이트라는 리강 유람을 할 작정이다. 숙소 아주머니가 계속 1인당 60원(우리 나라 돈으로 10,200원)에 해 줄 테니 예약하라는데 헤헤 웃어주고 그냥 올라왔다. 노트북을 이용해 미리 저장해 온 윤항기의 장미빛 스카프(순전히 오빠 취향)를 들으며 침대에 누우려니 정말 환상적인 결혼 기념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좋다…

 

Tip


* 교통 : 계림 공항 - 계림 시내 / 공항에서 나오자 마자 미니버스 / 1인당 20원 / 45분 소요
계림 시내 - 계림 역 / 내려서 뒤를 돌아보라.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계림’이라는 큰 글자가 보이면 그리로 걷는다
계림 역 - 양삭 / 역 앞에서 양수오를 외쳐대는 차장 앞 버스 / 1인당 7.5원(5~6원이라 알고 왔는데 안에 탄 모든 현지인에게 7.5원씩 거두어 갔다) / 1시간 10분 소요
* 숙소 : 양삭에는 다양한 수준의 숙소가 아주 많다. 우리는 양삭에 내리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가 끌어 구경만 하겠다고 했다가 적당하여 계약했다 / 1인당 30원

+ Recent posts